난생처음 인터뷰라는 걸 했습니다
1999년 9월에 작성한 글입니다.
얼핏 시시한 글이지만 자기가 쓴 글에 대한 책임을 진다는 것은 중요한 일인 것 같습니다.
시간이 흐른 후 그때와 지금이 어떻게 변했는지 삶을 돌아보는 것도 그리 나쁘지 않은 것 같습니다.
또 다시 10년이 지나 이 글을 보면 어떤 생각이 들지 잘 보관해 두겠습니다.
난생처음 인터뷰라는 걸 했습니다. 어디에 했냐고? 그게 그렇게 중요합니까? 워싱톤 포스트나 타임지 같은 곳은 아닙니다. 시시하다고요? 아뇨~ 저는 아주 진지했습니다.어떤 기회에 내 앞에 마이크가 놓여있고 유명 기자가 질문을 했을 때를 상상하며 혼자 떠들어 보았지요. 하고 보니 좋은 시간이었고 멋진 아이디어였습니다. 자~ 여러분도 한번 해 보시기바랍니다.
◎ 1. 본인의 프로필을 말씀해 주세요.
프로필이라고 할 게 별로 없어요. 56년생…. 늙었죠? 강원도 삼척산입니다. 지금 전주에 정착한 지는 10년, 그냥 평범한 회사원으로 늙기에는 넘 답답하여 7년 전 비디오 가게를 차렸지요. 이건 청운의 꿈이었는데…. 알고 보니 흑운 이었습니다.
◎ 2. 요즘 어떻게 지내세요? 하시고 계신 일, 관심 있게 진행 중인 일은 뭐가 있나요?
잘 지내지요. 어떻게 사는 것이 잘사는 거냐라는 기준이 모호하지만, 저의 경우 밥 잘 먹고 가게도 잘 보고 마누라에게 잔소리도 가끔 듣고, 또 새로운 사람들 많이 만나고요. 요즘 관심은 거의 인터넷입니다. 나는 어딘가 한번 몰두하면 빠져들거든요. 이렇게 떠드는 것이 좋아요.
◎ 3. 지금 하고 있는 일에 대한 자신의 생각은?
당근 직업을 말하는 거겠죠? 저는 자부심을 가지고 비디오 가게를 합니다. 프로죠. 아마추어들이 생각하는 비디오가게가 아니라 세계적인 가게를 운영하기 위한 준비입니다. 그리고 남들이 이 직업을 어떻게 생각하든 나는 이 나라 문화에 이바지한다는 자부심을 갖습니다. 먹고살게 해준 대가도 감사하게 생각합니다.
◎ 4. 이성 관계, 이성을 바라보는 자신만의 관점이랄까, 성적인 문제에 대한 전반적인 당신의 생각은?
으흠~ 미성년자는 몰라도 돼요. 하하. 늙으면 다 똑같아 보입니다. 내가 너무 겉늙었나? 보편적인 성의 문제라면 우리 주의에서 너무 성에 대해 과대 포장하고 감춘다는 문제를 들 수 있겠네요. 아주 자연스럽고 신이 내려준 축복입니다. 함부로 다룰 수도 없지만 억압할 필요도 없는…. 변태가 아니라면 -이건 어디까지가 기준인지 모호하지만- 동성애까지도 저는 보편적인 시각으로 봐 줄 수 있다고 자부합니다. 취향의 문제이니까.!!!
◎ 5. 결혼관/연애관에 대해서
지나간 시절 이야기를 리바이벌하라고요? 서로를 이해해주는 사람이라면 그리고 오랫동안 친구로 남을 수 있는…. 항상 곁에서 보살펴 주고 싶은 그런 부인을 원했고, 지금 그 꿈을 이룬 거 같습니다. (우리 각시가 이 글 보면 얼마나 좋아할까?) 난 사실 경처가 인대요. 그게 편해요. 우리가 늘 하는 말 "똥이 무서워서 피합니까?" 흐흐.
◎ 6. 지금까지 지내오시면서 기억에 남은 일은 무엇이었나요?
이런 건 세 살배기나 제대로 대답할 텐데…. 매번 기억에 남고 지워지죠. 요즘은 집 찾아오기도 힘든 치매입니다. 그래도 많이 있어요. 그걸 다 쓰려면 석 달 열흘은 걸릴 겁니다. 정 궁금하면 녹음기 곁에 두고 직통전화 개설하세요. 이 기회에 자서전 출판할까?
◎ 7. 살면서 기뻤던 순간/슬펐던 순간은?
가장이라는 말은 잘 안 어울리고 매번 느끼는 거지만 작은 친절이나 자신을 인정받을 때 기뻐요. 그리고 나를 통해 누군가 도움을 받을 수 있을 때요. 슬플 때라면 남의 불행이나 아픔에 직접적인 도움을 주지 못할 때이죠. 물론 이별은 가슴 아픕니다.
◎ 8. 가고 싶은 곳이 있다면, 그 이유는?
온 세상 다요…. 저의 꿈이 이 세상을 다 돌아본 후 무언가 느끼고 죽는 겁니다. 나가보면 생각이 넓어지고 못 깨달은 걸 깨우치게 됩니다. 그 생각을 잊고 싶지 않아요. 가능한 빨리 한곳이라도 더 돌아볼 수 있도록 계획을 세우지만 그게 어디 쉬운 일입니까? 이럴 땐 부양가족 없는 사람이 편하죠.
◎ 9. 자신의 전공이나 전문분야에 대해서 간략히/또는 기일~게.
학교 전공은 상업고 출신이 전부입니다. 전문 분야라면 라면에 관한 한 거의 박사 수준이고요. 폭넓긴 하지만 마케팅 부분에도 웬만큼 자신이 있습니다. 그리고 비디오 진열과 화장실 청소 부분에 학위를 준다면 아마 받을 수 있을 겁니다.
◎ 10. 좋아하거나 아끼는 것들은 뭐가 있을까요?
요리/ 잡식성이지만 혐오식품은 안 먹습니다. 한 달 이상 유럽 여행 중 딱 한 번 한국 식당을 (그것도 강요에 의해)갔다 왔으니 전천후 아닙니까? 집에서는 국만 있으면 반찬 투정 절대 안 합니다.
마실 거리/ 커피는 자판기 커피…. 사실 우아하게 원두커피 마시고 싶지만, 자금력과 시간이 딸려서. 술은 분위기 따라서…. 요즘은 마주앙 모젤이 젤 맛있습니다. 암튼 설탕 들어가서 단 건 다 잘 마셔요.
분위기/ 흐흐흐…. 분위기 싫어하는 사람도 있나요? 어떤 상황의 분위기인가가 중요하죠.
사람/ 너무 자기를 내세우지 않는 편안한 사람, 이익을 얻기 위해 나를 상대하지 않는다면…. 참, 유머가 있고 똑똑한 사람이 좋습니다. 그리고 매력이라는 단어를 이해하는 사람이요.
물건/ 아끼는 물건은 별로 없어요. 비싼 대가를 치른 물건이라면 잊어버리거나 망가지면 아깝죠. 그래도 남이 더 효용가치가 있다고 판단되면 가차 없이 줄 수 있습니다.
곳/ 현재는 새로 이사한 집입니다. 15층에서 내려다보는 전망이 하도 좋아서…. 태어나서 처음 갖는 우리 집이거든요.
음악/ 아주 좋아하는 부분이지만 조금 편협합니다. 클래식 음악은 거의 다 편하게 듣습니다. 모차르트 음악은 다 좋고요. 브라스 밴드 연주를 아주 좋아합니다. 나이 먹은 값 하느라고 케니 로저스, 앤 머레이, 사이먼 가펑클, 그런 유의 올드 팝이 편하고…. 통기타 세대의 노래는 다 따라 부르죠. 하지만 요즘 방송은 별로입니다. 특히 힙합이나 랩은 소음으로 들립니다.
문화/ 문화를 논하라면? 이렇게 간 큰 주제를 줄 수 있나요? 에이 이건 어렵네요. 저는 합리적인 문화라면 다 좋아합니다. 그걸 위해서 노력하고요.
◎ 11. 홈페이지를 만든 이유는?
이건 길어요. 우리 홈에 와 보세요. 그냥 줄이자면 인연을 소중히 생각하므로 인연 만들기가 주입니다.
◎ 12. 남을 위해 뭔가 한 가지 해야만 한다면 무엇을 하시겠어요?
아무거나 다요. 능력이 닿는다면.하지만 "그 사람이 절실히 필요한 것이 나에게는 없더라." 이런 핑계가 나오지 않았으면 하고 나 자신에게 늘 당부합니다.
◎ 13. 좋아하는 작가나 영향을 받은 작가나 작품이 있나요?
글쎄요. 누구에게 영향을 그리 받은 거 같지 않습니다. 대신 모든 것에 영향을 받습니다. 영화감독위라면 스필버그와 루카스의 재능 그리고 스탠리 큐브릭의 치밀함. 에구 일일이 떠들자면 너무 많아요. 각각 한 작품마다 특색이 있으니 어떨 땐 좋고 어떨 땐 싫더라고요. 그러니 딱히 누구의 영향을 받겠습니까? 나도 모르게 색깔을 잃어 가나 봅니다.
◎ 14. 세상에 대해서 하고 싶은 말이 있다면?
아~~ 이런 질문은 제발 안 해주길 바랐는데…. 이런 질문하는 분의 세계관이 의심스럽다. 혹시 내가 말한다고 세상이 바뀔 수 있다면 이렇게 말할래요. "그리스도의 사랑을 실천한다면 무어가 더 필요하겠습니까?" 그게 안 먹혀 들어가면 "양심에 따라 살고 남에게 배려하라."
◎ 15. 인생관
아흐~~~ 더 어렵다. "인생은 나그네길이요....." 이 말을 이해하려고 무지 애씁니다. 그런데 아직도 욕심을 못 버려요.
◎ 16. 앞으로의 계획은?
할 수만 있다면 돈을 벌어야죠. 그래야 세계 제일의 비디오 가게를 만들지요. 근데…. 날이 갈수록 이 꿈이 멀어집니다. 빚이나 얼른 갚았으면…. 계획보다 소박한 꿈을 말할게요. 이제는 못 올라갈 나무는 쳐다보지 말아야 할 시점이 된 것 같으니 노후에 영화 자료실을 만들고 싶습니다. 그리고 웹의 인연을 위하여 전망 좋은 곳에 방을 서너 개 더 만들어 두고 누구든 찾아와서 한 이틀 편히 머물다 갈 공간을 마련하고요. 시골 성당에서 성가대 지휘를 하며 모아둔 자료를 정리하고 싶습니다. 그리고 일 년에 한두 번 세상을 돌 겁니다. 진짜 거창한 꿈이 돼버렸네요. 내 당대에 안 되면 우리 자식들 덕 좀 보려나?
◎ 17. 그밖에 하고 싶은 말이 있다면?
이제 아침이네요. 정말 많은 수다를 떨었습니다. 우습게 보였는데 막상 써내려 오다 보니 조금 숙연해지는 대요? 자~ 그래요…. 남에게 피해를 주는 인간은 절대 되지 말고요. 남에게 피해를 안 주면 된다는 생각도 위험합니다. 가능한 남을 돕는 사람이 되었으면 좋겠네요. 참! 웹에 대해 한마디…. 본인의 신분이 노출되지 않음을 이용한 악의적인 행동은 제발 자제해 주시길. 어떤 이름을 쓰던 자신의 입에서 나온 말은 자신의 몫입니다. 등 뒤에서 총을 쏠 바에 정당한 죽음을 맞을 수 있는 사람이 되시길. 가면을 쓰고 자기의 아이디를 사용하는 사람들은 영원히 저주가 내리길 빕니다. 아멘.
1999년/ 09월/ 09일 작성