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떤 글을 써야 하나?
게시판을 통해 교류하는 동안 글쓰기가 어려울 때가 많았습니다.
글은 말과 달라 지금도 이 작업이 어렵습니다.
편하게 글을 쓰다가도 하고픈 이야기를 풀어낼 때면 정작 막막해집니다.
글을 쓰는 중 배가 산으로 가서 멈추는 적이 한두 번이 아니었습니다.
글을 추리면서 글에 대해 많은 생각을 합니다. 학창시절에 마지못해 글짓기를 한 이후 소식을 전하는 짧은 편지, 공문서, 보고서 약간, 그리고 의사소통의 기본 조건이 되는 몇 자의 글 외에 남에게 읽히는 글에 대한 개념조차 없이 살았습니다. 인쇄 매체에서 보는 글이란 작가나 유식한 사람들의 전유물이라고, 내 인생에선 글과 무관하게 살게 될 거라고 줄기차게 생각했지요.
2년 전, 홈을 만들면서 어쩔 수 없이 글쓰기라는 걸 시도할 수밖에 없었습니다. 당연하지 않습니까? 글이 없으면 홈페이지가 만들어지지 않으니까. 그저 생각나는 대로 주절주절 옮겨놓다 보니 홈은 완성되었지만 "이것이 과연 남들에게 보여 주어도 부끄럽지 않을 글일까?" 하는 의문은 많이 남았습니다.
웃/비/아는 지금도 올바른 글이 어떤 것이고 좋은 글이 무엇이며 글의 격식이나 차림을 알지 못합니다. 장족의 발전이라면 제가 예전에 쓴 글을 다시 볼 때 전에 보이지 않던 어색한 부분들이 눈에 들어오기 시작했다는 것이지요. 또한, 예전 보다 말을 풀어내는 것이 훨씬 수월해졌다는 것입니다. 서당 개도 삼 년이면 풍월을 읊는다는데 2년을 거의 하루도 거르지 않고 글을 써 왔으니 이 정도 발전은 있어야하지 않겠습니까?
이런 글이나마 글쓰기가 상당히 어려웠던 적이 있습니다. 아마 작년 미국 여행기를 쓸 무렵이었던 것 같습니다. 생각은 머리에서 맴도는데 막상 문장을 구성하면 이상한 말로 변형이 되고 뜻이 잘 전달되지 않아 한동안 아주 힘들었습니다. 아마도 이 시기가 글이 느는 시기가 아닐까 합니다. (경험에 의하면 심한 슬럼프 뒤에 발전이 오거든요.)
자~~ 제가 드리고 싶은 말은 글쓰기에 대해 두려움을 느끼시지 말라는 겁니다. 작년 슬럼프 시기에 작심한 일인데요. 이렇게 생각을 했었습니다. "편하게 쓴다." "꾸미지 않는다." "그저 생각이 닿는 대로 쓴다." 그다음…. 그 글을 다시 읽으면서 중복되거나 어색한 부분을 수정합니다. 이런 과정을 전문용어로 퇴고라고 하는 것 같은데, 금방 쓴 글을 즉석에서 몇 차례 읽으면 글의 리듬감에 익숙해져서 오히려 흠을 잡아내기 어려운 경우가 많습니다. 읽는 사람 처지에서 보자면 같은 문장을 여러 번 반복해서 읽는 경우가 거의 없잖아요? 그래서 처음 글을 대했을 때 느낌이 중요한 것 같습니다. 본인이 쓴 글은 시간이 경과 한 후 다시 읽어보면 쉽게 흠이 보입니다. 제 경우는 거의 매번 고칠 것이 보입니다. 처음에는 힘들지만, 이 작업을 반복하면 자연스럽게 글은 늘게 되는 것이 아닌가 생각됩니다.
그럼 이렇게 어려운 글을 우리는 왜 써야 할까요? 다른 이의 경우는 모르겠습니다. 저는 이 작업이 흐르는 시간 속의 감정 변화를 잡아 두는 최선책이기 때문입니다. 시시때때로 변하는 생각의 한 부분을 잘라내어 저금통에 넣어둔다고 표현하면 어떨까요? 시간이 흐른 후에 지금의 생각을 그대로 재현한다는 건 불가능합니다. 글을 잘 쓸 수 있다면 즉석에서 그 느낌을 정확히 포착해 낼 수 있겠죠? 이렇게 되기 위해서는 쉼 없이 글을 쓰고 다듬는 연습이 필요하다는 생각입니다.
또 하나는 자기 성찰입니다. 글을 쓰려고 집중을 하다 보면 점점 더 깊은 생각을 할 수 있게 됩니다. 이걸 발견하고 나면 글쓰기에서 희열을 느끼게 되죠. (도인의 경지로 가는.^^) 저는 아직 이 과정에 입문하지 못했습니다. 글 쓰는 작업이 늘 고통스럽습니다. 하지만 아주 잠시라도 이 희열을 느끼는 때가 있는 걸 보면 점점 더 도인(?)이 되고 있다는 증거입니다…. 키키
여담으로 질문하나 드리겠습니다. 여러분도 이런 때가 있으시겠지요? 무아지경에 빠져 운전을 하거나 어떤 생각에 몰두하다가 문득 "아~ 내가 게시판에 글쓰기를 하듯 생각을 하고 있구나."…. 이런 경험 말입니다. 예~~ 저는 요즘 거의 모든 생각을 게시판 스타일로 합니다. 우습죠? 이게 인터넷 중독 증상이라는데 전 싫지 않습니다.
이것이 바로 생각이 늘고 있다는 증거 아니겠습니까? 언젠가는 자연스럽게 내 생각을 글로 풀어내는 날이 오리라 믿습니다. 이날이 오면 정말 신날 거란 생각이 듭니다. 자기의 사상이나 주장을 글로 정확히 펴낼 수 있다면.. 꿈속에서라도 위대한 생각만 하면 됩니다. 정말이지 우리는 좋은 생각을 늘 하면서도 그걸 글로 표현하지 못해 사장시키는 경우가 허다합니다.
여러분도 자꾸만 글을 쓰세요. 기왕 쓰시는 글이라면 조금 더 깊은 생각을 넣어서 써 보시고요. 의사 전달만 하는 글은 발전이 없습니다. 일상의 말을 많이 한다고 말이 늘지 않는 경우와 같은 이치입니다. 조금 더 생각을 정돈하고 내일은 더 좋은 글을 쓰기 위해 연습한다는 자세로 글을 쓰신다면 아마 많은 도움이 되리라 생각합니다.
2001/07/07 토 05:46:22
어젯밤 저가 써둔 글을 다시 읽어보니 몇 가지 흠이 보입니다. 저의 고질적인 문제점들이 아직 고쳐지지 않았습니다. 예~ 이런 습관들이 그 사람의 색깔이 될 수도 있습니다. 일단 자기 자신의 글을 인정하고 넘어가자 구요. 무엇을 표현하려 했는지 주제만 분명하다면 성공한 겁니다.
다음은 글의 재미겠죠? 아무리 좋은 내용도 딱딱한 글을 읽는 것은 고역입니다. 학술지나 정보지가 아닌 글에 누가 머리 아파하겠습니까? 주변 친구 중에 똑같은 이야기를 아주 맛깔나게 하는 재주를 가진 친구가 있습니다. 이런 재주를 가진 사람은 큰 복을 받은 겁니다. 이 재주는 어떻게 얻게 되었을까요? 아마, 이런 사람은 발상의 전환을 하는 법을 알던가 관찰력이 뛰어난 사람일거란 생각입니다. 아니라면 정말 사오정처럼 무딘 매력을 가진…. 허허.
그런데 과연 재미있는 글이 어떤 글일까를 되묻고 싶습니다. 개인에 따라 많은 편차가 있을 겁니다. 저의 경우라면 속을 보이는 글입니다. 글 속에 그 사람의 속이 들여다보이면 우선 동감을 합니다. 두 번째는 쉬운 글입니다. 글을 쉽게 쓴다는 것은 생각처럼 쉽지 않습니다. 말과 달리 이 부분은 정말 많은 노력이 담겨야 합니다.
다음은 장황하지 않은 글입니다. 제 글 최대 단점이 바로 요겁니다. 무얼 하나 이야기하려고 쓸데없는 소리를 계속 지껄이죠…. 흑흑. 그다음은 주관이 분명한 사람의 글입니다. 어떤 말을 딱 부러지게 하는 사람의 글은 힘이 있습니다. 싫고 좋음이 너무 두드러져서 이따금 위험성이 내비치지만 확신이 없으면 이런 글을 써낼 수 없겠지요. 인터넷에서 이런 글을 쓰는 사람의 글에는 조회수가 현저히 높아집니다. 그런데 조심하세요. 속없이 인기작전을 위해 이런 글을 쓰면 정말 큰코다칩니다. 빈 수레가 더 요란한 경우처럼…. 속 빈 강정이 목소리만 높인다는 소리를 듣게 됩니다.
그러고 보니 이 부분에서 가끔은 착각을 하시는 분들이 있더군요. 주관이 뚜렷한 글과 자기 고집만을 내세우는 글을 구분 못 하는…. 글쓰기가 어느 정도 되는 사람들이 가장 빠지기 쉬운 함정입니다. 말을 조리 있게 한다고 해서 다 맞는 말은 아니라고 봅니다. 달변가와 궤변가들은 말은 조리 있게 하지만 속이 없는 경우가 더 많은 것 같습니다. 혹시 웃뺘도???
2001/07/07 토 22:58:20
글은 말과 달라서 상대방을 보지 않고 쓰는 경우가 대부분입니다. 전화나 방송도 이와 비슷하나 분명히 다릅니다. 말에는 높낮이가 있고 어감이라는 것이 존재하기 때문에 똑같은 단어로 공격과 방어의 기능을 동시에 수행하는 때가 많습니다.
이에 비해 글은 정말 평면적입니다. 이 부분 때문에 때로는 치명적인 오해를 불러일으키는 경우가 있습니다. 인터넷에서 예의가 필수적으로 지켜져야 하는 이유가 바로 이것 때문입니다. 혹자는 이런 예의를 가식이라는 말로 표현하기도 합니다. 과연 그럴까요? 실생활에서 쓰이는 말 그대로 글을 쓰면 분명히 전달하려는 양만큼 전해지지 않습니다. 의심스러우면 이곳에서 시험해 보시지요.
또 하나 알아 두셔야 할 사항은 평면적인 글이 말보다 더 큰 힘을 발휘하는 매체가 될 수 있다는 점입니다. 상대방을 보지 못하는 부분의 단점인 동시에 장점이기도 합니다. 간과할 수 없는 것은 글이 허상일 수 있다는 것입니다. 우리가 인터넷에서 가장 조심스럽게 대해야 할 부분입니다. 양의 탈을 쓴 늑대를 인터넷에서 확인하기 어렵다는 점은 분명히 인정해야 합니다.
하여, 글을 쓰는 사람도, 글을 읽는 사람도 얼마간의 이해와 연습이 필요하다는 생각입니다. 삶의 연륜이 쌓이면 옳고 그름의 사리 분별력이 생기겠지요. 좋은 글은 글로 받아들이고 환상에 빠지지 않는 그런 독자가 되도록 노력하는 방법밖에는 없다고 봅니다.
아~~ 저가 갑자기 글쓰기라는 화두를 던지니 조금 의아하게 생각하시는 분이 계실 겁니다. 그저 게시판에서 의사소통만 되면 되지 무슨 글쓰기가 따로 있냐고? 예…. 이제 그걸 깨달았다는 말입니다. 분명히 따로 있습니다. 글을 추리다 보니 보관할만한 글과 그저 흘러가는 말이 따로 있다는 걸 알게 되었습니다. 제가 말하는 글쓰기란 바로 추려서 보관할 글을 말합니다. 그렇다고 보관할 글이 어떤 격식이나 틀이 있는 건 아닐 겁니다. 가끔은 마음먹고 누구에게 보여주어도 부끄럽지 않을 나만의 글을 써보고 싶어졌습니다. 원고 청탁을 받은 사람처럼 신중하게 글을 풀어내는 습관이 들지 않으면 영원히 글이 늘지 않을 것 같아서입니다.
2001/07/07 토 23:03:4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