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pecial, 유럽
폴란드 북쪽 바르미아주 레젤이라는 도시 옆에 "스베이타 립카"라는 아주 유명한 성당이 있습니다. (바르미아주의 주도인 올슈틴에서 70Km 떨어짐) 이 성당은 14세기 무렵 사형수를 통해 성모님이 발현한 기적을 기념하는 곳으로 지금도 많은 분이 이곳을 찾아 병을 치유 받는 기적이 일어나는 곳입니다. 스베이타 립카 성당은 동부 유럽에 가장 아름다운 바로크식 건축물 중 하나로도 꼽힙니다. 또, 이 성당에 있는 오르간이 유명하여 여름시즌에는 매일 연주회를 열기 때문에 연주를 듣기 위한 관광객도 만만치 않습니다.
우선 성모 발현 기적의 성당이라 불리는 "스베이타 립카" 성당 외관부터 둘러보겠습니다. 밖에서 보는 규모는 유럽의 대성당에 비하면 아담한 편입니다. 제가 갔을 때 외관 보수공사 중이라 장막을 쳐두어서 많이 아쉬웠습니다. 이 건물은 여성적이고 우아합니다. 폴란드 늪지대 주변과 아주 잘 어울리는 성당입니다.
이 성당의 하이라이트는 바로 들어오는 문 위에 설치된 오르간입니다. 악기의 왕은 피아노라고 하지만 피아노를 저 발치에 밀어내는 악기의 왕 중 왕은 바로 파이프 오르간 아니겠습니까? 우리나라에선 좀처럼 보기 힘든 파이프 오르간이 유럽에선 작은 시골 성당에도 설치될 만큼 흔하긴 합니다.
이동이 가능한 다른 악기와 달리 파이프 오르간은 건물의 일부입니다. 설치된 장소가 악기의 울림통이 되기 때문에 건물을 설계할 때부터 파이프 오르간의 규모나 위치를 잡고 시작합니다. 악기라는 고유의 기능으로 볼 때 소리가 가장 중요한 부분이 되겠지만, 워낙 큰 자리를 차지하여 인테리어적 요소도 무시할 수 없습니다.
파이프 오르간은 음전이라는 스토퍼가 있어 다른 악기와 달리 음색을 여러 가지로 바꿀 수 있습니다. 당연히 2가지 이상 악기를 조합하여 다양한 소리를 내기도 합니다. 스토퍼를 조작하는 어려움 외에 손과 발을 동시에 사용하여 3~7단까지의 많은 건반을 연주하기 때문에 피아노보다 훨씬 복잡합니다. 아무튼, 파이프 오르간을 연주하면 건물이 살아나서 숨 쉰다고 표현하는 것이 적절할 듯합니다.
립카 성당의 파이프 오르간은 1721년 쾨니히스베르크 (지금은 칼리닌그라드)에서 만들어졌습니다. 이 오르간이 2차 대전 중 일부 파손되어 다시 수리하였답니다. 만듦새가 워낙 정교하고 아름다워서 악기의 기능을 상실한다 해도 보존의 가치가 큰 예술작품입니다. 이 오르간은 눈으로 보는 아름다움과 더불어 특별한 기능이 있어 더 놀랍습니다.
연주를 하면 악기 외관에 장식된 성인, 천사, 종, 바람개비…. 등등 아주 많은 부분이 다양하게 움직입니다. 오르골처럼 무작정 세팅된 대로 움직이는 것이 아니라 연주에 따라 움직임의 형태가 달라져서 신기하기 이를 데 없습니다.
사진 정 중앙 위 기타를 든 성인은 기타를 연주하고 그 아래 파란 원통 속에 있는 여러 개의 종은 장식품이 아니라 실제 딸랑거리며 연주가 됩니다. 맨 아래 나팔 부는 천사도 움직이고 좌우에 있는 바람개비도 돌고…. 유럽에서 유명한 프라하 천문시계, 뮌헨의 시계, 베네치아의 시계보다 이 오르간이 훨씬 더 다양한 움직임을 정교하게 표현했습니다. 오로지 톱니바퀴 힘으로 이런 움직임을 만들어 낸다는 것이 믿어지지 않더군요.
이날 총회에 참석한 사람들이 다양한 나라인 점을 감안하여 연주곡도 특별히 선곡하였습니다. 오르간의 대표곡이라 할 수 있는 바하의 “토카타&푸가”를 선두로 프랑크의 “천사의 양식”, 슈벨트, 칸치니의 “아베 마리아”, 베르디의 “나부코”, 그리고 “마이 웨이”, “성자의 행진” 같은 팝 음악까지…. 연주회 시작에서 “토카타&푸가” 첫 음이 붕~하고 성당 안에 울려 퍼지자 귀가 아닌 몸에서 소리 마사지를 받는 느낌이 들었습니다. 저음으로 내려가면 몸 전체가 부르르 떨리는 느낌을 받는데 커다란 스피커 속에 앉아 있는 느낌이랄까…. 뭐라고 표현하기 힘듭니다.
성당 오르간으로 듣는 팝 음악의 감동 또한 어디에 비길 수 없었습니다. 눈으로 보는 움직이는 오르간의 신기함에 빠져 귀로 듣는 음악이 두 배는 더 감동적이었습니다. 모든 사람들이 제단 쪽에 놓인 의자에서 나와 뒤를 지켜보며 듣는 음악 감상회….^^ 돌아올 때 립카 성당에서 직접 녹음한 CD를 한 장 사 왔습니다. 기회가 된다면 들려 드리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