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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utbia 김흥수 Mar 15. 2017

유럽의 테라스, 드레스덴 Dresden

Europe Digest

독일 작센주의 주도 드레스덴을 수식하는 단어는 참 다양합니다.

유럽의 테라스, 엘베강의 피렌체, 마이센 도자기의 본산, 폐허에 핀 꽃의 도시….

천혜의 자연과 아픈 역사, 풍성한 문화유산이 어우러진 아름다운 도시를 함께 여행해 보겠습니다.

문화도시 드레스덴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2차 대전 이야기를 하지 않을 수 없습니다.

드레스덴은 철저한 파괴와 완벽한 복원의 증거이기 때문입니다.



작전명 Thunderclap, 드레스덴 융단폭격


1945년 2월 13일 밤 10시 14분, 영국 본토를 출발한 234대의 랭커스터 폭격기가 작센공국의 수도 드레스덴에 첫 폭격을 시작했습니다. 3시간 후, 500여 대의 영국 폭격기들이 추가 폭격을 하며 도시에 카펫을 깔 듯 빈틈없이 폭탄을 쏟아부었습니다. 융단폭격 (Carpet bombing)이라는 말이 생겨 난 현장입니다. 흥행 싹쓸이를 하는 대작 영화를 일컫는 신조어 블록버스터 (Blockbuster)라는 말도 이 작전에서 유래가 되었다고 합니다. 폭탄 한 발이 도시의 한 블록(Block)을 날려(Bust) 버릴 만큼 무시무시한 화력을 지녀 Block+buster란 말이 이때 생긴 것입니다.


미국의 B-17 폭격기 이미지


다시 10시간 후, 이번에는 미국의 B-17 폭격기 311대가 두 차례에 거쳐 지우지 못했던 나머지 흔적을 찾아 마저 지워나갑니다. 작전명 Thunderclap…. 이름처럼 천둥소리를 울리며 중부 유럽의 보석 하나가 완벽하게 재로 변하는 순간이었습니다.


당시 드레스덴 인구는 공식적으로 64만, 도시의 80% 이상 파괴되었습니다. 2만 5천~ 6만의 사상자를 냈다는 연합군의 공식 집계를 그대로 믿는 사람들은 없습니다. 시민의 절반이 희생되었다는 주장도 꽤나 설득력이 있을 만큼 3차 공습에서는 피난민을 겨냥한 기총소사도 불사했다 합니다.


▲ 드레스덴 공습의 참상을 담은 가장 유명한 사진


이 작전의 지휘관은 영국의 히틀러라 불리는 아더 헤리스(Arthur Harris 1892~1984) 장군으로 1942년 쾰른 공습, 43년 함부르크 대공습을 감행하여 드레스덴을 포함하여 총 60만이라는 사상자를 낸 인물입니다. (쾰른은 대성당만 남기고 도시 전체가 완파되었고, 함부르크는 공식적으로 드레스덴보다 더 많은 사상자를 낸 2차 대전 최대의 피해지입니다) 썬더클렙 작전이 소련군의 독일 진격을 도와주기 위한 방편이라 했지만 지금도 이 작전에 대한 논란은 이어지고 있습니다. 융단 폭격으로 독일군의 사기를 꺾는다는 의도 속에 피의 보복이 충분히 내재되어 있었을 것입니다. 영국에서 가장 멀리 떨어진 독일의 도시 하나를 논스톱으로 폭격하여 연합군의 비행 능력을 보여주려는 야심이었다는 말도 전혀 근거 없는 이야기는 아니라고 봅니다.


특히, 드레스덴은 엘베강의 피렌체라 불리며 바로크 양식의 건축물로 유명한 중부 유럽을 대표하는 문화 도시였습니다. 이런 도시를 폐허로 만들 만큼 전략적으로 중요한 장소가 아니었다는 것이 지금도 중론입니다.



폐허에 핀 꽃, 드레스덴


2차 대전이 끝나고 드레스덴은 동독으로 편입되었습니다. 어려운 환경 속에 도시를 복구하면서 시민들은 무엇보다 먼저 구시가지 문화 유적을 다시 복원하고자 힘을 썼습니다. 그와 함께 츠빙거 궁전, 마리엔 교회 등 핵심 건축물이 복원되어 아름다운 옛 모습을 찾았고 그 중심에 바로 앞서 소개한 젬퍼 오페라 하우스가 있습니다.




츠빙거 궁전 Zwinger Palace


죽기 전에 꼭 봐야 할 세계 건축 1001에 실린 글에서 츠빙거 궁전을 “그 시대의 정수를 한 몸에 표현하는 건축물이 존재한다면, 그것은 바로 드레스덴의 츠빙거 궁전이다.”라고 표현하고 있습니다. 이 궁전은 규모가 크지 않은 대신 정교하고 아름답습니다. 바로크 양식을 기본으로 지어진 궁전을 증축하면서 젬퍼오퍼의 설계를 맡았던 젬퍼가 신고전주의 양식을 도입하여 마무리하였습니다. 그 조화가 상당히 인상적인 건축물이며 잘 가꾸어진 정원과 분수의 어우러짐이 정갈하고 깔끔한 독일인의 심성을 보는 듯합니다. 이 궁전 역시 공습에서 초토화되었다가 완벽하게 복원되어 지금은 박물관, 미술관으로 사용되고 있습니다. 궁전은 무료로 개방되나 미술관은 별도 티켓을 구입해야 입장 가능합니다.



프라우엔 교회 Dresdner Frauenkirche


약 300년 전, 드레스덴 노이마르크 광장에 바로크 건축 양식의 커다란 돔을 가진 교회가 하나 지어졌습니다. 1726년에 시작하여 1743년에 완공된 대공사였습니다. 이 교회는 루터파 개신교회로 돔의 높이가 96M, 돔 지름이 23.5m, 돔 제작 기술이 아주 뛰어난 작품입니다. 1만 톤이 넘는 사암으로 만들어진 돔은 내부에서 지지해 주는 기둥이 전혀 없습니다. 교회의 파이프 오르간도 고트프리트 질버만이라는 명인이 만들었고, 1736년 오르간 완공을 기념하여 요한 세바스챤 바흐가 직접 연주를 한 곳이기도 합니다. 지금도 프라우엔 교회를 포함한 드레스덴의 몇 곳 성당과 교회에서 수시로 오르간 연주회를 합니다. 프로그램을 확인하고 시간 맞추어 가면 어렵지 않게 오르간 연주회에 참석할 수 있습니다.



2차 대전 막바지, 6,118일에 걸려 만든 바로크 건축의 걸작이 한나절 만에 완전히 파괴되었습니다. 전쟁이 끝난 후 드레스덴 시민들은 프라우엔 교회 잔해를 모아 번호를 매겨 따로 보관했습니다. 1994년, 독일 태생의 미국인 생물학자 귄터 블로벨이 프라우엔 교회 재건 사업을 시작하여 본인이 노벨 의학상을 타며 받은 상금 전액을 재건 사업에 기부했고 여러 개인과 단체의 노력으로 2005년 완전히 옛 모습을 되찾았습니다.



군주의 행렬 Fuerstenzug(Procession of the dukes


구시가 극장 광장에서 마리엔 교회 쪽으로 가는 길에 보면 드레스덴 궁전 외벽에 세계에서 가장 큰 도자기 벽화가 있습니다. 원래는 이곳이 궁전 마구간 외벽이었는데 1876년 작센 왕국의 군주 베틴가문 800주년을 기념하기 위해 빌헬름 발터라는 화가가 프레스코화로 벽화를 그렸습니다. 프레스코화의 특성상 비바람에 훼손되자 1904년부터 3년간 이 그림을 2만 3천 조각으로 나눈 다음, 이 지역에서 유명한 마이센 도자기 기술로 타일을 구워 새로 벽을 장식하였습니다. 벽화의 크기는 길이 102m, 높이 8m로 12세기부터 19세기까지 역대 군주 35명이 말을 타고 행렬하는 속에 과학자, 예술가, 농부 등이 그려져 있습니다. 잘 찾아보면 타일 제작자의 얼굴도 카메오로 출연합니다. 이 벽화는 도시 전체가 파괴된 드레스덴 대공습에서 큰 손상을 입지 않고 살아남아 더 유명해졌습니다.



브릴의 테라스 Bruhl's Terrace


엘베강을 바라보는 전망이 가장 좋은 이곳은 원래 강을 지키는 요새였습니다. 18세기에 브릴 백작이 이 자리에 정원을 만들어 “브릴의 테라스”라고 불립니다. 괴테가 이곳을 방문한 후 “유럽의 테라스”라 칭송하여 더 유명해진 장소입니다. 이 테라스 근처엔 카페, 술집, 기념품 상등이 밀집해있어 여행자들이 꼭 들르게 되는 장소 중 하나입니다.



드레스덴 여행


드레스덴은 베를린이나 라이프치히 등, 근교 도시에서 연결되는 교통편이 좋아 한나절 여행도 가능한 곳입니다. 체코의 수도 프라하도 기차로 세 시간 거리에 있어 프라하에서 당일 여행도 가능하고 독일에서 체코로 이동하는 길에 머물 수도 있습니다. 그러나 드레스덴을 한나절만 보고 가기에는 너무나 아쉬운 곳입니다.



1. 반나절 여행 -  구시가 핵심 관광 

① 젬퍼오퍼 극장 외관 → ② 츠빙거 궁전 → ③ 호프 성당 → ④ 군주의 행렬 벽화 → ⑤ 프라우엔 교회와 노이마르크트 광장 → ⑥ 브릴의 테라스

체류시간 8시간 미만 여행이라면 무조건 구시가지 젬퍼오퍼가 있는 극장 광장으로 가서 위에 표기한 코스를 돌아보면 좋습니다. 이곳을 보는 동안 입장료는 없습니다. 시간이 남는다면 박물관 중 하나와 프라우엔 교회 돔 전망대에 올라가면 금상첨화! 프라우엔 교회 돔에 올라갈 때는 티켓이 필요하지만, 성당 내부를 한눈에 볼 수 있어 입장료가 아깝지 않습니다.


TIP : 중앙역에서 구시가지까지 이동

드레스덴 중앙역 구시가지 젬퍼오퍼 광장까지는 약 2Km, 걸어서 20분 거리입니다. 다리가 튼튼하다면 천천히 걸으며 드레스덴을 느껴 보는 것도 좋습니다.

교통편 이용은 중앙역 앞에서 7번 트렘을 타고 Pirnaischer Platz 역에서 4번 트램으로 갈아탄 후 Theaterplatz에서 내리면 됩니다.

유레일이나 독일 철도 패스가 있다면 S반 무료로 이용 가능합니다. 역 앞에서 S반을 타고 두 정거장 Bahnhof Mitte에서 하차 후 조금만 걸으면 츠빙거 궁전이 나옵니다.


2. 온전한 하루 여행

① ~ ⑥ (구시가) + ⑦ 젬퍼오퍼 투어 + ⑧ 박물관, 미술관 + ⑨ 신시가지

⑦ 위에 설명한 지역에서 젬퍼 오퍼 극장 투어를 할 것을 강추합니다. (콘서트를 좋아한다면 극장 투어를 생략하고 저녁에 여는 연주회에 참석하면 더 좋습니다) 젬퍼오퍼 극장 내부 투어는 인터넷으로 예약 가능하며 하루에도 여러 차례 진행되어 시간을 맞추기 좋습니다. 예매를 못 했더라도 당일 극장에 찾아가면 남은 티켓 구입 가능하지만, 장담은 할 수는 없습니다. 콘서트 티켓 역시 마찬가지입니다.

⑧ 부지런히 움직이면 박물관이나 미술관 한두 개 추가 입장 가능합니다. 드레스덴의 명품 마이센 자기를 감상할 수 있는 공방도 있습니다.

⑨ 구시가를 다 돌고 틈이 난다면 다리를 건너 드레스덴 신시가지도 가 볼 수 있습니다. 이곳에 가면 잊지 말고 “Kunsthofpassage (쿤스트호프 파사쥬)”도 돌아보시길….


3. 이틀 이상 여행

하루 이상 드레스덴 지역에 투자할 수 있다면 볼거리는 무궁무진합니다. 근교에 당일치기로 다녀올 수 있는 바스타이 국립공원과 쾨니히슈타인 요새가 있고, 그림처럼 아름다운 필니츠 성, 모리츠브르크, 마이센 도자기의 본산 마이센, 등이 있어 이 모두를 보자면 적어도 4일은 체류해야 합니다.



드레스덴 근교 추천 여행지 - 바스타이 국립공원


바스타이 국립공원은 체코와 접경 지역에 있는 작센 스위스 국립공원의 일부입니다. 엘베강을 따라 발달한 협곡의 독특한 풍경이 있는 이곳은 작센 스위라는 이름과 달리 스위스와는 무관합니다. 중국의 장가계 풍경구가 연상되는 곳이어서 차라리 "작센 장가계"라 부르는 것이 더 타당할 것 같습니다.^^ 솔직히 중국의 장가계는 세상 어디에도 없는 선경에다 어마어마한 규모가 더해진 독보적인 존재입니다. 바스타이는 규모가 크지 않아 장가계에 비할 바는 아니지만, 유유히 흐르는 엘베강이 있어 전망대에서 보는 풍경 하나는 장가계를 뺨치고 찜 쪄 먹을 만합니다.



이곳은 드레스덴에서 기차로 1시간 반 거리이며 체코의 수도 프라하에서도 3시간 정도면 올 수 있는 곳입니다. 렌트를 하여 여행한다면 더 쉽게 접근할 수 있습니다. 규모가 크지 않아 드레스덴에서 한나절 나들이하기 좋고 하루 정도 시간이 빈다면 바로 근처에 있는 쾨니히슈타인 요새도 방문해 볼 수 있습니다.



마이센 도자기


드레스덴 서북쪽 엘베강 유역에 있는 마이센은 도자기로 유명한 곳입니다. 1710년, 유럽에서 처음으로 동아시아의 기술을 받아들인 고품질 도자기를 생산하여 유럽 도자기 제조의 중심지로 발전하였습니다. 이곳에서 발달한 마이센 자기는 아름다운 양식으로 유명합니다. 드레스덴 구시가지에서도 이 도자기를 전시하고 판매하는 곳을 쉽게 볼 수 있습니다. 도자기 고유 기능인 그릇 형태의 틀을 벗어나 장식용 예술품으로 승화시킨 독일인들의 손재주를 감상하는 것도 드레스덴 여행에서 빼놓을 수 없는 즐거움입니다. 단, 이 자기들을 사고 싶다면 가격이 상상 그 이상이라는 점을 잊어서는 안 됩니다. 내가 생각한 가격과 실제 가격표의 차이를 비교해보는 재미도 쏠쏠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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