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urkey Digest - 동서의 교차로 1
터키를 좀 더 들여다보면 알게 되는 재미있는 사실들
터키를 수식하는 단어는 많습니다. 지정학적인 위치로 보자면 동과 서의 교차로요. 역사적으로 보자면 인류 탄생 문명부터 서로 다른 문화가 시루떡처럼 켜켜이 쌓여 온 양파 같은 나라가 터키입니다. 종교적으로도 크리스트교 문화와 이슬람 문화가 교차를 하며 자리를 잡았습니다. 알면 알수록 재미있고 묘한 나라 터키…. 그 속을 잠깐 들여다보겠습니다.
1. 문명의 시작점 터키
세계 4대 문명의 발상지 중 하나인 메소포타미아 문명은 티그리스 강과 유프라테스 강 유역에서 시작합니다. 이 중 티그리스 강이 터키에서 발원한다는 사실을 아는 사람은 많지 않습니다. 또, 기원전 1800년경에서 1100년 사이에 강대국 이집트에 맞선 히타이트 제국이 바로 지금의 터키였다는 것을 알고 나면 고대 역사가 좀 더 재미있어집니다. (히타이트 제국은 철기시대의 문을 연 장본인입니다) 터키는 인류 문명의 시작부터 동과 서가 만나는 자리에 있으므로 지금도 땅을 파면 층층이 다른 유적이 나온다고 합니다. 그래서 역사학자들은 터키를 양파 같은 나라, 시루떡 같은 나라라 부릅니다.
2. 신약성서 초대교회 7개가 몽땅 터키에....
이슬람의 나라 터키에서 의외인 사실은 예수의 부활 이후 신약성서의 대부분 근거지가 터키에 있다는 것입니다. 바오로의 사도행전 시작도, 사도 요한이 활동하고 죽은 곳도 터키고 예수님의 어머니 마리아가 승천한 곳도 터키입니다. 신약성서의 흔적을 따르는 성지순례가 이슬람의 나라 터키에서 시작된다는 사실이 놀랍지 않습니까? 또, 구약성서에 나오는 노아의 방주가 대홍수 이후에 도착한 곳이 터키라는 과학적 진실 규명이 불가능한 이야기가 있습니다. (노아의 방주가 닻을 내린 곳이 터키 동부의 아란랏드 산이라고 주장합니다) 아무튼 터키는 구약시대부터 성서와 깊은 관계가 있는 나라입니다.
3. 우리가 모르는 대제국 오스만 투르크
비잔틴 시대를 마감한 17세기 이후 400년간 유럽을 공포에 떨게 했던 오스만투르크 제국의 역사를 우리는 한두 페이지의 간단한 이력으로 배웠습니다. 고대사에서 페르시아 제국의 역사 또한 유럽의 관점에서 잠깐 할애합니다. 우리의 세계사는 아직도 서방의 시각에 맞추어 교육되고 있어 이슬람 문화가 번성했던 지역의 역사는 무지로 남아있을 수밖에 없습니다. 400년간 이슬람의 맹주로 군림하던 터키에서 보는 세상은 세계사의 또 다른 눈을 뜨게 합니다. 이런 이유로 현장을 방문하여 보고 듣는 여행이 중요하다는 생각입니다.
4. 크지만 외로운 나라 터키
지도를 보면 터키는 이라크를 비롯한 이란, 시리아, 아르메니아, 조지아, 그리스, 불가리아와 국경이 맞닿아 있습니다. 유사 이래, 옆 나라와 좋은 관계를 유지하는 나라는 드물죠. 우리와 일본의 관계보다 터키와 그리스의 관계는 더 골이 깊습니다. 이라크와는 쿠르드족 문제 때문에 지금도 살얼음판을 걷고 있고, 아르메니아는 인류 역사가 끝날 때까지 풀기 힘든 원한 관계가 있는 나라입니다. 이슬람의 맹주를 자청하던 오스만 트루크 제국이 막을 내리면서 터키는 종교의 자유를 선포하고 이후 중동 국가들의 신임을 잃게 됩니다. 그런데도 뼛속 깊이 크리스천인 유럽 국가들은 터키를 이슬람의 나라로 치부하며 달가워하지 않습니다. 세계 1차 대전과 2차 대전을 거치는 동안 두 번 다 패전국에 동조한 사실 역시 미움의 대상이 됩니다. 이렇게 복잡한 관계에 얽힌 터키는 서방과 중동 양쪽 모두에게 암암리 왕따를 당하는 수모를 겪고 있습니다.
5. 우리를 짝사랑하는 나라 터키
터키여행을 해보면 어렵지 않게 우리를 "형제의 나라"라고 칭하는 걸 듣게 됩니다. 참 신기한 일입니다. 그들이 우리를 형제라고 부르는데 우리는 왜 이 형제의 존재를 모르고 살았을까요? 터키 = 투르크 = 돌궐 터키인들은 자신들을 트루키에라고 부릅니다. 투르키에란 돌궐족을 뜻하며 돌궐은 우리의 조상과도 깊은 관계가 있습니다. 이 관계를 터키는 역사 시간에 가르친다는 점이 우리와 다릅니다. 또한, 우랄 알타이 어족인 터키어는 우리나라 말과 어순이 같아 배우기 쉽다고 합니다. 그리고 터키는 6·25 동란 때 참전했던 16개국 중 미국 다음으로 많은 희생자를 내며 우리를 도운 나라입니다. 이런 이유로 터키사람들은 우리나라를 형제의 나라라고 부릅니다. 지구를 반 바퀴 돌아 눈 파란 이복형제를 만나는 기분을 느끼고 싶다면 터키를 여행해보십시오. 코리안이란 말만으로도 특별히 더 친절한 터키는 오랫동안 잊히지 않을 기억으로 남을 겁니다.
6. 터키사람들의 국기 사랑
터키는 어디든 국기가 걸려 있어 이 나라 사람들의 국기 사랑의 지극함에 탄복하게 됩니다. 작은 마을 길거리에서도 한두 개의 국기는 볼 수 있을 정도로 국기 내걸기를 좋아하는 나라입니다. 터키 국기의 빨강은 참으로 예쁩니다. 색의 스펙트럼 중에 RED 영역이 가장 넓어서 빨강의 종류가 가장 다양하다고 합니다. 터키 국기의 붉은색은 이 빨강 중에서 강렬한 원색의 빨강입니다. 이 국기를 터키국민들은 ‘달과 별’이라는 뜻의 ‘아이 일디즈(ay yildiz)’라는 애칭으로 부릅니다. 크리스트교가 십자가를 상징으로 하듯 이슬람의 상징은 달입니다. 전 국민의 90% 이상이 이슬람 신자라고 하는 터키의 국교는 공식적으로 없습니다. 1923년 터키 공화국이 탄생하면서 정치와 종교를 분리하고, 종교의 자유를 선포하여 이슬람을 국교로 하는 법을 개혁하였습니다. 하지만 아직도 이슬람의 영향이 정치에 많이 개입되는 상황을 볼 수 있습니다.
7, 국기와 버금가는 또 하나의 상징물
"튤립"과 "나자르 본주(Nazar Boncugu)"
국기와 함께 어디에서든 자주 접하는 상징이 바로 튤립입니다. 튤립하면 자연스럽게 떠오르는 나라 네덜란드. 그러나 튤립의 원산지는 중앙아시아 주변으로 터키의 튤립 사랑이 대단합니다. 왕관 모양의 튤립은 오래전 부터 터키왕실의 꽃이었습니다. 이 꽃이 유럽에 소개되자 인기가 하늘을 찔러 아주 비싼 값에 거래 되었다고 합니다. 약삭빠른 네덜란드에서 이를 대량 생산하여 이제는 튤립하면 네덜란드를 떠올리게 된 겁니다.
'나자르 본주(Nazar Boncugu)'는 “악마의 눈” (Evil Eye)이라고 해석되는 상징물입니다. 지금은 터키 국민의 90% 이상이 이슬람교를 믿지만 투르크족에게 이슬람이 전해지기 이전 중앙아시아에 퍼졌던 텡그리즘(Tengrism)의 영향으로 생긴 풍습이라고 하며 이 눈 모양의 문양이 강력한 주술로 다른 잡귀들을 도망가게 한다고 믿습니다. 이 나자르 본주는 부적처럼, 액운을 막아주거나 온갖 시기와 질투로부터 보호해준다는 의미가 있어 이 문양을 팔찌, 목걸이, 반지, 열쇠고리 등으로 만들어 몸에 지니거나 장식용으로 집안 곳곳에 그리거나 매달아 둡니다.
8. 식도락의 나라 터키
터키는 예로부터 농, 축산물이 풍부하기로 소문난 나라입니다. 지중해와 흑해를 면하고 있어 수산자원도 풍부합니다. 중국·프랑스 요리와 함께 세계 3대 요리의 하나로 꼽히는 터키 요리는 다양한 역사적·문화적 배경만큼 음식의 종류도 다양합니다.
케밥 [Kebab]
중동지역 어디에서든 볼 수 있는 케밥의 원산지가 터키라는 것을 아시는지요? 케밥의 원뜻은 "꼬챙이에 끼워 불에 구운 고기"요리입니다. 터키에는 이런 케밥의 조리 방법과 종류가 다양하여 지역마다 특색 있는 케밥을 맛볼 수 있습니다. 주재료는 양고기나 소고기, 닭고기 등이며 대표적인 케밥을 들라면 것으로 숯불 회전 구이 되네르(Döner) 케밥, 진흙 통구이인 쿠유 케밥, 꼬치구이인 쉬시(Shisi) 케밥 등입니다.
피데 [pide]
지금은 세계인의 음식이 된 피자의 원조가 터키라고 터키 사람들은 주장합니다. 이탈리아의 피자가 원형이라면 피데는 사각형에 가깝다는 것만 다르고 조리 방법은 똑같습니다. 물론 피데의 역사가 더 오래되었고 터키사람들은 이 사실을 자랑스럽게 말합니다. (분명 이탈리아 사람들이 이 말을 들으면 화 낼겁니다.) 같은 음식의 원조를 따지려면 언제 시작되었고 얼마나 보편적이냐가 중요합니다. 우리의 김치를 일본인들이 만들어 기무치라는 이름으로 수출을 한다고 김치 원조가 일본이 될 수는 없는 것과 같은 이유입니다.
로쿰 [lokum]
요즘 한국에도 '터키시 딜라이트'라는 이름으로 터키 과자 로쿰을 수입하는 곳이 있습니다. 터키나 유럽, 중동 지역을 여행하고 온 사람들의 입소문이 퍼져 로쿰의 인기가 늘어나는 추세입니다. 로쿰은 젤리와 비슷하지만, 한천을 쓰지 않고 식물성 녹말을 사용하여 덜 달고 식감이 더 부드럽습니다. 재료에 따라 다양한 색이 나올 뿐 아니라 투명한 성질을 이용하여 견과류를 넣어 먹기 아까울 만큼 예쁘게 로쿰을 만듭니다. 이 로쿰을 터키와 중동 사람들은 차를 마실 때 곁들이거나 후식으로 먹기 때문에 명절 때면 우리가 떡을 하듯 집에서도 만든다고 합니다.
커피, 카페 [Coffee, Cafe]
커피의 원산지는 아프리카 북부지역, (에티오피아, 시리아) 부근이라고 합니다. 이 커피를 본격적인 음료로 발전시켜 유럽 대륙으로 전파한 나라가 바로 터키입니다.
확인된 바 없지만 그럴듯한 이야기 한 토막….
오스만 트루크 제국 시절 유럽 사람들은 오스만 트루크가 치가 떨리게 무섭고 싫었습니다. 헝가리까지 밀고 들어 온 제국 군대가 비엔나를 근간에 두고 대치하던 상황에서 대전투가 벌어지고…. 트루크 군이 급히 퇴각하고 난 자리에 이상한 검은 포대가 여러 개 있었답니다. 처음 보는 신기한 검은 알맹이에서 향기로운 냄새가 났지만 어떤 용도인 도무지 알 수 없어 포로를 잡아 이 물건의 정체를 밝혔습니다. 이때 처음으로 커피를 접한 합스부르크제국 고위층은 향은 좋지만, 맛이 너무 쓴 커피를 좀 더 쉽게 마시기 위해 설탕과 우유를 첨가하고 특별한 음료로 발전시켰답니다. 워낙 구하기 어려운 커피는 일반인이 마시기엔 너무나 사치스러운 음료였지만 그럴수록 유행은 더 빨리 퍼지고……. 이런 스토리로 원수 같은 터키가 전해 준 커피가 유럽을 휩쓸었다는 이야기가 있습니다. 아무튼, “카페”라는 단어의 어원도 터키의 카베 카네 (Kaveh Kane)에서 나왔습니다.
터키식 커피는 우리가 마시는 방법과는 조금 다릅니다. 조그만 냄비에 곱게 간 원두와 설탕, 물을 한꺼번에 넣고 숯불 위에서 끓여낸 후 거르지 않고 그대로 마십니다. 커피 가루의 양과 설탕, 물, 숯불의 세기, 끓이는 시간 등 수많은 변수로 인하여 터키의 커피는 그 맛이 무척이나 다양하고 또 어려워, 커피를 잘 끓이는 사람은 장인의 대접을 받는다고도 합니다. 간 원두를 그대로 끓이기 때문에 마시고 나면 항상 검은 커피가루가 잔에 남게 되는데 이 찌꺼기로 터키 사람들은 점을 칩니다. 심심풀이로 하는 점이지만 터키에 가서 커피를 마시고 나서 잔을 뒤집어 나타나는 문양으로 앞일을 점을 쳐보는 것도 여행의 재미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