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의 대자연
중국에는 이런 말이 있습니다. '황산을 보고 나면 다른 산을 보지 않고, 구채구의 물을 보고 나면 다른 물을 보지 않는다.' '장가계는 산의 비경, 구채구는 물의 비경' ‘거대한 중국 땅 중 산수가 가장 뛰어난 곳은 사천성, 그중에 보석은 단연 구채구와 황룡’
이렇게 유명한 구채구가 지금부터 40년 전에는 아무도 그 자체를 몰랐다니 신기한 일입니다. 호수나 산이 갑자기 솟아오르는 화산 같은 존재가 아닐진대 최근에야 이런 비경이 발견되는 것을 보면 중국이라는 나라가 정말 넓긴 넓은가 봅니다.
구채구를 지상 최고의 물이라고 부르는 데는 절대로 찬성할 수 없습니다. 백담사, 뱀사골, 구천동…. 우리나라 계곡도 정말 멋진 곳이 수도 없이 많습니다. 하지만 한 장소에 호수와 폭포가 뒤엉켜 거대한 군락을 이룬 신기한 장소를 꼽는다면 단연 최고라고 인정할 만합니다. 이곳은 한국에서 보는 계곡의 역동적인 분위기와는 사뭇 다른 특이한 곳이란 느낌이 듭니다. 호수와 폭포가 뒤섞여 있음에도 매우 차분하고 정적인 느낌입니다. 물이 흐른다는 느낌보다 잘 꾸며 놓은 정원을 보고 있는 느낌…. 그래서 독특하고 신비합니다.
우리나라에 구채구가 알려지기 시작한 것은 2003년, 구채구와 황룡 중간 지점인 천주사에 "구황공황"이 개통되면서 비교적 접근이 쉬워진 이후부터입니다. 예전에는 성도나 광원에서 비포장 길을 이틀에 거쳐 가야 했지만, 이제는 성도-구채구간의 도로가 완전히 포장되어 버스로 8시간 정도면 비교적 편히 갈 수 있는 육로 길도 새로 열렸습니다. 이제는 구채구가 멀고 먼 신비의 땅이 아니라는 뜻입니다.
구채구와 황룡은 1992년, 유네스코에서 인류가 보존해야 할 자연 유산으로 지정하였습니다. 환경 보호를 위해 구채구 내에서는 천연가스를 사용하는 셔틀버스 외에 일반 차량은 통행금지 되고 담배도 피울 수 없는 곳입니다. 아울러 구채구와 황룡의 입장료는 중국 내에서 가장 비싼 곳 중에 하나가 되었습니다. 두 곳을 다 돌아보자면 현재 시세로 약 105,000원 정도의 입장료를 지급해야 합니다.
◐ 구채구 입장료와 셔틀 요금
입장료 : 4월~11월 15일:220元 / 11월 16일~03월:80元
구채구내 셔틀버스 : 04월~11월 15일:90.00元 / 11월 16일~03월:80.00元
◐ 황룡 입장료와 케이블카 요금
입장료 200元 , 케이블카 상행 80元
그래도 이곳은 입장료가 비싸다는 생각이 들지 않는 곳입니다. 입장료를 허투루 쓰지 않고 잘 관리하여 후세까지 길이 보존해 준다면 인류를 위해 오히려 고마운 일이 분명합니다.
구채구와 황룡은 120Km 정도 떨어져 있지만, 이동 시간은 3시간 반 정도가 소요됩니다. 구채구의 해발 고도가 2,200m 정도부터 시작되고 황룡을 가는 길에 4,000m대의 설보정 고개를 넘어야 하므로 소요시간이 많이 걸립니다. 당연히 이 길에서 보는 사천성 풍광은 장관입니다. 다만, 3,000m 이상 고산지대를 이동하게 되므로 고소증에 대한 대비를 미리 해두는 것이 좋습니다.
구채구 보는 법
구채구는 크게 Y자형으로 구분됩니다. 큰 산을 가운데 두고 두 개의 깊은 계곡이 합해져 하나가 된 다음 입구까지 한 가닥의 길이 나 있습니다. Y자의 맨 아래쪽을 구채구 입구라고 보면, Y자의 왼편 끝은 해발 3,100m 장해(長海), 오른편 끝은 해발 2,650m 원시 삼림입니다. 가운데 꼭짓점 부분은 거대한 낙일랑 폭포와 만남의 장소가 있습니다.
이곳을 효율적으로 보려면 일단 입구에서 셔틀버스를 타고 Y자의 한쪽을 선택하여 끝까지 가서 내린 다음 낙일랑폭포 까지 내려오면서 보고 다시 반대편으로 올라가서 내려오면서 보아야 합니다. 이틀에 거쳐 천천히 보는 것이 무엇보다 좋고, 부지런히 움직이면 하루에 다 보는 것도 불가능한 일은 아니지만, 절반은 차창 관광으로 끝낼 각오를 하고 부지런히 움직여야 합니다.
구채구의 하이라이트
구채구는 어느 곳이든 다 볼만합니다. 하지만 하루만 시간이 난다면 아래 서술한 몇 곳의 포인트는 놓치지 않고 셔틀에서 내려 돌아보아야 합니다.
중요 포인트는 장해, 오채지, 오화해, 진주탄 폭포, 낙일랑 폭포, 수정폭포와 수정군해입니다.
구채구의 개요
Y자의 왼편 끝은 해발 3,100m 장해(長海), 장해는 구채구 안에서 가장 높은 곳에 있는 호수입니다. 이름처럼 크고 신비스럽습니다. 그 바로 아래편이 작지만, 물의 색이 세상에서 가장 아름답다는 오채지가 있습니다. 이곳은 작은 호수 안에 다섯 가지 물 색깔을 한꺼번에 볼 수 있는 곳입니다. 왼편은 이 두 곳이 다라고 봐도 되지만 장해가 높은 곳에 있어 차로 가도 시간이 오래 걸립니다.
Y자의 오른편 끝은 해발 2,650m 원시 삼림입니다. 이곳에서 내려오는 길부터 수십 개의 아름다운 호수와 폭포가 나열되어 있습니다. 백조의 호수라 불리는 천아해(天鵝海), 대나무 화살을 닮은 전죽해(箭竹海), 팬더곰이 살았다는 팬더해, 물에 잠긴 나무가 신기한 오화해, 진주를 굴리는 듯한 진주탄 폭포, 수면이 맑고 깨끗하다고 하는 경해(鏡海)등이 대표적인 볼거리입니다.
Y자의 가운데 부분은 구채구 내에서는 큰 폭포가 있는 낙일랑입니다. 이곳이 바로 구채구의 배꼽에 해당하는 곳입니다…. 삼거리 낙일랑 폭포부터 Y자의 제일 밑 부분인 구채구 입구까지 가는 길 아래쪽으로는 수정 폭포와 수정군해(樹正群海)라 불리는 호수의 군락과 9개의 장족 마을 중 유일하게 남아있는 마을이 있어 이곳에서 하룻밤 머물거나 기념품을 살 수 있습니다. 그 아래 입구 쪽으로 내려오면서 서우해(犀牛海), 와룡해(臥龍海), 화화해(火花海), 분경탄(盆景灘)등이 있습니다.
구채구 내의 이동수단
구채구 내에서는 전용 셔틀버스만 운행할 수 있습니다. 수십 대가 수시로 운행되기 때문에 다음 장소로 이동하는 대는 별 불편이 없습니다. 다만, 구채구 최대 성수기인 추석 연휴 무렵에는 대기 시간이 길어진다는 점을 염두에 두어야 합니다. 일반인을 위한 큰 버스 외에도 단체 관광객들이 주로 이용하는 마이크로버스도 많습니다. 개인은 어떤 버스를 타도 무방하고, 모든 차에 가이드가 있으므로 중국어가 되는 사람은 이 지역의 설명과 안내를 덤으로 들을 수 있습니다. 지정된 정류장에서는 마음대로 타고 내릴 수 있고 별도의 표 검사는 웬만하면 하지 않는 편입니다.
셔틀버스가 운행되는 큰길을 벗어나면 모든 길이 트레일로 되어있습니다. 이런 길 때문에 인공적인 느낌이 들어 싫다는 분도 있지만, 영구적인 자연 보호를 위해 잘한 일이라고 생각됩니다. 중국의 관광지가 워낙 붐벼서 이른 시일 내에 천연가스 버스조차 전기 버스로 대체해야 이곳이 살아남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구채구내의 편의 시설
구채구 안에는 두 곳의 편의 시설이 있습니다. 한 곳은 낙일랑 폭포 주변이고 또 한 곳은 수정폭포 주변입니다. 이곳에는 식당과 기념품점, 휴게실, 흡연실이 설치되어 있으므로 식사를 하거나 휴식을 취하기에 불편함이 없습니다. 트레일 주변에 간단한 스낵과 음료를 파는 곳은 몇 곳 있지만, 값이 상당히 비싼 편이어서 가능하면 밖에서 음료수와 간식거리를 미리 준비하여 쉼터에서 오붓하게 즐기는 것도 좋은 방법입니다.
황룡 보는 법
황룡의 규모도 만만치 않게 큰 편입니다. 해발 3,100m대 황룡 입구에서 해발 3,550m 오채지 까지 왕복 7Km 정도를 도보로 올라갔다 내려올 수 있지만, 고도가 높으므로 올라가는 길은 케이블카를 타고 천천히 걸어서 내려오는 것을 권하고 싶습니다. 케이블카가 황룡의 경관을 헤치지 않는 곳에 있어 종착지에서 오채지까지 걷는 거리도 만만치 않은데 비교적 평탄한 지대를 이동하고 이쪽에서 보는 경관 역시 훌륭하기 때문입니다. 황룡은 한줄기 계곡을 따라 볼거리가 있으므로 특별히 길을 잃을 염려는 없습니다.
황룡이나 구채구는 석회암이 풍부한 카르스트 지형입니다. 구채구는 수량이 풍부하여 탄산칼슘 퇴적이 잘 이루어지지 않았지만, 황룡은 물의 양이 적고 흐름이 완만하여 평평한 곳에서는 다랑논을 연상시키는 모습으로, 굴곡진 곳에서는 석회 동굴의 내부처럼 다양한 모습을 보여 줍니다. 어떤 곳은 사금이 섞여 있는 듯, 황금가루를 뿌려둔 곳 같은 기묘한 곳도 있습니다. 터키의 파묵칼레도 이런 지형인데 황룡은 누렇고 파묵칼레는 백색인 점이 다릅니다. 아무튼, 이 두 곳은 물의 보석이라고 불러도 될 만큼 투명하고 신비한 색이 납니다.
황룡 구채구 가는 법
가장 쉬운 방법은 패키지여행을 신청하는 방법입니다. 요즘은 이 두 곳을 묶어 다양한 상품이 나옵니다. 항공편 사정상 4박 6일 코스가 주종이며 성도나 중경을 거칩니다. 다만, 황룡과 구채구의 고도가 높은 편이어서 항공편을 이용하여 다음 날 바로 황룡을 방문하는 상품보다 육로로 천천히 이동하는 상품을 이용하는 것이 바람직합니다. 성도에서 구채구 까지 이동하는 동안 주변 경관이 변화무쌍하여 지루하지 않으며 이렇게 이동해야 고소 증세를 완화할 수 있습니다. 6일 일정에서 낙산이나 아미산을 포함하여 너무 바쁜 일정으로 짜인 상품 역시 피하는 것이 좋습니다. 성도를 보고 구채구와 황룡만 다녀와도 4박 6일이 벅차기 때문입니다.
교통편
인천 - 성도 구간은 아시아나항공과 사천 항공이 번갈아 운항합니다.
성도 - 구황 공항 국내선 항공은 매일 여러 차례 오가며 (비행시간 한 시간 소요) 성도 신남문 버스터미널에서 구채구행 버스가 새벽부터 운행됩니다. (이동시간 8~10시간 소요)
구채구의 나이트라이프
구채구는 유명한 관광지답게 호텔 시설이 잘되어 있습니다. 저녁나절 여러 호텔에서 앞다투어 장족 전통 공연을 합니다. 예약 가능하나 붐비는 때가 아니면 당일 현지에서 표를 구하기에 어려움이 없습니다. 호텔마다 공연이 비슷하여 어떤 극장을 선택해도 문제가 없지만 가능한 큰 극장을 예약하는 것이 질적인 면에서 더 나을 것 같습니다. 공연 시간은 여흥을 포함하여 2시간가량이며 재미도 있고 티베트 문화를 이해하는 데 도움이 됩니다. 산행에 지친 발을 마사지를 받아 보는 것도 중국 여행의 매력 중 하나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