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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utbia 김흥수 Mar 23. 2017

티베트에서 네팔까지,
이름처럼 아름다운 "우정공로"

티베트, 네팔

우정공로 Friendship Road!! 도로 이름이 아주 멋집니다. 티베트의 수도 라사에서 네팔의 수도 카트만두를 연결하는 도로 이름입니다. 공식적인 거리는 920Km, 가는 길에 암드록쵸 호수와 에베레스트 베이스캠프를 들른다면 1,100Km는 족히 되는 거리입니다.


두 나라 수도를 연결하는 길이라 그럴듯하리라 예상하시면 OTL. 도로 상황의 문제도 있지만 라사의 고도 3,600m, 이 길의 가장 높은 라룽라 고개가 5,120m, 카트만두 고도 1,300m. 3,800m의 고도차를 보이는 길이 만만할 리가 있겠습니까?


이 길을 가려면 대중교통이 불편하여 라사에서 국경도시 장무까지 여행자들 서너 명을 모아 랜드 크루저를 전세 내는 방법을 주로 이용합니다. (예전엔 카트만두-라사 구간의 버스가 1주에 한두 번 운행했는데 지금은 운행 중지 중) 루트만 이해하고 그냥 라사에 도착해도 문제가 별로 없습니다. 라사엔 워낙 이 길을 가려는 사람들이 많아서 쉽게 동행을 만납니다. 돈이 덤비는 분이라면 랜드 크루저 한 대를 통째로 빌려 유유자적하시면 더 좋겠죠…?^^



암드록쵸 호수와 에베레스트 베이스캠프를 둘러보고 카트만두까지 가려면 통상 4일은 족히 걸립니다. 베이스캠프 1박을 안 하고 바로 가도 최소 3일이 소요되고요. 중국 측은 길을 잘 포장되어 몇몇 구간을 빼면 길이 비교적 좋은 편입니다. 그러나 네팔 쪽 길은 카트만두 근교까지 형편이 좀 어렵습니다. (시속 20Km) 그래도 우리나라에서 볼 수 없던 장엄한 풍광을 보며 아슬아슬 곡예를 즐기시다 보면 - 고소증까지 겹치면 대박- 하루가 금방 지나갑니다. 엉덩이뼈는 좀 아프시겠지만.


이 길의 아름다움도 설명하기 어렵긴 마찬가지입니다. 세상에서 가장 높을 산을 코앞에서 본다는 의의도 있지만 가는 길에 만나는 압도적인 풍광은 영원히 잊지 못하시리라 장담합니다. 그리고 이 길은 제가 소개하는 다른 길보다 의외로 접근이 쉽습니다.



[ 암드록쵸 (羊卓雍錯): Yamzho 호수 ] 


티베트에선 지명을 딱히 어떤 놈을 써야 할지 참 헷갈립니다. 티베트어가 따로 있음에도 중국 님들은 한자를 차음하여 사용하고 양코쟁이님 들은 지들 부르기 좋은 방식으로 표기하여 혼란스러운 경우도 많습니다. 기준이 모호하여 그냥 우리나라에서 많이 쓰이는 지명을 사용하니 이해 바랍니다. 암드록쵸의 쵸가 호수를 뜻하는 말이라 암드록 호수가 바른말이지만 암드록쵸 호수라고 통칭을 합니다. 이 호수는 우정 공로를 약간 벗어나야 있지만, 우정공로를 가면서 이곳을 안 들르면 섭섭해집니다.



티베트에는 정말 호수가 많습니다. 고산분지 형태의 지역이 많아 물이 빠져나갈 곳이 없어 생긴 호수들입니다. 암드록쵸는 한마디로 정의하면 물빛이 너무도 신비로운 호수입니다. 보는 순간 물이 아닌 커다란 터키석이 생각나더군요. 지금껏 보아왔던 호수들과는 무언가 다른 느낌이었습니다. 영험한 기운이 느껴진다고 하는 편이 좋겠습니다. 역시나 티베트 사람들도 이 호수를 예사롭게 보지 않았나 봅니다. 남쵸, 마나사로바, 암드록쵸를 3대 성호로 숭배합니다.



이 호수를 가는 길도 그리 만만치 않습니다. 라사를 벗어나 공항 쪽으로 가는 라사 강 (야루짱부강의 지류)을 따라가다 산길로 접어듭니다. 힘겹게 깜빨라 고개를 넘을 때까지 산 위에 호수가 있으리란 예상을 하기 어렵습니다. 큰 고개를 오르면 설산에 둘러싸인 호수가 나옵니다. 차가 지나온 곳의 고도는 4,794m입니다. 호수가 상당히 크고 복잡하게 구성되어 다 돌아보기엔 무리입니다. 호수 지대는 해발 4,400m, 면적은 640㎢에 달하여 대부분 뷰포인트에서 전망을 보고 내려옵니다. 멀리 보이는 큰 봉우리는 해발 7,191m의 노진캉창산입니다. 라사 시내에서 이곳까지 오는데 1시간 반에서 2시간 정도 소요됩니다.



[ 시가체 日喀則 . Shigatse ]


시가체는 티베트 제2의 도시입니다. 라사에서 우정공로로 270Km 떨어져 있고, 인구는 대략 10만 정도로 추산합니다. 라사보다 한족들이 덜 이주하여 티베트의 진정한 도시 모습이라고 하지만 이곳 역시 개발이 빠르게 진행되어 고층 건물이 많이 보입니다.


시가체는 예로부터 판첸라마가 다스리던 지역의 수도입니다. 판첸라마와 달라이라마에 얽힌 이야기를 드리면 아주 복잡한데요. 쉽게 이해하자면 티베트 불교는 종교 지도자가 정치 지도자이기도 합니다. 달라이라마는 최고의 승려이며 동시에 왕과 같은 존재죠. 판첸라마는 그 두 번째 서열이라 보시면 되겠습니다.



땅 넓고 교통이 불편한 티베트를 달라이라마 한 분이 다스리기엔 무리가 따르자 오래전부터 서부 지역은 판첸라마가 관리했습니다. 중국의 티베트 점령 이후, 지금의 달라이라마는 (14대 텐친가쵸) 티베트를 떠나 인도 다람살라에 망명 중이시고 중국 측이 내세운 11대 판첸라마 기알첸 노르부가 티베트 불교를 대표합니다.


중국 정부는 사원과 집에서 달라이라마의 초상을 내 거는 것을 법으로 금지하고 있습니다. 사원에 돌아가신 10대 판첸라마의 초상을 모신 곳이 많은 이유는 이렇게 아픈 뜻이 있습니다. 시가체에 있는 타쉬룬포 사원은 판첸라마의 궁전 겸 사원으로 유명한 곳입니다. 대표적인 볼거리는 85kg의 금과 보석으로 장식된 11m 높이의 판첸라마 4세 영 탑과 27m 높이의 티베트 최대 청동 미륵불상이 있습니다.



E.B.C 가는 길


첫날은 암드록쵸와 시가체를 거쳐 라체 부근에서 일박하게 됩니다. 어디에 묵을지는 기사 맘입니다. 가능한 에베레스트 베이스캠프 입구가 가까운 지역까지 가서 일박한다면 다음 날이 좀 더 수월해지겠죠?




[ 초모랑마 ]


티베트인들은 에베레스트를 "대지의 여신"이라는 뜻으로 "초모랑마"라고 부릅니다. 네팔에서는 같은 뜻으로 "사그라마타"라 부르며 중국인들은 티베트어를 음차하여 주무랑마(珠穆朗瑪) 라고 씁니다. 에베레스트는 이 산이 세계에서 가장 높다는 것을 밝힌 측량기사의 이름입니다.



라체 근방에서 일박하고, 에베레스트 지역의 출입을 관리하는 사가에 도착하여 입산료와 차량 통행료를 내야 합니다. 근처에서 점심을 해결하고 이 길에 가장 높은 고개인 라룽라 고개를 넘어 한참을 내려갔다가 또다시 비슷한 높이의 고개 하나를 더 넘어야 에베레스트 베이스캠프 근처 롬복 사원에 도착합니다.



롬복 사원은 해발 고도 5,100m가량 세상에서 가장 높은 곳에 있는 라마사원일 겁니다. 차는 여기까지만 통행할 수 있습니다. 이곳에서 50위안을 내면 조랑말이 끄는 마차로 8Km 떨어진 베이스캠프에 데려다줍니다. 가격은 왕복인데요…. 당일 유효하다는 표를 줍니다. (다음날 내려오면 또 돈을 내야 한다고 하더군요) 마차를 타도되지만, 이곳까지 왔으니 천천히 도보 여행해도 좋습니다.



조금씩 자라는 세계 최고봉 에베레스트

에베레스트는 측량 방법에 따라 높이의 차가 약간 있습니다. 현재 세계에서 공식적으로 인정하는 높이는 8,848m이지만 1999년 12월 미국 지리학회에서 인공위성 GPS 등, 최신 관측 장비를 동원하여 측량 자료에 따르면 이 산의 실제 높이가 8,850m라고 발표했습니다. 하지만 측량 방법에 따른 오차가 존재한다는 이유로 학회에서 공식 인정은 하지 않고 있습니다.


지금도 일 년에 1mm 이상 크는 이 산은 태곳적엔 바다 밑에 있었습니다. 1년에 1mm씩 산이 큰다면 수면에 있는 산이 8,848m가 되는 데 걸리는 시간은 대충 8억 5천만 년이 걸립니다. 몇억 년 동안 진행되는 인도판이 유라시아판을 밀고 올라오는 현상이 히말리아 산맥을 만들어 냈고 그 중심에 에베레스트가 있습니다. 이 속도로 계속 에베레스트가 높아진다면 서기 1억 5천만 년 무렵에 지구 위에 가장 높은 산의 기록은 1만 m를 넘게 됩니다.^^


[ 팅그리 ]


롬복 사원에서 팅그리까지 가는 길은 완전 오프로드입니다. 좋은 길로 가지면 라체 방면으로 왔던 길을 돌아나가야 하므로 팅그리로 가는 비포장 지름길을 이용합니다. 이 길로 가야 황량하지만 아름다운 티베트의 모습을 마지막으로 눈에 담을 수 있습니다.



베이스캠프는 5,100m, 팅그리의 고도는 4,400m, 장무는 2,300m. 몇 시간 만에 거의 3,000m를 내려옵니다. 허풍을 좀 치면 달나라에서 지구로 귀환하는 느낌…. 황량한 사막 풍경이 니알람을 지나자 갑자기 열대 우림으로 돌변했습니다. 건조하던 공기가 촉촉한 느낌으로 다가옵니다. 심호흡하면 가슴이 뻥 뚫립니다. 맛없던 담배 맛이 다시 살아났습니다.^^




[ 장무 ]


니알람을 지나면서부터 만년설 녹은 물이 길을 잃고 떠돌다 곳곳에 폭포를 만듭니다. 지나가는 길도 아슬아슬 비가 와도 이 길을 통행하기 어렵게 생겼습니다. 장무는 협곡의 중턱에 위태롭게 서 있는 도시입니다. 첩첩산중 갑자기 나타난 고층 건물이 비현실적인 생각이 들게 합니다. 멀리서 보면 그나마 예쁜 모습이 가까이 다가갈수록 어수선하여 정 부치기 어려운 곳이 분명합니다.



기사가 소개해준 무늬만 호텔에서 하룻밤을 자고 (부족하지만 있을 건 다 있는) 아침부터 서둘러 국경 문이 열리기를 기다립니다. 많은 차량과 사람들이 엉켜서 오로지 한 길밖에 없는 외길이 시장통처럼 바글거립니다. 예비 국경을 넘어 빵차를 타고 한참을 내려와 조금 걸어가 다리를 통과하면 이제 티베트 땅은 끝이 납니다.



[ 코다리 ]



다리 하나 사이로 세상이 완전히 달라졌습니다. 중국이 얼마나 잘 사는 나라인지 이 다리를 건너보면 압니다. 네팔 국경은 한 나라를 대표하는 장소라는 생각이 전혀 들지 않습니다. 70년대 우리의 시골 동사무소 분위기…. 당연히 일 처리도 더뎌서 인내심을 가지고 기다려야 합니다. 그래도 빡빡하지 않아 이런 분위기가 좋습니다.

장무 2,300m, 코다리 1,800m, 보테코시강 850m. 네팔 국경을 통과하고 조금 이동하여 보테코시강 근처에 내려와 점심을 먹었습니다. 오늘은 별 움직임도 없이 반나절을 보내고 1,500m를 내려왔습니다. 이곳에서 카트만두까지 다시 꼬불꼬불 오르막 내리막하며 세월아 네월아 달려갑니다. (그래 봐야 평균 시속 20~30Km) 아무리 늦어도 이른 저녁 전에 카트만두에 도착하겠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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