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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utbia 김흥수 Mar 18. 2017

고난의 길,
천서초원과 동티베트

사천성, 아바자치주, 동티베트

샹그릴라 여행 중 계획에 없던 루트로 사천성으로 넘어오면서 리탕이라는 동내를 지나다가 "다음 여행지는 이곳"이라고 생각한 곳이 있었습니다. 잠시 그때의 글을 돌아보고 이야기를 진행하겠습니다. 


리탕…. 이곳은 지금까지 황량한 풍경과 너무 대비되는 지형이라 또 한 번 놀랐습니다. 이렇게 높은 곳에 이런 초원이 자리 잡을 수 있을까? 나무 한 그루 없이 끝없이 펼쳐진 초원, 저 멀리 만년설에 덮인 산. 이따금 방목한 말들이 -소나 야크인지도 모름- 풀을 뜯는 모습은 평화로움 그 자체입니다. 돌아와서 자료를 찾아보니 리탕은 중국 내에서 가장 높은 곳에 있는 마을이랍니다. (해발고도 4,000m~4,200m) 이곳을 스쳐 지나가며 사진을 제대로 찍지 못해 성도(成都)에서 눈에 익은 풍경 엽서를 몇 장 샀습니다.



당연히 리탕인 줄 알았는데 훨씬 북쪽에 있는 川西草原이라 불리는 엄청난 규모의 대평원이었습니다. 재작년 샌프란시스코의 Sheena 님이 보내준 중국 영화 한 편이 자꾸 생각났습니다. "천국의 골짜기(天谷)"라는 제목으로 중국 혁명기에 당의 명령으로 변방에 보내진 여학생 이야기였습니다. 온전히 이해를 못 했지만, 비련의 사랑 이야기와 숨 막히게 아름다운 자연이 잊히지 않는 영화였습니다. 이 영화를 볼 당시에는 중국에 대한 관심이 별로 없어 로케이션 장소가 그저 티베트 어디쯤이겠지 하고 잊고 있었습니다. 리탕에서 "天谷을 찍은 곳이 이곳이 아닐까?"라는 생각이 자꾸만 들었던 것으로 보아 제 생각이 맞는다면 이 영화의 무대는 리탕과 닮은 川西草原이 분명할 것 같습니다. 


영화에서 본 모습이 이런 풍경... 이 사진은 천서초원이 있는 황화제일구곡만입니다.


리탕에는 큰 강이 없었습니다. 엽서에 보이는 강과 비슷한 풍경을 영화에서 본 기억이 납니다. 이 글을 쓴 이후 일 년간 천서초원이 눈앞에 아른거렸습니다. 루트를 짤 때, 지도를 보면서 감숙성 란주에서 사천성 성도까지 육로로 갈 수 있으면 정말 좋겠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역시나 이런 생각을 저만 한 것이 아니었더군요. 아닌 정도가 아니라 이 루트가 배낭여행자들에게 거의 바이블처럼 알려졌었습니다. (나만 몰랐었다는….) 그만큼 이 길이 여행자들에게 매력이 있었나 봅니다. 힘든 만큼 이 길을 통과한 거의 모든 사람이 좋았다는 말을 했습니다.



첫 번째 여행


샤허는 이 루트를 따라가는 중간에 약간 옆길로 새면 있는 동네입니다. 사천의 명물 구채구와 황룡도 이 길에서 잠시 옆길로 새면 나오게 되니 일석삼조죠. 이 길은 이제 포장이 완벽하게 마무리되어 접근이 쉬워졌습니다. 2003년 이 길을 처음 갔을 땐 정말 험난했습니다.



대충 이 길을 가는 방법을 말씀드리자면 단순히 길만 따라가는 일정입니다) 첫날 란주 - 린샤 - 샤허  ,  둘째 날 샤허- 허주오- 랑무스  ,  셋째 날 랑무스- 루얼까이- 송판  .  넷째 날 송판 - 도강언 - 성도 이렇게 줄곧 차를 타고 가도 꼬박 4일에서 5일 걸립니다. 성도에서 란주까지 간다면 역순으로 생각하면 되겠습니다. 시간이 넉넉하다면 숙박 시설이나 주변 경관이 모두 괜찮아서 린샤, 허주오, 홍원, 루얼까이, 천주사, 송판…. 어디서 묵더라도 걱정할 이유가 별로 없는 곳입니다.



이 길에서 만나는 풍경 중 하이라이트 지역을 아바자치구라 부릅니다. 자료에 보시는 지도 중 초록색 부분이 천서북 대초원입니다. 이 초원은 해발 3,000m가 넘는 곳에 있으며 한나절을 달려도 끝이 보이지 않을 만큼 장쾌한 평원이 이어지는 멋진 곳입니다.



두 번째 여행


다시 이곳을 방문하면서 썼던 여행기를 올려 봅니다.

여행기 쓴 시기가 달라 말투가 달라진 점 이해 바랍니다.^^


대초원의 아침은 늘 상쾌하다. 창문을 열자 서늘한 바람이 불어온다. 어제저녁 방에 히터가 들어왔다. 해발 3,200m 홍원은 여름에도 밤이 되면 히터를 틀어야 할 만큼 기온이 내려간다. 3년 전 랑무스에서 떨던 생각이나 혼자 웃었다. 오후엔 사천의 끝자락 랑무스에 도착할 것이다. 아쉽게 스쳐 지나갔던 대초원을 이번엔 꼼꼼히 볼 수 있다는 기대감에 부풀었다. 


[ 황화구곡 제일만 ] 



천서북대초원에서 발원한 물이 민강을 통하여 장강으로만 흘러가는 줄 알았는데 이곳에 황하의 원류도 있다는 사실을 이번에 알았다. “장강 물 마시고, 황하의 물고기를 먹는다.” 멋진 시구다. 장강과 황하에 발을 적셔 본 사람이라면 장쾌한 두 강이 나란히 흐르는 이곳의 감회가 얼마나 남다를지 알 것이다. 


운남성 리장에서 중디엔 가는 길에 “장강 제일만”이 있다. 티베트고원에서 발원한 물줄기가 그곳에서 처음으로 크게 대회전을 하는 것이다. 강의 이름은 금사강. 우리가 열심히 따라온 민강과 합하여 장강이라는 이름을 얻고 만 리를 더 흐르면 바다에 도달한다.


월량만


해발 3,500m 높이에 끝없는 대초원이 펼쳐진다는 것을 상상해 본 적이 있는가? 이곳에서 발원한 물줄기가 중원을 적시는 두 강의 모태가 되고 “황하구곡제일만”은 아홉 번 휘돌아 나가는 물줄기의 첫 번째 구비라는 뜻이다. 이름조차 참 멋스럽다.


[ 랑무스 ] 


오후 4시 랑무스에 도착했다. 3년 전 이 길은 온통 파헤쳐져 있었다. 이제는 모두 포장되어 시원스럽게 평원을 질주할 수 있어 너무 좋다. 단 한 곳 랑무스 입구 터널이 아직 개통되지 않아 한 시간 가량 산을 돌아 내려왔다. 이 터널이 완공되는 다음 달쯤부터는 랑무스 가는 길이 정말 편할 것 같다.


들뜬 마음에 도착한 랑무스 읍내는 온통 공사판이 되어있었다. 예전의 차분한 모습은 볼 수 없고 쓰레기가 사방에 널려있다. 도로 공사가 끝나자 이번에는 시내 정비를 시작했나 보다. 참으로 대단한 중국이 아닐 수 없다. 일정을 바꾸어 천장 터부터 먼저 올랐다.


아침엔 상태가 좋았는데 오후부터 점점 몸이 가라앉았다. 예전엔 해발 3,500m 정도에서 이렇게 힘들지 않았었다. 아마도 몸살이 나나 보다. 8위안에 흥정하여 말을 탔다. 악다구니 같은 꼬마들이 벌 떼처럼 달려든다. 앞으로는 랑무스에서 사람 냄새를 기대하긴 어렵겠다. 관광지로 변하는 과정을 이 마을도 호되게 겪고 있다. 



내려올 때도 말을 탔다. 몽골에서 혼자 말을 타고 달린 이후부터 말 타는 일이 아주 재밌다. 그런데 몸 상태가 정말 아니올시다 다. 한기가 들고 떨려온다. 저녁을 사양하고 숙소로 들어와 이불을 뒤집어쓰고 누웠다. 끙끙거리다 새벽에 눈을 뜨니 시트가 축축하다. 뜨거운 물에 샤워하려고 꼭지를 틀자 찬물만 나온다. 음~ 여긴 대도시가 아니다. 아침엔 몸이 나아지길 기대하며 시원한 포도로 목을 축이고 다시 잠자리에 들었다.


걱정과 달리 거뜬하게 일어났다. 몸을 추스르고 보온 통에 뜨거운 물을 얻어 머리를 감고, 아침 식사를 했다. 전형적인 중국풍 아침이다. 만터우 하나, 쌀죽 한 그릇, 땅콩과 절인 채소 약간, 달걀 한 개. 더 이상 무얼 바라겠는가? 랑무스에서 루얼까이 평원을 거쳐 천주사 (촨쥬스)로 가는 길도 일부 구간을 제외하면 거의 포장이 되어있다. 내년쯤 이곳을 찾는 여행객들은 편한 길을 반나절에 주파할 수 있겠다.


[ 화호 ] 


루얼까이에서 점심을 먹고 “화호”를 들렀다. 이번 여정에서 제일 기대했던 곳이 바로 이곳이다. 아바자치구를 처음 찾는 사람들은 산세가 수려한 황룡과 구채구에 대한 기대가 크겠지만 나는 플로리다 에버글레이드 국립공원에서 받았던 충격을 다시 한번 느껴보고 싶었다. 화호는 평원의 늪지대 일부를 관광지로 개발한 곳이다.



역시 화호는 기대를 저버리지 않았다. 자로 잰 듯 일직선으로 곧게 뻗은 초원과 경계가 없는 습지. 잘 다듬은 트레일을 따라가는 길은 콧노래가 절로 나온다. 이곳에 철새가 날아든다면 엄청난 관광자원으로 발전할 것이다. 너무 높은 곳이라 새가 살지 못할까? 갈대 속에서 오리 때를 발견하지 못해 조금은 아쉽다. 들꽃이 만개하는 초여름 모습을 상상하니 가슴이 두근거렸다. 다시 와야 할 곳 명단에 살며시 올려놓는다.


구채구로 넘어가는 이 여행기는 이것으로 줄이고 아바 자치주의 옆 동네, 리탕이 있는 동티벳의 시작점 감채주(깐쯔)의 여행기를 더 올려 봅니다. 이 길 역시 가 볼 만한 가치가 충분히 있습니다.




또 다른 루트, 고난의 길 동티벳


이번에는 성도에서 동티베트 감채주(깐쯔)로 이어지는 다른 루트입니다.
이 길도 험하지만 아름답습니다. 


[성도에서 단빠까지]

아침 5시 반 기상, 6시 식사, 7시 출발~~~. 오늘은 갈 길이 멀다. 그러나 이번 팀은 공항에서부터 친근하다. 여행 동호회라는 교집합이 쉽게 마음을 열게 하고, 모두 계란 한판 이상이라 서로를 이해하는 폭도 넓다. 마음 가벼운 시작이다.


성도를 출발하여 간단한 여행안내와 서로를 소개하는 시간을 가졌다. 역시나, 참으로 재미있는 팀 구성이 아닐 수 없다. 왠지 이 여행 인솔을 맡게 된 것이 잘한 선택이었다는 생각이 든다. [성도 - 야안 135Km 순조롭게 고속도로를 달렸다. (1시간 반 소요.)]


야안 차마고도 출발점


처음 쉰 곳은 야안, 차마고도 출발점. 그 옛날 이곳에서 생산되는 차를 등에 지고 티베트로 향하던 시발점이다. 어림잡아 이곳에서 라사까지 지금의 길로 2,400Km…. 평균 해발고도 3,600m…. 라사에 도착하는 데 며칠이나 걸렸을까? 등에 진 저 짐의 무게가 천근처럼 내 어깨를 누른다. 이제부터 시작될 고행길은 저분들의 한나절 수고에 절반도 안 되리니….


루딩까지 가는 길은 포장이 잘 되어 그리 힘들지 않았다. 가는 길에 점심을 먹고…. 일랑산 터널을 지나자 중국에서도 유명한 체리의 고장에 들어섰다. 일단, 한 바구니 사서 시식해 주시고….^^ 예상대로 별것들이 다 나타나 앞길을 막아선다…. 쯧 [야안 - 루딩 165Km (점심 포함 5시간 소요)] 


루딩댐 공사가 이루어지는 곳


루딩에 댐이 들어선다. 동티벳에서 발원한 대도하에 근간 이런 댐이 몇 개나 더 건설된다는데 자연이 잘 버텨줄지 걱정이 앞선다. 다리 앞에서 한 시간 통행금지…. 공사 구간은 단방향 통행이다. (그래도 지금은 나아진 편, 이전엔 이 길을 하루씩 교대로 통행을 했었다) 캉딩 도착 25km 전에 단빠로 가는 갈림길에 들어섰다. 이곳에도 대단위 댐 공사로 새로운 길이 뚫렸다.


깎아지른 듯한 V자 협곡을 끝없이 달려 단빠에 도착한 시간은 저녁 8시……. (음냐리~~ 13시간을 길바닥에서 보냈당) 뼈마디에서 삐걱삐걱 비명 소리가 난다.-!- [루딩-단빠 140Km (5시간 소요)] 



[단빠 (갑거장채) ]


우리가 안착한 숙소는 갑거장족 전통가옥. 일단 식사를 대접받고, 각자 방에 짐을 풀어놓은 후 이곳 가족들과 간단한 여흥을…. 그렇게 또 하루가 길에서 지나갔다. 잠자리에 누우니 유행가 가사가 생각난다. “인생은 나그네 길 어디서 왔다가 어디로 가느냐? 구름이 흘러가듯 떠돌다 가는 길에 정일랑 두지 말자. 미련일랑 두지 말자.” 함께 방을 쓰는 기사가 코를 심하게 곤다. 에휴~~ 오늘 밤도 잠자긴 다 글렀나 벼~~.



아침부터 마음이 편치 않다.빠미로 가는 구간이 막히면 어제 온 길로 돌아 60Km를 더 가야 한다. 먼 길 가는 것은 문제가 없지만 못 보는 길이 생기고 지나온 길을 또 간다는 것이 문제다. 하늘의 뜻이려니 하면서도 서둘러 떠나야 한다는 자체가 서운하다. 길이 문제없다는 보장만 있다면 두세 시간 여유가 있는데…. 코앞에 벌어질 일도 알 수 없는 중국이여~. 짧은 시간, 예쁜 장족 마을을 도장만 찍고 가려니 많이많이 아쉽다.



[단빠-빠미]


제발 돌아가는 사태가 발생하지 않기를…. 든든한 버팀목 소강 스님의 염력을 믿기로 했다. 부처님의 나라에서는 스님이 쵝오!!! 체크 포인트에서 무사통과! 왠지 느낌이 좋다…. 그러나 아직 속단하긴 이른 시간. 어제와 달리 오늘 코스는 그림 같은 풍광이 펼쳐진다. 이 길을 못 보고 돌아간다면 얼마나 아쉬웠을까?



슬슬 고도가 높아진다. 성도 600m 단빠 2,000m 빠미 가는 길…. 3,400m. 아직은 괜찮지만 조금 후부터는 두통을 호소하는 사람이 생길 것이다. 나는 벌써 고소증세를 감지하고 있다. 매번 오르내리는 마의 3,000m. 이 고도에 머물면 하루는 꼭 곤욕을 치러야 끝이 난다. 이번엔 좀 덜 하려나? 생각보다 빠미에 일찍 도착하였다. 이제부터는 어려움 없는 여정이 우리 앞에 있을 터…. 내일이 눈앞에 보이는 도로 같다.^^


빠미를 지나 신도교 가는 길에 만나는 탑공사


[신도교] 


여행지에서 가장 많이 듣는 말 하나가 바로 "너 직업이 부럽다." 다. 그렇다. 돈 받고 떠돌 수 있으니 얼마나 좋은가. 과연 그럴까? 세상에 공짜는 없고, 쉬운 일도 없다. 여행업이란 빙산 같아서 보이는 부분보다 보다 물속에 잠긴 부분이 더 많다. 끊임없이 따라다니는 변수…. 언제나 돌아오면 물에 젖은 솜뭉치가 된다. 스태프의 부주의로 손님들을 불편하게 만드는 것이 이 일이고, 작은 배려로 큰 기쁨을 주는 것 또한 이 일이다. 이러하니 편히 앉아 밥을 먹거나 경치를 즐길만한 여유가 없다. 여행지에서 스태프는 종이고 하인이기 때문이다.


어쨌거나 동티벳의 경관은 눈이 시리고, 고소증에 머리는 터질 것 같다. [ 단빠 -> 110Km <- 빠미 ->35Km <- 탑공 -> 35km <- 신도교 ] 신도교 해발 고도 3,400m 



신도교를 가기 전 삼거리에서 갈라져 한참을 더 올라가면 세상에서 가장 높은 마을이라 불리는 해발 4,300m의 리탕에 도착한다. 이곳은 티베트의 중심으로 들어가는 천장공로와 운남성으로 넘어가는 길목이다. 운남성으로 가는 길에 또쳉을 지나면 사천성 지역 샹그릴라라 불리는 야딩 풍경구에 도착하고…. 상뚜이, 샹쳉을 지나 샹그릴라 대협곡을 통과하면 운남성 중디엔 (샹그릴라현)에 도착한다.


중국에 첫발을 딛고 이곳을 넘어온 강렬한 기억이 스멀스멀 피어오른다. 이 길이 내게 남겨준 첫인상 때문에 티베트를 늘 그리워하게 되었다. 조금 더 긴 여정이었다면 하는 아쉬운 마음이 든다.



[절다산]


새날이 밝았다. 극강의 맑은 공기, 흰 구름과 푸른 하늘, 우리도 40년 전엔 이런 하늘이 있었는데…. 울렁증이 가라앉지 않았는데 담배는 땅긴다. 끊어야지…. 끊어야지…. 내일…. 내일…. 내일…. 그렇게 또 십 년…. 하늘에서 파란 물이 뚝뚝 떨어진다.



절다산. 해발 고도 4,300m…. 다시 호흡이 곤란해진다. 눈앞에 보이는 계단을 오르는 일조차 만만치 않다. 이번 여정에서 가장 높은 곳에 도착했다. 구름이 머무는 하얀 설산은 중국 본토에서 가장 높은 산이라 칭하는 공가산 줄기다. 어림잡아 저 산군의 높이는 6,000m를 훌쩍 넘을 테고, 그중 가장 높은 봉우리는 무려 7.556m에 달한다. 정확히 어느 봉우리가 공가산인지 가려내기 쉽지 않다.



오방색 타르초에 적힌 부처님 말씀이 쉼 없이 나부끼며 대지에 흩날리는데…. 우매한 중생은 곁에서도 아무것도 듣지를 못한다. “옴마니벳메훔” 허공을 떠도는 육자진언을 이해할 날이 있을까? 속물 가득한 머리가 또다시 두통을 유발한다.



[무궈춰(목격초) 풍경구]


캉딩에서 점심을 먹고 바로 무궈춰로 향했다. 무궈춰는 동티벳의 구채구라 불리는 곳으로 캉딩 시내에서 20Km 정도 떨어져 있다. 산문 입구에서 입장권을 끊고, 천연가스 셔틀버스를 갈아타고, 산길을 굽이굽이 오르면 거짓말처럼 나타나는 무궈춰 호수에 도착한다. 이곳에 셔틀버스를 타거나 천천히 걸어 내려오면서 관람하면 한나절, 서둘러 돌아보아도 반나절은 훌쩍 지나갈 규모다. 중간에 만나는 작은 온천에서 족욕을 하며 온천물에 삶은 계란을 까먹는 재미도 쏠쏠~~. 



[캉딩]


사흘 만에 만나는 도시 같은 도시. 일단 호텔이 호텔답다는 것만으로도 손님들의 얼굴이 환해진다. 제대로 샤워하고, 호흡 곤란 상태를 벗어날 수 있다는 것만으로도 기쁘지 아니한가? 그런데 첩첩산중에서 갑자기 만나는 현대화된 도시가 너무 생뚱맞다. 중세 시대에서 현대로 갑자기 타임슬립 한 느낌...


캉딩은 예로부터 중국과 티베트의 관문이다. 뒤로 보이는 험난한 절다산을 넘으면 티베트고원의 시작점이 된다. 동, 서의 물산이 모여 교환하던 집산지. 산 중턱에 위태롭게 자리 잡은 캉딩은 급류가 운하처럼 흘러내려 참 묘한 정취를 주는 곳이다. (세상 어디에도 이처럼 세찬 급류가 시내를 가로지르는 도시는 없으리…. 자칫 발을 헛디뎌 물에 빠지면 어디에서 시신을 찾아야 할지 참으로 궁금한….-!-) 



작은 도시 캉딩을 모르는 중국 사람이 없는 이유는 우리의 아리랑 같은 캉딩정가 (사랑 노래)의 고향이기도 해서이다. 우리나라에서 춘향의 고향은 남원이요, 흥부의 고향은 인월이고, 심청의 고향이 곡성이라 우기면 다른 동네 사람들에게 맞아 죽을지도 모르지만 캉딩정가의 고향은 누가 뭐래도 캉딩이다.^^ 


어둠이 찾아오고, 짧은 일정이 아쉬운 중생들은 쫑파티를…. 


이후 성도로 돌아온 이야기는 줄입니다.

사천성의 수도 성도에 대한 이야기는 몇 편에 거처서 해야 할 만큼 할 이야기가 많거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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