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utbia 김흥수 Apr 05. 2017

청장고원과 오! 대니 보이의 진실

세계의 문화

파키스탄 소스트를 출발한 차가 해발 4,800m 쿤제랍 패스를 넘어 중국 서쪽 국경 마을 타슈쿠르칸에 저녁나절 도착했습니다. 정전으로 도시가 쥐 죽은 듯 조용했습니다. 불편한 정전의 대가로 잠을 푹 자고 아침 6시에 눈을 떠 창을 열자 날이 밝아오기 시작합니다. 그때까지 정전은 계속되고 있었습니다. 


카슈카르의 새벽


고원지대의 아침은 상쾌합니다. 미처 숨지 못한 반달은 하늘에서 빛을 잃어 가는데…. 저 멀리 군부대에서 기상을 알리는 신호나팔 소리와 함성이 들려오고. 곧이어 스피커에서 노래가 흘러나왔습니다. 가늘지만 힘찬 장족의 노래, 샹그릴라 여행 후 귀에 익었던 가락이라 더 잘 들렸습니다. 박재동 화백이 실크로드 스케치 기행에 올려놓은 "눈먼 소년의 노래" 가 진하게 생각났습니다. 그 노래 제목은 "천당"이고 제가 들은 노래는 조금 다릅니다. 그런데 무언가 비슷한 구석이 있었습니다. 같은 노래라고 착각이 들 만큼…. 정말 이 시간, 이 장소에서 제일 잘 어울리는 노래라는 생각만 들더군요. 


천산 산맥을 넘는 기차길


3일 후, 카스를 떠난 우루무치행 열차에서 음악 소리에 눈을 떴습니다. 아침 해가 떠오르는 창밖 풍경은 상상하지 못했던 모습입니다. 밤새 차가 드넓은 사막을 지나 이제는 천산산맥을 넘나 봅니다. 시계의 고도계는 해발 3,200m를 가리키고 있었습니다. 흰 눈이 덮인 고개를 천천히 내려올 때 타슈쿠르칸에서 들었던 바로 그 노래가 나왔습니다. 아~ 정말 좋습니다. 가사도 제목도 모르지만, 그 가락 하나로 이 자연이 표현되는 것 같습니다. 노래가 끝나고 복무원에게 달려가 이 노래 제목이 머냐고 물어보았습니다. 알아듣기 힘들어 적어 달라고 했습니다. "靑藏高原" 칭장 꽁위엔 (청장고원) 역시 제 생각이 맞았습니다. 청장고원은 티베트입니다. 


청장고원 노래가 궁금하시면 위에 첨부한 MP3을 다운 받아보세요.

- 위는 李娜의 오리지날 원곡이고 아래 곡은 경음악입니다.


티베트 간덴


青 藏 高 原    청 장 고 원

张千一 词·曲  노래   李娜 


是谁带来远古的呼唤   누가 아득한 태고의 부름을 가지고 왔나.

是谁留下千年的祈盼   누가 천년의 희망을 남겨 두었나.

难道说还有无言的歌    아직도 말없는 노래가 남아 있었나.

还是那久久不能忘怀的眷恋   그렇게 사무치게 잊을 수 없는 그리움을. 

哦我看见一座座山一座座山川   아~  산을 보았네, 산천을 보았네. 

一座座山川相连  끝없이 이어지는 산천을 보았네. 

呀拉索 那可是青藏高原   라쒀... 그것이 바로 청장고원. 


是谁日夜遥望着蓝天   누가 머나먼 푸른 하늘을 바라보는가.

是谁渴望永久的梦幻   누가 영원한 환상을 꿈꾸는가. 

难道说还有赞美的歌   아직도 찬미의 노래가 남아있던가. 

还是那仿佛不能改变的庄严    그것은 어떤 것과도 바꿀 수 없는 장엄.

哦我看见一座座山一座座山川    아~ 나는 산을 보았네, 산천을 보았네.

一座山川相连     끝없이 이어지는 산천을 보았네.

呀拉索 那就是青藏高原     얄라쒀... 그것이 바로 청장 고원.


2년 후, 티베트의 수도 라사에 도착했습니다. 제일 먼저 찾아간 곳은 포탈라 궁. 이곳에서 큰 충격을 받았습니다. 중국 정부에서 포탈라 궁 앞을 완전히 밀고 인민광장을 만들었습니다. 매시간 광장에서 분수 쇼를 할 때 이 노래가 꼭 나옵니다. 그때는 이미 알아버렸습니다. 이 노래가 티베트를 가장한 중국의 노래였다는 것을…. 티베트의 아픔을 희석한 노래라 해야겠습니다.



청장고원은 1994년 중국 드라마 "천로 天路" 주제가였습니다. 이 곡을 작사 작곡한 사람은 “장천일”이라는 재중동포입니다. 조선족이지만 중국 내에서는 작곡가로 유명합니다. 당시 노래를 부른 사람은 리나李娜 라는 가수인데 97년 출가하여 승려가 되었다고 합니다. 이제는 중국 어디를 가도 이 노래를 들을 수 있습니다. 






"오! 대니 보이"

아, 목동들의 피리 소리들은 산골짝마다 울려 퍼지고

여름은 가고 꽃은 떨어지니 너도 가고 나 또한 가야지.

저 들판엔 푸름이 가시고 산골짝마다 눈이 덮여도

나 항상 오래 여기 살리라 아, 목동아 아, 목동아 내 사랑아.



너무나 익숙한 아일랜드 민요 "오 대니 보이"는 가사만큼이나 가락도 애절합니다. 전쟁터에 아들을 보내는 부모의 마음, 대기근 이후 삶의 터전을 찾아 고향을 떠나는 이민자를 보는 아픔이 이 노래 속에 들어 있습니다. 하지만 이 노래의 진실은….



위키 백과에서 "오! 대니 보이"에 관해 이렇게 언급하고 있습니다. 흔히 “오! 대니 보이”를 아일랜드를 대표하는 고전 포크송으로 오해하고 있지만, 가락만 아일랜드, 그것도 북아일랜드 런던데리 곡이고 가사는 100% 잉글랜드 가사이다. 그러나 아일랜드계 미국인들과 캐나다인들 사이에서 널리 불리는 관계로 다른 나라에 마치 아일랜드를 대표하는 고전 포크송인 것처럼 알려졌다. 아일랜드와의 연관성은 가락이 북아일랜드 가락이라는 것과 아일랜드계 미국인들 사이에서 널리 불린다는 것뿐이다. 이 곡을 지은 사람은 영국인이다. 잉글랜드는 800년간 아일랜드를 지배해 왔다. 한국으로 따지자면 대니 보이는 아리랑에 일본인이 가사를 붙인 곡인 셈이다. 따라서 아일랜드의 포크 가수들은 이 대니 보이를 잘 부르지 않는다. 


이제 이 두 노래를 들으면 약소국가의 설움을 보는 것 같아 울적해집니다.

매거진의 이전글 알아두면 유용한 티베트 풍습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