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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utbia 김흥수 Apr 04. 2017

알아두면 유용한 티베트 풍습

세계의 문화

티베트 여행을 떠나기 전 알아두면 유용한 풍습 몇 가지 알려 드립니다.

몰라도 그만이지만 알고 가면 더 많이 보입니다.^^



룽다[風馬]와 타르초 [風幡]



룽다와 타르초는 티베트 지역에서 가장 눈에 뜨이는 만장입니다. 

룽다란 티베트어로 바람風=(룽) 과 말馬=(다) 즉, Wind Horse란 뜻입니다. 중국말로는 펑마라고 불립니다. 티베트 어디에서든 한 폭의 긴 천에 티베트어가 빼곡하게 쓰인 깃발이 장대에 꽂혀있는 걸 보실 겁니다. 이것이 바로 룽다입니다. 바람에 날리는 모습이 말 갈퀴가 바람에 날리는 것 같다 하여 룽다라 부른답니다. 룽다에 쓰여 있는 글은 불교의 경문입니다. 바람을 타고 진리가 세상에 퍼져 중생들이 해탈하라는 염원이 담겨있습니다.



타르초[風幡]는 룽다와 조금 모양이 다릅니다. 긴 줄에 경문이 써진 오색 깃발을 만국기처럼 걸어 둔 것이 타르초입니다. 용도는 룽다와 같지만 높은 산이나 스투파 (탑), 큰 건물 등, 내다 걸기가 훨씬 수월하여 많은 곳에 있습니다. 높은 고갯마루에서 타르초가 바람에 휘날리는 모습은 티베트에서는 쉽게 볼 수 있는 풍경입니다. 타르초에 걸린 깃발의 다섯 가지 색의 의미는, 파랑=하늘(天,) 노랑=땅(地), 빨강=불(火), 흰색=구름(雲), 초록=대양(大洋)을 나타낸다고 합니다. 룽다와 타르초는 신성한 물건이므로 바람에 닳아 없어질 때까지 그대로 놓아둡니다.



오체투지[五體投地]


제가 오체투지를 처음 목격한 때는 운남성 중디엔 에서였습니다. 중디엔은 원래 티베트 땅이었기 때문에 이곳의 주민들 대부분은 장족입니다. 그때 쓴 글을 보시면 오체투지에 대한 첫인상이 얼마나 강렬한지 알 수 있을 겁니다.



"오체투지(五體投地)"라는 말을 들어 보셨나요?

오체투지는 불교의식 중에 최상의 예법으로 올리는 절을 말합니다. 이 절은 두 손을 모아 합장한 다음 무릎을 꿇어 이마를 바닥에 닿게 한 후, 두 팔을 무릎에 맞대어 바닥에 놓는 절입니다. 양 무릎과 두 팔 그리고 이마가 바닥에 닿기 때문에 오체투지 五體投地 라고 말합니다. (한번 절하고 세 발자국 걷는 “삼보일배”도 “오체투지”와 같은 맥락입니다) 티베트 사람 중 오체투지를 하며 라사까지 가는 순례자가 있다는 말을 들은 적이 있습니다. 별난 고행의 방법도 다 있다는 생각을 했지만 실제로 이게 얼마나 어렵고 힘든 일인지 짐작하지 못했습니다. 그 모습을 송찬림사에서 볼 줄이야….


저는 이 모습을 영원히 잊지 못할 기억으로 가슴에 담아 두었습니다. 아마 어렵고 힘든 일이 생기면 이 사람들의 모습을 떠올리며 제 위치를 점검할지도 모르겠습니다. 오체투지를 하는 모습을 한동안 넋을 읽고 쳐다보다가 눈물을 쏟고 말았습니다. 바라나시 마니카르니카 가트에서 화장하는 연기에 싸여 눈물을 흘리던 때가 생각나더군요. 이 눈물의 의미는 뭐라고 말로 표현하기 힘듭니다. 기회가 닿으면 이러한 것들에 대해 깊이 생각해 보고 싶습니다. 


이렇게 절을 하며 손을 짚은 곳에 조약돌로 금을 긋습니다. 그리고 그 자리에서 또 절을 하면 그 사람의 키만큼 전진하게 되죠. 이렇게 조금씩 전진하여 라사까지 가는 순례자들입니다. 날씨가 제법 쌀쌀한데 구멍 뚫린 양말 한 켤레와 목장갑을 끼고 있었습니다. 대부분 무릎과 팔꿈치에는 낡은 타이어를 잘라 덧대어 부상을 방지합니다. 얼굴에는 지친 표정이 아니라 환한 웃음이 담겨 있더군요. 중디엔에서 라사까지는 차로 달려도 3일은 족히 걸릴 거리입니다.



마니차 (摩尼車)


티베트 사람들이 북처럼 생긴 장난감을 손에 들고 돌리는 모습을 본 적이 있는지요? 손에 든 것은 장난감이 아니고 마니차 摩尼車 라고 알려진 기도 바퀴-법륜 法輪입니다. 티베트에서는 마니퇴 또는 마니콜이라고 불립니다. 옛날 티베트 사람들은 글을 읽지 못하는 사람들이 많았답니다. 부처님의 진언을 읽는 공덕을 쌓아야 하는 사람들이 글을 모르는 것을 안타깝게 생각한 달라이 라마가 기도 바퀴 속에 경전을 넣고 한번 돌리면서 "옴마니밧메훔" 을 외면 그 진언을 한번 읽는 공덕을 쌓게 된다고 하였답니다. 그 이후 티베트 사람들이 마니차를 돌리는 일은 오체투지와 함께 수행의 기본이 되었다고 합니다. 마니차는 들고 다니면서 돌리는 작은 것만 있는 것이 아닙니다. 사원이나 스투파에 가면 코라(탑돌이)를 돌며 돌리는 마니차가 있습니다. 어떤 마니차는 너무 커서 혼자 돌리기에 버거운 것도 있고 예술적으로 뛰어난 마니차도 있습니다. 물레바퀴 속에 경전을 넣고 흐르는 물에 설치하여 자동으로 돌아가게 만든 물레방아 마니차도 있습니다. 티베트 전역에 경전을 넣은 풍력발전기를 설치하면 세상이 좀 잠잠해지지 않을까 생각도 해봅니다.



코 라 (Kora)



코라란 우리나라의 탑돌이와 비슷한 개념입니다. 특별한 종파를 제외하고 탑돌이는 시계방향으로 진행하며 모든 사원이나 유명한 스투파, 그리고 성지에는 코라를 도는 길이 있습니다. 장장 백 리가 넘는 성산 카일라스를 한 바퀴 도는 코라도 있고, 그보다 너 넓은 호수 남쵸를 도는 코라도 있고, 포탈라 궁을 도는 코라, 조캉사원을 도는 코라…. 유명한 장소엔 어디든 코라를 돕니다.



스투파 (Stupa)



스투파란 무덤에서 기원되었지만, 지금은 불탑 佛塔을 뜻합니다. 부처님이 입적했을 때 불사리를 8등분하고 8개의 탑을 만들어 보관한 것이 시초라고 합니다. 그 이후 아소카왕이 이 사리를 재발굴하여 8만 4000개로 나누어 보관하는 탑을 세우면서 불탑(스투파)은 불교도들의 숭배 대상이 되었다고 합니다. 이 불탑은 동쪽으로 가면서 점차 모양이 변형되었고 시간이 지나면서 또 다른 모습으로 변하였습니다. 동남아 지역의 파야 나 파고다도 스투파와 같은 맥락으로 보시면 됩니다. 티베트의 스투파는 우리나라 탑과 모양이 다르고 크기도 아주 다양합니다. 한꺼번에 수십 개를 만들어 놓은 장소도 있어서 여행자의 눈에는 진기한 볼거리입니다. 



옴 마니 벳메 훔



티베트를 여행하면서 가장 많이 듣는 말과 보게 되는 글자(도형)가 바로 "옴 마니 벳메 훔" 일 겁니다. 티베트 글자가 워낙 요상스러워 이 글을 읽을 수 없지만, 돌이나 탱화에 그려진 글자 대부분이 "옴마니벳메훔"이라고 생각해도 틀리지 않을 겁니다. 우리가 흔히 듣는 나무아미타불이나 옴마니밧메훔 처럼 뜻을 알 수 없는 이런 말을 불교에서는 진언 또는 다라니라 하고 그중에 "옴마니벳메훔"을 육자대명왕진언 六字大明王眞言 이라고 한답니다.? 이 뜻이 궁금하여 인터넷을 찾으니 여러 가지 설이 있습니다만 그중 위덕대 불교대학원장님이 쓰신 글을 옮겨 보겠습니다. 이 글을 본 후 "옴 마니 벳메 훔"이라는 단어의 뜻을 생각하고 소리의 진동을 느끼면 참 신비스러운 기분이 듭니다.


진언(眞言)은 불교에서 깨달음의 심경을 즉시적으로 표현한 말을 가리킨다. 사람은 다른 어떤 방법으로는 표현할 수 없는 것을 상징이라는 방법을 통하여 그것을 표현한다. 진언은 바로 상징적인 말, 즉 상징어인 것이다.  불교에서는 수행이 깊은 사람의 깨달음을 상징적인 말로써 표현한 많은 진언이 있다.

상징어는 그 속에 많은 의미를 함축적으로 표현하고 있다. 즉 진언은 깨달음의 심경 등, 팔만사천 경전의 의미를 축약 적으로 담고 있다. 그래서 다라니(摠持)라 부르기도 한다. 육자진언은 '온 우주(Om)에 충만하여 있는 지혜(mani)와 자비(padme)가 지상의 모든 존재(hum)에게 그대로 실현될지라'라는 뜻을 가지고 있다. 이것은 곧 육자진언을 염송하면 법계(우주)에 두루 한 지혜와 자비가 수행자에게 실현된다는 것이다.

본래 옴(Om)은 태초 이전부터 울려오는 우주의 소리(에너지)를 의미하여 보통 성음(聖音)이라 한다. 그리고 마니(mani)는 여의주(如意珠)로서 깨끗한 지혜를 상징하고, 반메(padme)는 연꽃으로서 무량한 자비를 상징한다. 마지막으로 훔(Hum)은 우주의 개별적 존재 속에 담겨 있는 소리를 의미하며, 우주 소리(Om)를 통합하는 기능을 가지고 있다. 즉 육자진언을 염송하면 사람의 내면적 에너지(지혜와 자비)를 활성화해서 우주의 에너지와 통합할 수 있게 된다는 것이다. 그 때문에 육자진언의 염송(외움)은 법칙에 따라서 해야 그 공덕을 입을 수 있다. 즉 진언이 가지고 있는 진동(vibration)에 맞게 염송해야 하고, 마음으로는 진언의 상징의미를 체험적으로 느껴야 한다. 



카 따



라사 역에 도착하자 마중 나온 카일라스님이 제 목에 하얀 천을 걸어주었습니다. 주변을 돌아보니 많은 사람이 목에 하얀 천을 두른 모습이 보였습니다. 남국에 가면 향기로운 꽃을 목에 걸어주듯 이름도 모르고 뜻도 모르는 이 천이 손님을 환영하는 상징임을 금방 알 수 있었습니다. 이렇게 목에 걸어주는 천 이름을 카따라고 부릅니다. 예전엔 카따를 주고받을 때 엄격한 규칙이 있었다고 하며 지금도 중요한 일이나 예를 갖추어야 하는 일에 카따를 쓴다고 합니다. 카따의 색은 남, 녹, 황, 홍, 백 5색이 주류고 재질이나 색을 규정하지 않기 때문에 다양한 편이지만 티베트 사람들이 흰색을 좋아하여 주로 하얀색 카따를 많이 씁니다.



짬 빠


티베트 사람들의 주식은 짬빠라 불리는 보리 미숫가루입니다. (티베트 보리는 우리와 좀 달라서 밀과 보리가 혼합된 종입니다. 중국어로는 칭커, 우리말로 읽으면 청과입니다) 미숫가루를 우리처럼 묽게 타서 마시는 것이 아니라 뜨거운 물이나 야크 버터로 반죽하여 손으로 꼭꼭 쥐어서 조금씩 베어 먹습니다. 수유차라 불리는 버터 티 한 잔과 짬빠 가루만 있으면 가볍게 한 끼 식사가 해결됩니다. 사매 사원에서 마주친 순례자가 아침 식사를 만드는 광경입니다.



1. 나무를 주워 물을 끓인 후 조금 퍼서 옆에 두고, 끓는 물에 야크 버터와 차를 넣고 소금으로 간을 하여 푹푹 끓입니다. 이것으로 수유차가 완성됩니다. 

2. 들고 다니는 자루에서 볶은 보릿가루를 한 사발 퍼낸 후 뜨거운 물을 조금 섞습니다. 

3. 씻지 않은 손으로 조물조물……. 이것으로 아침 식사가 해결됩니다.^^



야크 버터



드레풍 사원을 갔더니 순례자들 대부분이 한 손엔 일 마오 짜리 지폐를, 또 한 손엔 보온병을 들고 있었습니다. 순례 중 마실 물을 들고 다니는 줄 알았는데 용도가 그게 아니었습니다. 일 마오 지폐는 예상대로 시주로 쓰였고 보온병 속엔 물 대신 야크 버터가 들어있더군요. 서양 사람들이 성당에 가면 촛불을 밝히듯 티베트 사람들은 양초를 대신하여 야크 버터로 붉을 밝혔습니다. 딱딱한 버터 덩어리를 그대로 시주하는 사람도 있었지만 뜨겁게 녹여서 보온병에 넣고 조금씩 따라 여러 곳에 나누어 시주합니다. 처음 라마사원을 갔을 때 야크 버터 냄새가 너무 역하여 신의 대전에 다가서는 신성함이나 엄숙함보다 분심이 더 많이 들었습니다. 사람들이 지나가는 길목 손 닿는 곳은 어김없이 반질반질 기름에 절어있어 더 그렇게 느껴졌고요. 지금도 이 냄새를 그리 좋아할 수 없지만 그래도 이유를 알고 난 다음엔 예전보다 많이 나아졌습니다. 아무튼, 야크 버터는 티베트 사람들의 식량보다 사원을 밝히는 용도로 더 많이 쓰이는 것 같습니다.



야 크



티베트에서만 볼 수 있는 동물 야크! 야크는 소와 닮았지만, 털이 많아 추위에 강합니다. 중앙아시아 지역 해발 3,000m 이상에만 사는 동물이라 세상에 야크가 사는 곳은 티베트 민족이 함께 산다고 보면 될 것 같습니다. 야크는 티베트인들에게는 없어서는 안 될 유용한 동물로 털, 가죽, 우유, 고기 한 부분도 빼지 않고 이용합니다. 심지어는 똥도 말려서 연료로 사용합니다. 야크 뼈조차 생필품이나 조각품으로도 이용되고 있어 정말로 한 부분도 버리는 것이 없는 아낌없이 주는 동물입니다. 라사엔 야크 스테이크나 육포를 파는 집이 많습니다. 참…. 티베트의 승려들은 고기를 먹습니다. 채소가 흔하지 않아 야크를 먹지 않으면 영양부족으로 심각한 사태에 처할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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