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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utbia 김흥수 Mar 07. 2017

뜻하지 않은 선물,
포카라 페와 호수

여행 에피소드

여행 중엔 생각지 못했던 기상이변이나 사고로 난감한 경우를 당하는 때가 간혹 생깁니다.

대게는 나쁜 기억이 더 오래 남지만, 세상만사 나쁜 일만 일어나는 건 아니죠.

지금까지 10여 차례 이상 포카라를 다녀오면서 행운 같은 날을 맞은 기억이 있어 이곳에 자랑하렵니다.


이 일이 있었던 때는 2008년 7월, 지금부터 거의 10년 전입니다.

7월의 네팔은 우기라 페와 호수를 갔을 땐 하늘이 흐려 정말 칙칙했습니다.

다음날까지 시간이 있으니 비가 한 차례 쏟아져 날이 맑기를 바라며 돌아섰죠.

그런데 다음 날 아침에도 하늘은 잔뜩 흐려있었습니다.

하늘은 쉽사리 우리에게 성산과 상봉을 허락하지 않더군요.


흐린 날 페와호수


잠깐 구름을 비켜주면 될 것을 왜 이리 심통을 부리는지 하늘이 원망스러웠지만 담프스로 이동하기 전에 페와 호수에서 한 시간만 뱃놀이하기로 했습니다.

그동안 구름이 이동하면 좋고 아니면 담프스 산장의 일출을 기대하기로 했습니다.

그도 아니면 나갈코트에서 랑탕 히말리아를 볼 기회가 남아 있으니 조바심을 낼 필요는 없었습니다.

그래도 약간은 무거운 마음으로 호수에 도착했을 때 우리는 모두 눈을 의심하지 않을 수 없었습니다.


와~~~~!!!


왜 탄성을 질렀는지 글로 설명을 하기 어렵네요.

그냥 사진을 보시죠.


페와 호수 상류의 부레옥잠이 떠내려와 호수를 덮었습니다.


예~~~. 어젯밤 내린 폭우로 페와 호수 상류의 부레옥잠들이 떠내려온 겁니다. 

그냥 부레옥잠이 아니라 엄청난 군락을 이룬 부레옥잠은 뗏목처럼 큰 덩어리가 저서 네팔 청년들이 물 위에서 부레옥잠을 딛고 건너뛰어 다닐 정도였습니다.

얼마나 많은 양인지 가늠하기 어려울 정도인데 하나같이 분홍색 꽃을 피우고 있어 장관입니다.


호수에서 보트를 빌려주는 사공들은 배가 다니지 못할 정도가 되자 이걸 걷어내느라 아침부터 씨름 중이었고…. 놀러 나온 사람들은 모두 들 입이 함지박만 하게 벌어졌습니다.

(이때는 이런 일이 7월이면 흔하게 일어나는지 알았습니다)



그 이후에 갈 때마다 은근히 기대했는데 이런 일은 전혀 일어나지 않았습니다.

작년 6월 페와 호수를 갔을 땐 강풍이 너무 불어 우리 팀 보트 한 대가 하류로 밀려가는 아찔한 사태도 있었습니다.

그날 내심 기대를 했습니다. 이렇게 바람이 불고 폭우가 쏟아지면 다음 날 페와 호수가 꽃밭으로 변할지도 모른다는 은근한 기대……. 그러나 그런 일은 일어나지 않더군요.

2008년 7월에 본 페와 호수의 모습은 일생에 한두 번 볼까 말까 할 기회였다는데 우리는 그 현장에 있었던 겁니다.^^



이날 재미있는 일이 또 있었습니다.

뜻하지 않은 자연의 선물에 취하여 정신을 반쯤 놓고 있을 때 건너편에서 똑딱이 카메라를 든 양반들이 말을 건넸습니다.

“너희들 내일 아침 신문에 나올 거야." "왜?" "아무튼, 보면 알아."

농담을 너무 재미있게 하여 우리도 농담을 던졌습니다.

"그럼 니네들 한국 신문에 실어줄게. 여기 봐! 찰칵 크크!"


그때 찍은 사진이 아래 사진....



그냥 농담인 줄 알았죠. 분위기에 취하면 무슨 말인 들 못 하겠습니까?

이틀 후 담프스 산장에서 돌아와 랜드마크 호텔에 도착했더니 지배인이 신문을 건네며 웃습니다.

“코리안 프렌드…. 너희 네팔 신문에 나왔어.~"

으잉? 한 종류의 신문에만 나 온 것이 아니라 두 곳에 나왔습니다.

영자 신문 카트만두 포스트에는 칼라로... 

그 신문을 지배인이 우리 보여 주려고 따로 보관을 해두었네요.^^


오마이 갓... 진짜 쪽 팔렸습니다...ㅋㅋ

이번에도 확실한 증거 샷!



카트만두 포스트는 독해할 수 있으리라 보아 그냥 올려 두고, 네팔 신문을 간단히 해석해 보겠습니다.

“우리는 한국에서 오신 국빈 웃비아 일행을 환영하기 위해 고심을 하다 어젯밤 깜짝쇼를 준비했습니다. 2만 5천 포카라 시민이 참여한 깜짝쇼에 감복한 국빈들의 즐거워하는 모습을 보십시오……. 이하 생략” ㅋㅋㅋ


이런 변수들이 없다면 여행이 이처럼 매력적이진 않을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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