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 에피소드
포카라에서 자전거를 빌려 착한 프렘이와 한나절 돌고 저녁 무렵이 되자 비가 쏟아지려고 하는 거야. 지나가다 보아둔 이발소가 있어서 비도 피할 겸 네팔 이발소도 체험할 겸 들어갔지. 인도나 네팔 이발소 대부분은 앞부분이 오픈되어있어서 옛날 우리나라 시골 이발소 분위기가 나. 문 앞쯤 당도를 하니 폭우가 퍼 붙더라고. 그냥 의자에 앉은 다음 바로 이발을 시작했어. 바리캉이라고 부르는 그 이발 기구는 쓰지 않고 가위로만 머리를 자르더군. 머리를 다 깎고 나서는 머리를 감겨 주지 않고 붓으로 털고. 아무려면 어때 머리만 잘 깎으면 되지…. 일어나려니까 머리부터 시작하여 슬슬 안마를 해주는 거야. 어깨를 주무르는데 엄청 시원하더라고.
그때 무언가 조금 이상하다는 생각이 들어 옆자리를 슬쩍 쳐다봤지. 안마를 받는다는 건 추가 지출을 뜻하니까. 다들 머리를 다 깎은 다음에 안마를 받는 걸 보니 그렇게 서비스를 해주나 봐. 안심을 하고 십 여분 어깨와 팔을 풀고 나서 일어나려니까 이번에는 이발사가 다리는 아프지 않으냐고 묻더군. 당연히 아프지. 닷새를 트레킹하고 와서 자전거를 죽어라하고 탔는데 다리가 안 당기면 비정상이잖아. 신발을 벗기더니 다리를 주물러 주는데 신음이 다 나오더라고. 장딴지를 주무를 때마다 끙끙거렸더니 이발사가 갑자기 무슨 병을 들고 오는 거야. 근육을 푸는데 이 약이 아주 좋은 거라고 침을 튀기며 자랑을 하고 발라 주는데 멘톨 이였어. 기특한지고…. 네팔 사람들은 참 친절하다 나갈 때 팁을 좀 줘야겠다. 생각했지.
하 우 머치? 이발사 얼굴이 갑자기 당황한 기색을 보이며 종이에다 뭘 적는데…. 3,000루피라고 써서 보여주는 거야. 멍~~ 너무 기가 막혀서 막 웃었어. 3,000 루피(60,000원)면 네팔 노동자들 보름치 봉급이잖아. "농담하지 마라. 이발비가 도대체 얼마니?" "이발비 150루피에다 안마한 값, 그리고 스페샬 약값…. 그래서 3,000루피" "야 이 강도야 불러도 웬만큼 불러야지 그렇게 바가지를 씌우면 누가 당한 데냐?" -- 이발사 당황~ -- "자 이거 받아. 니가 제값만 불렀어도 3백 루피는 받을 수 있었는데 알 빼먹으려다 당한 거야" 솔직히 이발료가 어떻게 되더라도 서비스의 대가를 후하게 주고 기분 좋게 나오려고 했었지. 물가 싼 곳을 여행할 때 한 번쯤 왕족 같은 기분에 젖어보는 것도 나쁘진 않잖아. 그 기분을 이 이발사가 여지없이 깨트려 버린 거야. 마지막까지 최선을 다했다면 누이 좋고 매부 좋고 였을텐데...
탁자 위에 200루피를 올려놓고 씩씩거리며 나왔더니 멍하니 쳐다보고만 있더라고. 자전거를 끌고 뒤도 안 돌아보고 왔어. 사실 200루피 (4,000원)도 이쪽 수준에서는 많이 준거야. 돌아오는 길에 이발비가 얼만지 알아보니 현지인은 30루피…. 여행자는 60루피쯤 된데…. 인도나 네팔, 태국, 캄보디아…. 어디든지 이런 경우에는 먼저 가격을 물어보고 이용을 결정했어야 해. 그냥 의자에 앉은 순간부터 이 이발사는 봉 잡았다 생각을 한 거지. 만약 내가 여행 초반이었다면 이 사람들과 싸우지 못하고 당했을 거야. 물론 착한 사람들도 많지만, 대부분 상인이나 서비스업에 종사하는 사람들은 이런 경우가 허다하다는 걸 기억해 두라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