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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이 주신 재능

아마데우스

by utbia 김흥수

아마데우스 Amadeus

1984 / 드라마 / 미국 / 180분

감독 : 밀로스 포먼 / 출연 : 톰 헐스, F. 머레이 아브라함, 엘리자베스 베리지



직업상 많이 보는 영화가 세 편 있습니다. “로마의 휴일”, “아마데우스”, “사운드 오브 뮤직”. 로마의 휴일은 로마를, 사운드 오브 뮤직은 잘츠부르크를 통째로 보여주는 영화여서 이 지역을 갈 때면 빠지지 않고 고객들에게 소개합니다. 이동 거리가 멀 때 지루함을 달래 주는 용도보다 현장에서 만나는 영화의 감동이 관광지를 답습할 때보다 더 크기 때문입니다. 특히 아마데우스는 모차르트의 고향 잘츠부르크, 음악의 수도 비엔나, 이 영화의 로케이션 장소 프라하와 밀접하게 연관이 있어 동유럽 투어에서는 빼놓을 수 없는 영화입니다. 이 세 편의 영화는 자주 봐도 흠이 별로 보이지 않을 만큼 잘 만들어진 영화이기도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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밀러스 포만 감독의 “아마데우스”는 살리에리의 눈으로 본 모차르트의 일생을 그린 영화입니다. 설마 이 영화를 보고 모차르트의 죽음이 살리에리와 연관이 있다고 믿는 분은 안 계시겠지만, 혹시 그럴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 만큼 극의 구성이 잘 짜여있습니다.

전기영화와 음악영화는 극이 지루해지기 쉬운 요소들이 다분한 영화입니다. 이 두 조건을 다 갖춘 아마데우스를 밀로스 포먼 감독은 발상의 전환으로 극영화보다 더 긴장감 넘치게 만들었습니다. 기본이 되는 음악도 처음부터 끝까지 기막히게 배치되어있습니다. 영화 속에 모차르트의 음악이 30편 정도 소개되어 클래식에 입문하는 분들에게 좋은 지침이 되기도 합니다.


영화 속 살리에리가 십자가를 불에 던지며 신을 원망하는 장면은 충격이라기보다 카타르시스의 해소였습니다. 살리에리의 행동은 많은 예술가, 장인들, 혹은 스포츠 선수들, 아니 저 같은 평범한 사람의 생각을 대변합니다. 신은 왜 우리를 평등하게 만들지 않았을까요? 99% 노력과 1%의 영감이라는 말이 무색합니다. 아무리 노력해도 얻을 수 없는 1%를 태어날 때부터 얻은 사람들이 있습니다. 모든 것을 바친 살리에리가 방탕한 모차르트의 천재성을 보며 비통해하고 부러워하지만 뛰어넘을 수 없는 한계를 느낄 때 흙 수저의 입장에서 금수저를 물고 태어난 부류에 대한 갈망과 비애를 공감합니다.


01-28-03.JPG 2006. 5. 17 Minolta Dynax 5D 비엔나


이따금 저는 신이 저에게 주신 선물이 무엇인지를 생각합니다.

성경에 달란트의 비유라는 대목이 있습니다.


어떤 사람이 먼 길을 떠나며 자기 종들을 불러 재산을 맡겼습니다. 종들은 재능에 따라 각각 1달란트, 2달란트, 5달란트의 재물을 받았습니다. 5달란트 받은 종과 2달란트 받은 종은 열심히 수고하여 각각 10달란트와 4달란트로 만들었습니다. 그런데 1달란트 받은 종은 이를 잃을까 두려워 땅에 숨겨놓았습니다. 시간이 지나고 주인이 돌아와 종들에게 보고를 받았습니다. 5달란트를 10달란트로, 2달란트를 4달란트로 만든 종들은 칭찬을 들었습니다. 그러나 1달란트를 그대로 간직한 종은 가지고 있는 던 돈도 뺏기고 쫓겨났습니다.


[ 상식 : 1달란트는? ] 달란트는 무게 단위입니다. 금 또는 은 33Kg 가량을 1달란트라고 불렀습니다. 특별한 통화 단위가 없던 로마 시대의 통화 단위로도 사용하였습니다. 그 시절 노동자의 하루 일당을 1데나리온이라 했고 6,000데나리온이 1달란트였습니다. 지금의 시세로 대충 환산하여 1데나리온을 10만 원으로 잡는다면 1달란트는 무려 6억이 되는 큰돈입니다. 금 33kg의 시세로 따지면 훨씬 더 많겠지요.


내가 받은 달란트는 어떤 종류인지 지금도 궁금합니다.

그리고 그걸 묻어 둔 것 같아 60년간 찾고 있습니다. 또 이런 생각도 합니다.


가끔은 아니지만내가 이 세상에 왜 존재해야 하는지 그 이유가 궁금할 때가 있습니다. 만물의 순리에 따라 종족 보존의 법칙에 따르긴 했겠지만 한 생명이 세상에 태어나는 신비에 대해서 종족보존 법칙이란 말만으론 별로 신통한 해답은 아닌 것 같습니다. 그렇다면 내가 이 세상에 존재하는 이유가 분명히 있을 텐데, 그저 동물처럼 먹고 살다 자손을 번식하고 죽으면 그만일까요? 여러분도 그러한 삶을 살다 세상을 떠나고 싶지 않으실 겁니다. 자고로 모든 종은 진화하게 되죠. 돌연변이에 의한 진화든 용불용설에 의한 진화든. 다윈의 진화론에 입각한 보이지 않는 진화든. 엉뚱한 생각이지만 조물주가 우리를 만들 때 이 진화에 도움을 주라는 (궁극의 인류가 더 아름답고 완벽한 인간이 되는 거름으로 우리를 보내지 않았을까 하는) 그러자면 무언가 다음 인류를 위해 열심히 보여주고 남겨야 할 터인데, 인터넷에 웹 페이지를 만들어 이렇게 매달리는 것 역시 도움이 될까요?


영화에 나오는 모차르트 음악들


관현악

* Symphony No.25 In G Minor, K.183

* Symphony No.29 In A Major, K.201

* Symphonie Concertante, K.364


협주곡

* Concerto For Two Pianos, K.365

* Piano Concerto in D Minor, K.466

* Piano Concerto In E Flat Major, K.482

* Concerto for Flute and Harp, K.299


세레나데

* Eine Kleine Nachtmusik, K.525

* Serenade For Winds, K.361


오페라

* The Marriage Of Figaro

* Don Giovanni

* The Magic Flute K.620


미사곡

* Mass In C Minor, K.427

* Stabat Mater


진혼곡

* Requiem, K.626


01-28-04.JPG 2006. 5. 16 Minolta Dynax 5D 잘츠브르크 , 모짜르트 생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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