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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utbia 김흥수 Jan 12. 2017

유럽에서 영어 교습 –니코 NICO

낯선 곳에서 만남 2

브르헤 유로파 유스호스텔에 짐을 풀고 시내를 나올 때 훤칠한 청년 하나가 불을 빌려 달랍니다. 웃으며 라이터를 주자 KIM이라는 독일 담배 한 개비를 선뜻 건넸습니다. 받아들고 내 이름도 KIM이라고 했더니 신기해합니다. 나 역시 신기한 건 마찬가지. 우리는 금세 친구가 되어버렸습니다. 몇 살? 국적은? 이름은? 내 나이를 이야기할 때 이해가 안 되는 듯 몇 번을 되묻습니다. 패스포트를 꺼내 보여주었습니다. 황당한가 봅니다. 자기보다 약간 나이가 든 줄 알았지 이 정도인 줄은 몰랐다며 머쓱해 합니다.


벨기에, 브르헤 2011.10.06. SONY α700 F5.6 40mm S1/500 ISO200


여행을 하다 보면 서양인의 눈에 비친 동양인은 대개 어려 보이나 봅니다. 거꾸로 저쪽 사람들은 고등학생만 되어도 아저씨 같고, 수염이라도 기르고 있으면 할아버지 같은 총각도 있습니다. Nico의 나이는 17살, 독일에서 요리 공부를 하고, 애인이 벨기안이라 이곳을 좋아한답니다. 자기가 느끼는 독일은 춥고 음침하며 지저분하다고 했습니다. 내가 보기에는 독일처럼 깨끗한 나라도 드물었는데 추운 건 기후 탓이라지만 지저분하다는 표현은 이해가 가지 않았습니다. 우리는 애국자가 아니더라도 아무에게나 조국을 비방하지는 않죠. 


"나는 우리나라를 아주 자랑스럽게 생각한다."고 말했더니 신기한 벌레를 바라보듯 쳐다봅니다. 하긴 앞에 소개한 마르쿠스도 월드컵 때 영국을 응원하였다고 편지를 보낸 적이 있습니다. 자기 나라 놈들은 더티 플레이를 하여 싫다네요. 단순한 이야기이지만 우리가 얼마나 외골수로 살았고 자기 주관이 없다는 것을 단적으로 들어내는 대목이 아닐 수 없습니다. 

아무튼, 이 친구의 안내로 자전거 뒤꽁무니에 매달려 브르헤 시내 관광을 마쳤습니다. 노천 Cafe에서 커피 한잔 마시면서 영어 공부를 다시 시작해야 했습니다. 내 말 중 T와 Th 발음이 나빠서 못 알아듣는다며 자기의 입 모양을 보고 따라 하랍니다. 지겹지도 않은지 30분가량을 교정해주었습니다. 고맙긴 했지만, 그 후로 T 노이로제에 걸려 Th 자가 들어가는 단어는 입 밖에 꺼내기조차 어려워졌습니다. 니코는 돌아와서 2년간 펜팔을 했습니다.


추신 : 니코와 헤어진 이후, 브르헤의 운하를 도는 유람선을 탔습니다. 오래된 구시가지 구석구석을 물길에서 바라보는 맛도 유난히 색다르고 운치가 있었습니다. 그런데 앞자리에 탄 이탈리안 커플이 제 신경을 자꾸만 건드립니다. 배가 떠나는 순간부터 내릴 때까지 한시도 쉬지 않고 쭐쭐 빨고 있었습니다. 아마도 기네스북에 키스 오래 하기 기록 도전을 하려고 연습차 이곳에 왔었나 봅니다. 아무튼, 그 커플들 참 대단합니다. 배 삵이 아까워서라도 잠시는 떨어져서 주변 풍광을 봐 줄 텐데….


벨기에, 브르헤 2011.10.06. SONY α700 F5.6 105mm S1/200 ISO2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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