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이너스의 손 - 카메라 이야기
2006년, 앞에 글을 쓴 이후,
제 직업이 비디오 가게 아저씨에서 여행업으로 전환 되었습니다.
소니 알파100이후, 알파700, 알파77-II을 거처 DSLT 최후의 풀 프레임 바디 알파99-II로 자연스럽게 갈아타고....
카메라는 그저 도구로 생각하며 아무 생각 없이 들고 다녔죠.
50대 후반까진 투바디를 운영해도 무겁다는 생각을 별로하지 않았습니다.
메인으로 24-70G. 서브로 70-200G와 17-35G.
여행용으로 무적의 화각입니다.ㅎㅎ
투바디 들고 이렇게 잘 다님.^^
늙지 않을 것 같았던 호시절이 지나고....
서서히 카메라가 무겁게 느껴지기 시작했습니다.
모든 걸 내려놓고, 크롭 전용 칼자이츠 16-80mm 하나만 들고 나가기 시작.
비싼 풀프레임 바디를 사고, 무게 때문에 크롭 렌즈를 쓰는 참 기이한 현상이 오게 된 겁니다.
몇달 전, 중남미를 답사하는 동안 99-II도 내 몸처럼 삐걱거리기 시작했고,
이탈리아, 프랑스 일주를 마치자 정상 상태 렌즈가 하나만 남았습니다.ㅠㅠ
소니 센터에 문의했더니 이제 DSLR(T)는 고칠 이유가 없다고 합니다.
수리비가 오히려 더 나온다는.....ㅠㅠ
무심히 지나친 세월동안 DSLR시대는 완전 막을 내리고 미러리스 시대로 가있었던 겁니다.
*정확하게 말하자면 무심하진 않았습니다.
9년전... 풀프레임 바디 A99-II를 살 당시, 소니에선 7시리즈 미러리스가 이미 나와 있었습니다.
무게에 대한 부담이 크게 없던 때라 기존 렌즈를 쓰려고 A99-II를 선택했죠.
DSLR 시대가 이렇게 빨리 교체되리란 짐작도 못했고요.
돌이켜 보면 이때, 렌즈를 중고 시장에 팔고 미러리스로 갈아 탔다면 손해는 조금 덜 보았을 듯 합니다.
광고 카피 "순간의 선택이 10년을 좌우합니다."가 명언이었습니다.
*여기서 잠깐.....
왜 모든 카메라 회사들은 기존 DSLR(T) 방식을 버리고 미러리스로 방향 전환했을까?
그것은 일안 리플렉스 필름 카메라의 핵심인 뷰파인더용 거울(미러)을 제거(리스)하는 혁신 덕분입니다.
필름 시절에는 거울을 통해 들어온 빛을 뷰파인더로 확인했지만,
디지털 센서가 발전하면서 빛을 전기 신호로 바꾸어 뷰파인더에 직접 보여줄 수 있게 되었습니다.
이로써 거추장스러운 거울이 불필요해졌고, 이는 카메라 역사상 가장 큰 변곡점 중 하나가 됩니다.
미러 제거는 3 가지 핵심 장점을 만들었습니다.
1. 소형화 – 거울과 펜타프리즘이 차지하던 공간이 사라져 바디가 얇아짐.
2. 실시간 미리보기 – 센서에 기록되는 장면 그대로 EVF/LCD에서 노출·색감 조정 가능.
3. 빠른 연사 – 거울이 움직이던 기계적 한계가 사라져 초당 연사 속도 크게 향상.
그러나 이 혁신에는 치명적인 과제가 있었습니다.
바로 렌즈 마운트 재설계입니다. 거울이 사라지면서 플랜지백(렌즈와 센서 사이 거리)이 짧아졌고,
결과적으로 모든 렌즈를 새로 설계해야 했습니다.
기존 DSLR 렌즈에 어댑터를 쓰면 사용 가능했지만,
무겁고 AF 성능도 제한적이어서 근본적 해법은 되지 못했습니다.
이때 후발 주자 소니는 과감히 기존 A마운트를 접고, 미러리스 전용 E마운트를 출범시켰습니다.
다른 회사들이 DSLR 유산 때문에 머뭇거릴 때,
소니는 렌즈 라인업을 빠르게 구축하며 미러리스 시장을 선점했습니다.
이는 카메라 업계의 ‘혁신이자 대반란’으로 기록됩니다.
다만 소비자는 기존 렌즈를 포기하고 새로운 체계로 갈아타야 하는 부담을 감수해야 했습니다.
선택은 미러리스 뿐.
미러리스에도 DSLR처럼 두 가지 옵션이 있습니다.
풀 프레임이냐? 크롭이냐?
아시다시피, 필름 사이즈와 동일한 크기 센서를 사용하는 바디를 풀프레임이라 부르고,
이보다 약 30% 작은 센서를 사용하는 바디를 (APS-C) 크롭이라 합니다.
풀프레임은 전통적으로 크고 비싸며, 크롭은 상대적으로 작고 저렴합니다.
바디만 이 공식이 적용되는 것이 아니고 렌즈 역시 그렇습니다.
발이 큰 사람은 큰 신발을 신어야 하는 것과 같은 이치입니다.
그러나 카메라에서 바디는 점점 경계가 좁혀지고 있습니다.
크롭 바디가 반드시 싸거나 작지 않고, 풀프레임이라고 무조건 크고 비싼 것만은 아닙니다.
하지만, 물리법칙이 적용되는 렌즈는 “풀프레임=크다, 크롭=작다”.
이 공식에서 차세대 렌즈 대안이 나올 때 까지 불변의 진리로 존재하게 될 겁니다.
다시 (APS-C)크롭으로....
무게와 휴대성에 주안점을 둔다면 당연히 크롭을 선택할 수밖에 없습니다.
풀프레임에서 얻는 이점을 챙기려면 크기와 무게를 감당해야합니다.
나에게 카메라란 무겁게 짊어지는 장비가 아니라, 언제든 꺼내어 삶을 기록하는 동반자여야 합니다.
세월의 무게만큼 장비 무게를 덜어 줄 수 밖에요.
인정하고 싶지 않은 인생사 또 하나의 진리입니다.
많은 바디와 렌즈 중 내가 선택한 기기는?
당연히 소니 우선입니다.ㅎㅎ
알파마운트는 미놀타 -> 코니카 미놀타 -> 소니로 이어졌습니다.
이 전통이 미러리스가 되면서 E마운트로 진화를 한 겁니다.
제가 구입한 제품은 소니 A6700
렌즈는 시그마 18-50 (환산화각 27-75) F2.8
개봉 후, 첫 느낌.
바디와 렌즈 둘 다 정말 가볍습니다.
소니 A6700은 마그네슘 바디로 마감도 기대 이상, 디자인도 단정, 사진에서 보던 이미지 그대로 아주 맘에 듭니다.
그립감도 생각보다 좋고, 인터페이스와 메뉴도 이전 소니 생태계와 크게 다르지 않아 익숙하고.....
한 번도 써보지 않았던 서드 파티 시그마 렌즈 역시 맘에 쏙 드는 크기와 마무리.
이를 정확히 비교 해보면.....
* 이전에 쓰던 DSLT 풀 프레임 A99-II + 소니 24-70G f2.8 = 1,909g
* 그 이전에 쓴 DSLT 크롭 바디 A77-II + 자이츠 16-80 f3.5-4.5 = 1,256g
* 새로 산 A6700 + 시그마 18-50 (환산화각 27-75) f2.8 = 783g
우와~~ 체중 감량 1,126g..... 1배 반이나 가볍습니다. 완전 혁신.
체감 만족도는 200%....
이제 다음 여행이 기다려 질 수밖에 없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