낯선 곳에서 만남 7
영어가 전혀 통하지 않는 카라쿨 호수에서 손짓 발짓하여 겨우 차를 얻어 탔습니다. 차에 탄 사람들과 언어 소통이 안 되어 카스가 가까워지면서 문제가 발생했습니다. 지도도 없고, 카스에 대한 정보는 머릿속에 대충 넣어 둔 것뿐이라 설명할 수도 없고…. 어디서 내려야 할지 도무지 감을 잡을 수 없었습니다. "화쩌쨘"이라고 해도 내 중국말이 신통찮아 못 알아듣습니다. 기차 그림을 그려주고 "칙칙폭폭"이라고 했는데 깡통 같은 기사가 그것도 이해를 못 합니다. 하는 수 없이 "기차역"이라고 한문을 써 주었죠. 엥~. 내가 왜 그랬을까? 중국에서 汽車는 버스고 우리가 타는 기차는 화차(火車)입니다. 기사가 하도 못 알아들어서 순간적으로 헷갈려 버렸습니다. 다 왔다. 내려라…. 으잉? 내려 보니 시내 한복판에 있는 버스터미널입니다. 에고 내가 미쳐….
기차부터 예매하고 어디든 움직여야 한다는 생각 때문에 다시 기차역을 열심히 설명하여 20위안 더 주고 역에 도착했습니다. 깜깜…. 엄청나게 큰 역사에 불이 거의 켜져 있지 않아 당황스러웠습니다. 중국의 역은 늘 붐볐는데…. 카스는 종착역이라 그렇지 않은가 봅니다.
불 켜진 수화물 창구에서 내 말을 알아듣는 인간이 하나도 없습니다. 누구 영어 하는 사람 없수…? 잠잠…. 에고 날 샜다. 표는 고사하고 택시도, 버스도 안 보여 시내까지 돌아갈 일이 걱정입니다. 역이 시 외곽에 있어 정말 썰렁합니다. 우씨~ 돈만 날렸다. 그건 그렇고 어딜 가야 하나? 매번 새로운 도시에 도착하면 이렇게 난감함을 당하면서 왜 여행을 떠나는지 모르겠습니다.
케세라 세라~ 어떻게 되겠지. 통행이 잦을 위치에 배낭을 깔고 않아 담뱃불을 붙였습니다. 오라는 월척은 안 오고 부랑자 둘이 나타나 담배를 달랍니다. 줄까? 말까? 에라 인심 쓴다. 이거 물 건너온 귀한 담배여~ 두 개비 줄 테니 어여 내 앞에서 사라져 줘~. 10분쯤 도를 닦고 앉아있으니 또 한 다발 구세주가 나타났습니다. 카스에서 교육을 받는 차이나 텔레콤 연수생들입니다.
궈유안이 자기들이 묵는 호텔에 합숙하자고 했습니다. 작은 차에 끼어 타고 동행한 곳은 뜻밖에 비싼 호텔이었지만 어제에 이어 오늘도 싼 숙소를 찾아갈 엄두를 내지 못하고 그곳에 묵기로 했습니다. (388元 짜리 방을 단체 할인받아 120元에...) 이것저것 많은 도움을 받고 다음 날 아침, 고마움을 표하러 프런트에 나가자 직원이 메모를 전해 주었습니다.
Dear Friends. I will leave here. Today we will be very busy. So I cann't help you. Good luck & have a good vocation! Notice; 1. You can take a Taxi to the train station, you will pay 10 RMB. 2. Remember take o good rest & becarful, look after yourself. Well, I will go now, I hope we can meeting next time. Welcome back to China. - Guoyuan
열심히 버스를 타고 역으로, 오후에 떠나는 우루무치행 표는 제일 비싼 란워 (4인 특실 침대)밖에 없답니다. 그럴 줄 알았지…. 중국의 장거리 열차 6인 침대칸은 늘 만원입니다. "우루무치에서 란주까지 가는 차도 예매를 하냐?" "응" 별일입니다. 중국에선 다른 지역표를 예매하기 힘들다고 했는데…. "그렇다면 내일 모래 투루판에서 출발하는 란주행 표도 줘라." "예매표는 우루무치-란저우 란워만 있다." 우쒸~ 내가 갑부인 줄 아니? 카스-우루무치 529위안. 우루무치 -란저우 519위안. "그래 줘라. 앞으로 어떤 고생을 할지 모르니 이 기회에 부자 티 좀 내 보자." 카스와 우루무치 구간은 할인 항공권이 400원 정도로 팔리고 있어 란워를 타면 열차가 더 비쌉니다. 그래도 이 구간은 꼭 열차를 이용해 보고 싶었습니다.
호텔로 돌아와 체크아웃하고, 배낭은 카운터에 맡겨 두었습니다. 만두 몇 개로 아침을 때웠더니 출출해집니다. 무작정 호텔을 나와 일요 시장 방향으로 걸어갔습니다. 가다가 맘에 드는 식당이 보이면 들어가기로 작심하고 거리 풍경을 찍는데 위구르 사람들이 불렀습니다. 말은 한마디도 안 통하지만, 사람들이 아주 좋아 보이죠? 사진을 찍고 주소를 적어 달랐더니 한문을 쓸 줄 모릅니다. 하는 수 없이 신분증을 달라고 해서 사진을 찍어 왔습니다. 그래야 부쳐주든가 하지….^^
더 놀다 가라며 자꾸만 붙잡아서 배가 고프다고 말했습니다. (말한 것이 아니라 수화를 했습니다) 사진의 부부가 자기 집으로 가자고…. 얼씨구~ 위구르 사람 집을 들여다볼 기회가 생겼군요. 널찍한 집이 참 소박하고 깨끗합니다. 방은 무릎높이만큼 높여서 구들을 놓았는데 온돌인지는 모르겠습니다. 카펫을 깔아 둔 걸 보면 온돌은 아닌 것 같고, 한눈에 보기에도 실용적인 집입니다.
부인이 잔치를 벌일 준비를 하는 눈치라 어떻게 말려야겠는데…. 예매해둔 차표와 시계를 보여주자 시간이 별로 없다는 것을 이해하더군요. 후다닥 국수와 위구르 빵을 준비해 왔습니다. 국수가 별미입니다. 빵도 구수하고, 뜨거운 차 맛도 좋고…. 아이들 앨범과 결혼사진도 보고…. 말은 안 통하지만, 행복해 보이는 모습이 좋았습니다. 문 앞에서 작별인사를 하려는데 자꾸 따라나섭니다. 길가에서 겨우 말려서 들여보내고 호텔로 돌아왔습니다.
이 여행 이후 2006년 5월 1일에 카스를 다시 갔습니다. 전에 사진을 보냈지만, 답이 없어 다시 인화하고 기념품도 가져갔습니다. 단체여행 인솔이라 빡빡한 일정이었지만 그 집을 잠시 들를 만큼 여유는 있었습니다. 가는 날이 장날, 부부는 집을 비웠고 함께 만났던 이장이 반갑게 맞아주었습니다. 선물을 주고 기념사진 한 방 박아두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