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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utbia 김흥수 Jan 12. 2017

델리, 포카라, 코발람

낯선 곳에서 만남 8

델리 - 디팍 꾸마르

델리 파하르간지 호텔에 묵었을 때, 메인 바자르 풍경을 지켜보기 위해 문 앞에 앉으면 얼른 의자를 갖다 주고 이것저것 호기심을 보이며 장난을 걸던 아이가 있었습니다. 호텔에서 잡일을 하는 디팍 꾸마르는 15살이라는데 12살 정도밖에 보이지 않았습니다. 삼 일간 지내면서 인도 아이들의 생각이 어떨까 싶어 이것저것 많이 물어보았습니다. 생각보다 의젓했습니다.


고향은 비하르주의 아주 시골, 아버지랑 엄마 직업이 없어서 혼자 델리로 나와 일을 하여 집에 송금을 한답니다. 동생은 둘이고…. 아침 8시부터 밤 10시까지 잔심부름을 해 주는 대가로 호텔에서 숙식하며 한 달에 받는 돈은 5,000루피 (150,000원). 자기는 후하게 받는 거라고 주인을 고맙게 생각하면서도 호통이 무서워 자주 눈치를 보았습니다. 


"무엇이 제일 갖고 싶냐" 물었더니 나이키 운동화랍니다. “돌아가면 이 호텔로 신발을 부쳐주면 받을 수 있니?” “이곳은 안전하지 않아요. 그리고 곧 떠날지 모릅니다.” 내 주소를 주고 안정된 주소지가 생기면 편지를 하라고 했습니다. 떠나올 때 그간 친구 해줘서 고맙다고 200루피를 쥐여주었더니 안 받겠다며 눈물을 글썽였습니다. 그건 네가 나에게 편지 보낼 우편료니까 받아 두라 했습니다. 괜히 나도 눈시울이 뜨거워졌습니다. 


그 이후 델리를 이따금 가는데 편지가 오지 않아 디팍의 연락처를 모릅니다. 디팍이 인연의 끈을 놓지 않았다면 작은 도움이라도 줄 수 있었을 텐데 아쉽습니다.




포카라 – 프램 Prem

포카라에서 자전거를 한 대 빌렸습니다. 지도를 보며 이곳저곳 찾는데 한 녀석이 다가오며 20달러(22,000원)를 주면 하루 종일 안내를 해 주겠답니다. "20달러? 야 이놈아 개가 웃겠다!" 어이가 없어서 막 웃었더니 이번에는 200루피(4,000원)를 달랍니다. "야 이놈아 20루피를 달래도 너하고는 안 놀아". 그때 한 아이가 슬며시 다가와서 50루피만 주면 성심껏 안내를 해주겠다는 겁니다. 그냥 다니는 것보다 가이드를 받는 것이 더 낳겠다 싶었습니다. "너 자전거도 없이 어떻게 날 안내하냐?" 잠시 후 이 아이가 자전거를 끌고 왔습니다. 


"그 자전거 어디서 난 거야? " "친구에게 30루피 주고 빌렸어요." “헉!! 그럼 20루피 벌려고 그걸 빌렸어?” 손이 부자연스러워 유심히 보았더니 어릴 때 화상을 입어 양손 모두 심한 흉터가 있더군요. 또래의 아이들에게 놀림을 많이 당하고 있나 봅니다. 한나절을 이 아이의 안내를 받으면서 여러 곳을 다녔는데 탁월한 선택이었습니다. 이것저것 설명을 해주고, 가방을 챙겨주고, 사진도 찍어주고, 길을 횡단할 때 나를 보호하려고 앞뒤를 살피면서 신경을 쓰는 모습이 보디가드를 둔 기분이었습니다. 정말 기특했습니다. 


헤어질 때 50루피를 팁으로 더 얹어주었지만, 부자유스러운 손이 맘에 걸렸습니다. "프램아 너는 무엇이 젤 같고 싶냐?" ”손목시계가 갖고 싶어요.” 주소를 받아 왔는데 이 녀석의 글이 거의 해독 불가였습니다. 집에 시계가 있는데 프램을 기쁘게 해줄 방법이 없어 많이 아쉬웠습니다. 이 시계가 프램에게 도착할 수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여행자에게 베푼 작은 친절이 선물로 돌아올 수 있다는 걸 알면 프램도 용기를 잃지 않고 장애를 잘 극복할 텐데….


이년이 지나 다시 포카라를 갈 기회가 있었습니다. 시간을 내어 예전에 만났던 장소를 배회했지만 프램이를 만날 수 없었습니다. 그다음 해도, 그다음 해에도…. 포카라를 갈 때마다 찾았지만 만날 수 없습니다. 프램은 아마 이사를 간 것 같습니다.




코발람 – 비르진 Birjin

코발람에 도착하여 저녁나절 해변을 걸을 때 높은 파도로 위험한 지역을 지키는 안전요원이 말을 걸더군요. 사진을 좋아하면 더 멋진 해변이 있다고…. 내일 자기가 쉬는 날이라 오토바이로 데려다줄 수 있다 합니다.


음~~ 인도에는 이런 일이 흔하죠. 잘못 따라나서면 나중에 감당 못 할 일이 벌어지는 경우가 많습니다. 하지만 이 사람은 안전요원이라는 신분이 보장되어 있고, 외모에서 풍기는 느낌이 거짓말을 하는 것 같지 않았습니다.


"어떤 보상을 원하니?" 세상엔 공짜라는 건 없으니 일단 운을 떠 봐야 합니다. "돈 필요 없고 그냥 오토바이 기름만 넣어 줘. 쉬는 날이라 나 시간 많아" "그래? 알았어. 그럼 내일 낮 1시에 저 호텔 앞에서 보자." 어차피 이곳저곳 보려고 떠난 여행인데 현지인이 데려다주는 곳은 어떨지 은근 기대가 되더군요. 안내가 끝나면 섭섭하지 않을 만큼 인사를 할 요량으로 흔쾌히 약속했습니다.


다음날 오후…. 정확히 시간을 맞추어 호텔 앞에 비르진이 왔습니다. (이 사람 이름이 비르진 입니다) 오토바이 뒤에 매달려 씽씽~~ 조아라 지역으로 나들이 떠났습니다.


조아라는 코발람에서 15Km 정도 떨어진 해변입니다. 아름다운 해변을 가기 전 커다란 포구가 있는데 이 지역 어선들이 드나드는 기지 같은 곳입니다. 돌아오며 이곳으로 갔더니 생각보다 규모가 큰 어시장이 있었습니다. 특이한 점은 이 포구를 둘러싸고 이슬람, 힌두, 천주교 성당이 사이좋게 자리를 잡고 있더군요. 남인도, 특히 께랄라 주는 가톨릭 신자가 많은 곳입니다.


아~~ 비르진과 별문제 없이 잘 다녀왔는지 궁금하시죠? 옙! 정말 비르진이 호의를 베푼 것이었습니다. 답례로 돌아오는 길에 오토바이에 기름을 가득 넣어 줬고요. 저는 남인도의 친절을 가슴 가득 안고 왔습니다.


인도, 조아라 2009.07.07. SONY α700 F6.3 80mm S1/1000  ISO 1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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