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utbia 김흥수 Jan 13. 2017

용감한 아줌마, Stella

여행 에피소드 06

용감한 아줌마 1


한국에는 성(性)이 3개가 있다고 말합니다. 하나는 남자고 또 하나는 여자. 다른 나라에 없는 제3의 성…. 그 이름은 “아줌마!“. 함께 여행한 아줌마가 있었습니다. 이름도 거룩한 “마눌님”. 이 아줌마가 처음에는 아주 다소곳했습니다. 눈에 뵈는 게 다 신기하여 정신이 없기도 했겠지만, 주요인은 영어가 입 밖에 나오지 않아 어쩔 수 없었겠죠. 여행을 마무리할 무렵이었습니다. 이제 이 아줌마도 제법 배짱이 생겼나 봅니다. 첫 여행이라 챙겨야 할 식구가 많다고 틈만 나면 기념품점을 기웃거립니다. 처음에는 저가 옆에 없으면 열쇠고리 하나 못 사더니 자꾸 말리는 게 싫었던지 갑자기 사라졌습니다. 두리번거리고 쫓아가자 유리로 된 제품을 흥정하는 중이었습니다. 멀찍이 서서 지켜보았습니다.


윽!!! 이 아줌마가 하는 말이 "이거 얼마예요?" 

(절대로 How much is it.'라고 말하지 않았음) 

양코 아저씨 : "20Doller~."

아줌마 : "에이 비싸다…. 이거는 요? 깎아줘요. 네?"

양코 아저씨 : "15Doller~"

아줌마 : "그럼 이거 줘요. 잘 포장해서요."

양코 아저씨 : "Yes Mom. No problem."


아이구~~ 저놈의 양코쟁이가 한국말을 알아듣는 건지 이 아줌마가 나 모르는 다중 국어로 이야기하는 건지……??? 이때부터 이 아줌마는 가게만 가면 한국말로 물건을 샀습니다. 옆에서 지켜보아도 신통한 구석은 있었지만요. 화장실도 기가 막히게 찾습니다. 비행기 안에서도 스튜어디스에게 그냥 "물" 달라고 하면 "물"을 주더 군요. 나는 워터, 워러~ 다해도 못 알아듣던데……. 역시 아줌마의 힘이 무섭습니다.



용감한 아줌마 2

그랜드 캐년 가는 길에 라플린이라는 콜로라도 강가의 작은 마을에 묵었습니다. 이곳은 허허벌판 사막 한가운데 있지만 푸르고 시원한 강물이 곁에 있어서 참 묘한 곳이었지요. 라스베이거스만큼은 못 되지만 도박장이 아주 컸습니다. 어차피 라스베이거스에서 시간이 없을 테니 이곳에서 ‘슬러트 머신’이 무엇인지 탐구해 보기로 하였습니다.


체험비용으로 딱 100달러 맛 배기만 해보기로 했습니다. 수많은 기계가 뿅 뿅 소리를 내며 정신없이 돌아가는 중에 맘에 드는 놈 하나를 골라 보라고 했더니…. 이 아줌씨가 고른 기계는 조금 묘한 기계였습니다. 그 기계를 돌리겠다고 50달러짜리 지폐를 내밀자 넓적한 코인 50개가 나왔습니다. 윽…. 이 기계는 한번 당길 때마다 1달러를 먹는 기계였습니다.


저는 옆에 있는 25센트짜리 기계를 고르고 50달러를 바꿨지요. 작은 코인 200개. 그런데…. 돈이 누가 먼저 떨어졌는지 아십니까? 이 무식한 아줌마가 50개로 200개보다 더 오래 놀고 있습니다. 버튼 한번 누를 때마다 1,200원이 날아가는 걸 알았다면 이 아줌마가 그렇게 용감해질 수 있었을까요? 하긴, 시댁 가면 밤새워 시누이들과 100원짜리 고스톱 치는 그 습성 물 건너왔다고 버릴 수 있을까? 뒤에서 지켜보며 속으로 말했습니다. 

"음~~ 통/큰/년!!"



용감한 아줌마 3

오레곤에서 만난 어처구니님이 한국에 없는 문화를 소개해준다고 별난 곳을 데려갔습니다. 남녀가 함께 가기엔 민망*2배 - 누드바. 머뭇거렸더니 꼭 가봐야 한다고 첨 보는 외간남자를 꼬드겠습니다. 저야 물론 흐흐~~~ 안 좋았지요.^^ 혹처럼 붙어 다니는 아줌마의 눈치를 슬쩍 보았습니다. 여독에 절은 눈이 갑자기 빛이 나더군요. 그래서 갔습니다. 단체 관람…. 하하.


맥주를 시켜 놓고 벌거벗은 여자를 보고 있자니 조금 쑥스러운데 눈치 빠른 어처구니 형수님이 제비 형님과 저를 다른 테이블로 가라고 밀치더라고요. 벗은 테이블도 있고 안 벗은 테이블도 있었습니다. 벽에 이런 글씨가 쓰여 있더군요. 5불 내면 브래지어. 10불 치마, 15불 팬티, 20불 이상 특별 서비스. 그게 뭔 말이냐 하믄요... 당구대 크기 정도 보다 약간 더 큰 공간에 ㅁ자로 테이블이 있고…. 관객은 밖에, 무희는 ㅁ자 안에서 춤을 춥니다. 술 마시던 사람들이-거의 안 마시고 쳐다봄 히히- 테이블에 1불씩 올려둔 팁이 벽보에 붙은 금액이 되믄 그에 상응한 서비스를 제공하는 겁니다. 


침을 흘리며 (저는 안 흘렸는데 옆에서 나보고 흘리더라고 하네요) 쳐다보고 있자니 엉큼한 제비 형님이 내 앞에다 일 불짜리를 슬쩍슬쩍 올려놓는 겁니다. 키야악~~~. 이노무 아가씨가 코앞에서 다리를 **** (자체 심의에서 잘림). 또 일불! 이번에는 엄청 큰 밀크박스가 코앞에서 흔들흔들. 야릇한 냄새에 정신이 아찔!! 

아쉬운 자리를 뒤로하고 밖으로 나왔는데 혹처럼 붙어 다니는 용감한 아줌씨가 나보고 뭐라 그러는지 아세요? "니네 자리는 어땠니? 우리 자리는 별로였어." 윽! 띠융~~ 뭐가 별로였다는 말이지…? 히히히.



사오정 아줌마


쳉두(成都)는 사천성 성도(省都)입니다. 1800년 전 유비가 이곳에 촉나라를 세우고 수도로 정했지요. 하여, 쳉두에 가면 심심치 않게 삼국지의 주요 인물들의 캐릭터를 만납니다. 유비의 무덤이 있는 "무후사"를 방문했을 때 "유비, 관우, 장비, 제갈공명" 4명이 나름대로 귀여운 모습을 보여주는 작은 인형을 기념물로 사 왔습니다.


어젯밤, 아들과 그 인형을 보며 삼국지 이야기를 하고 있었습니다. 옆에서 듣고 있던 마누라가 갑자기 인형을 가리키며 묻더군요. "누가 장빈데?" 제일 우락부락한 놈을 알려 주었지요. 그리고 친절하게 더 알려주었습니다. "저건 관우고, 이게 유비고, 요게 제갈공명이야." 다 듣고 있던 마누라 왈~ (아주 의아한 표정을 지으면서)    "그럼 삼장법사는 어딨어?" 

   ???............................!!!

우리 부자는 그 자리에서 비명을 지르며 뒤집어 졌습니다. 

어쩌면 우리 아들의 모친께서 전생에 사오정이었을 가능성이….



컵라면과 눈물


16명 팀을 끌고 단출한 동유럽 인솔 때였습니다. 떠나기 며칠 전 고객 중 한 분에게 급한 일이 생겨 결원이 되었습니다. 어차피 모두 세팅된 상태여서 한 명이 빠지면 금전적인 손해가 컸습니다. 마침 스텔라가 틈이 나서 이 자리에 끼워 넣었습니다. 고객들도 정황상 인솔자의 혹이 나쁘지 않았습니다. 스텔라에겐 이 일정이 여러모로 힘들 거란 말도 해두었습니다.

10일 투어 중 8일을 무사히 마치고 체스키크룸로프에 도착했습니다. 체스키엔 단체팀이 꼭 가는 식당이 하나 있습니다. “SATLAVA”입니다. 동굴처럼 생겨서 분위기도 괜찮고 식사를 up 하면 아주 좋습니다. 커다란 빵 속을 파내고 담아주는 양파 수프가 이색적일뿐더러 통감자를 곁들인 소고기나 체코 전통 돼지 무릎도가니 구이가 일품입니다. 아무튼, 이곳에 도착하여 음식을 준비하면서 그간 한식이 그리웠을 분들을 위해 컵라면을 하나씩 돌렸습니다. 손님들은 비싼 현지식보다 싸구려 컵라면에 환호성을 지르더군요. 물론 한쪽 구석에 앉은 스텔라 몫도 하나를 챙겼습니다.


그때 손님 중 한 분이 컵라면을 엎질러버렸습니다. 반사적으로 일어나 스텔라의 컵라면을 그 손님께 같다 드리고 뒤처리를 하고 왔습니다. 헐~~ 스텔라의 눈이 흥건히 젖어있습니다. 본인도 컵라면이 정말 먹고 싶었답니다. 50이 넘은 아줌마는 자식 앞에서 짜장면도 못 먹는 줄 알았는데 컵라면 하나에 눈물을 흘릴 수 있다는 걸 알았습니다.


잘 알고 떠났지만, 손님만 챙기는 남편이 순간적으로 원망스러웠다고 합니다. 허허 웃고 말았지만 정말 정말 스텔라에게 미안했습니다. 그 와중에 순진한 마누라가 너무 귀여워서 안아주고 싶었습니다. 열흘간 잘 참아준 대가로 프라하에 도착하여 거금을 썼습니다. 가끔 그때 사준 석류석 반지를 보면 컵라면이 먹고 싶어 훌쩍이던 모습이 떠올라 애잔합니다.


추신 : 이 여행 이후 스텔라는 저에게 정말 잘합니다. 전에는 내 일이 그저 바람처럼 떠나는 유람인 줄 알았었나 봅니다. 이제는 출장 준비를 하면 옆에서 이것저것 더 챙겨줍니다. 이 일이 그렇게 힘들고 험한지 몰랐었다고 미안해합니다.


2014.09.14 SONY α700 체스키크룸로프, 체코


배낭여행을 준비하신다면 첫 페이지부터 차분히 보아주시길 권합니다. 이 시리즈는 단행본 두 권 정도 분량으로 준비되어 있습니다. 정독하시면 여행준비에 도움은 물론, 현지에서 시행착오도 훨씬 줄어들 겁니다. ^^

매거진의 이전글 암스테르담 중앙역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