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 에피소드 05
암스테르담 중앙역은 정말 재미있는 곳입니다. 역사를 벗어나 광장으로 나오자 세계 각국의 인종과 움직이는 모든 교통수단이 한꺼번에 보였습니다. 한번 상상을 해 보세요. 큰길을 가운데 두고 전차와 버스, 승용차가 엉켜 있고, 그 옆으로 자전거와 사람, 바로 곁 운하에는 수상 버스와 수상 택시가 나란히 달리는 모습을….
[유럽 첫 배낭 여행때의 추억입니다]
역사 옆을 돌아가면 핑크빛 골목이 좌악~~~ 진열장 안에는 훤칠한 아가씨가 미니스커트를 입고 밖으로 미소를 보냅니다. 한 집 건너 하나 성인용품 간판과 요상한 그림. 그리고 물건(?). 어느 종족인지 분간이 안 가는 인간들이 눈을 게슴츠레하게 뜨고 말을 건넸습니다. "야~ 임마! 하이나 코카인 살래?" "너 게이바에 가서 한잔 어때?" "야! 여기 물 좋은 뇨자 있어. 드와! 흐흐" 암스테르담이라는 도시는 마약과 매춘이 합법화되어있습니다. 벼룩시장에 가면 포르노 테입을 산더미처럼 쌓아두고 팔죠. 도저히 두 눈 뜨고 쳐다보기가 민망한 물건들도 나뒹굽니다.
우선 성인용품 숍을 탐방하기로 했습니다. 도대체 어떤 물건이 성인용품으로 구분되는지 알고 싶었거든요….^^ “윽! 정말 많다. ” 가장 먼저 눈에 들어오는 것은 남자 생식기! 손톱 깎기 크기에서 코끼리 물건만 한 것까지, 빨, 주, 노, 초, 파, 남, 보…. 바이브레이션이라는 물건 또한 끔찍하게 다양합니다. 안으로 들어가면 도저히 용도가 상상이 가지 않는 물건들이 수두룩…. 물어볼 수도 없고. 흐흐. 한쪽 벽에는 수갑이랑 채찍, 몽둥이…. (아마 암스테르담은 성인용품점에서 경찰 용품과 마구점을 겸하나 봅니다) 한 시간 이상을 호기심을 충족하고 그 가게를 그냥 나올 수가 없었습니다. 가게를 기웃거리고 물건을 안 사고 나오면 뒷골이 당기잖아요. “아저씨 이거 얼마유? 요건? 음~ 조건……!! ” 돌아오면 음흉한 미소를 지을 늑대 친구 몇 명을 위하여 거금을 카드로 긁어 버렸습니다. 주인넘이 양처럼 웃으면서 테입과 야한 그림책 몇 권을 서비스로 얹어서 주더 군요.
자~자~ 제가 이야기하고 싶은 말은 지금부터입니다. 그놈의 물건을 배낭에 넣고 며칠을 다녔더니 이게 아주 걸리적거리는 겁니다. 여행이 한 달도 더 남았는데 동방예의지국 시민이 그 흉측한 걸 끌고 다닐 수는 없죠. 하이델베르크에서 그간 모은 엽서와 팸플릿을 함께 포장하여 홀가분하게 한국으로 부쳤습니다. 어느 날 문득 각시에게 전화했는데, 반갑다는 인사는 고사하고…. "여봇!!! 도대체 뭘 부쳤기에 세관에서 출두 명령이 왔어욧!" "아니…. 별거 아닌데…. 팸플릿하고…. 윽!!!" "뭔가 착오가 있겠지. 돌아가서 알아보지 뭐.” 전 이 대목에서야 우리나라와 유럽이 다르다는 걸 깨달았습니다.
여행이 끝나고 집에 돌아와, 군산 세관을 방문했습니다. 괜히 얼굴이 화끈거리더군요. 그거 사실은 아무것도 아닌데…. 소포를 캐비닛에서 꺼낸 세관 직원이 야시러운 물품 목록을 작성하여 놓고 사인을 하랍니다. "사인하면 돌려주는 거유?" "웃겨~ 이 양반! 풍기 사범으로 쇠고랑 차고 시포?" "윽! 그거 장난감인데 그걸 샀다고 감옥에 가요?" "짜샤~ 이런 거 수입하면 주금이얏!" "오메~ 그거 여행 기념품인데. 카드 100불도 더 긁어서 산 거야 제발 돌리 도~" "웃기고 자빠졌어... 압수!!!! 사인해!" "나 웃기는 짬뽕은 맞지만 그렇게 안 웃겨 제발 돌리 도. 별것도 아니잖아?"
흑흑!!! 몽땅 뺏겼시유~ 정말 암것도 아닌데…. 그냥 귀엽게 생긴 고추랑 가지 같은 거…. 한국에는 외래 농산품은 허가 없이 반입이 금지된답니다. "짜슥들... 내 나이 40을 나이롱 뻥 처서 딴 줄 아냐? 우리가 그딴거 가지면 사고 칠 줄 알고? 내가 애도 못 만드는 순둥이로 보이냐? 국민은 전부 대갈팍도 안 돌아가는 애들로 취급한다니까." 돌아오는 차 속에서 혼자 지껄인 말 이였습니다.
참…. 암스테르담엔 "비너스 템플"이라는 사설 sex 박물관이 있습니다. 중앙역에서 담 광장으로 쪽으로 조금 가다 보면 오른편쪽 건물들 틈에 있습니다. 큰길에 있어 찾기 어렵진 않은데 눈에 잘 뜨이지 않습니다. 근처의 사람들은 잘 모르는 걸 보니 이런 것에 별 관심이 없는 것 같더군요. 오히려 이곳은 여행자들에게 물어봐야 더 잘 압니다. 우리나라에선 이런 곳을 볼 기회가 없기 때문에 한 번쯤 가 볼 만합니다만 그리 큰 기대는 안 하시는 것이 좋습니다. 우리나라 분위기도 많이 변했고, 인터넷에서 스팸성 메일로 날아오는 야시시한 그림이 이제는 더 적나라한 것 같습니다.
배낭여행을 준비하신다면 첫 페이지부터 차분히 보아주시길 권합니다. 이 시리즈는 단행본 두 권 정도 분량으로 준비되어 있습니다. 정독하시면 여행준비에 도움은 물론, 현지에서 시행착오도 훨씬 줄어들 겁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