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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utbia 김흥수 Jan 13. 2017

여권에 얽힌 황당한 이야기 3

여행 에피소드 09


제 인생 최악의 여권 사고는 태국에서 일어납니다.

이런 일은 생각도 하기 싫지만 어쨌든 일어난 일이니…. 쩝.


방콕 돈무앙 공항이 지금의 스와나부미로 이사 가기 전. 

우리나라 여행 상품 중 최고의 히트를 기록한 방콕 파타야 일정.

워낙 자주 가는 코스라 그때에도 도착 직후 손님들의 여권을 몽땅 걷었습니다.

(이 호텔이 꼭 전체 여권을 요구합니다)


24명의 아줌마 단체팀은 전주를 떠나는 차에서부터 웃음소리가 떠나지 않았습니다. 

오랜만의 외출, 일탈의 자유….

무엇을 보든 즐겁고, 무엇을 먹어도 맛있다고 좋아하던 팀이었죠.


파타야 일정을 끝으로 방콕에 도착하여 저녁 식사를 했습니다.

천천히 식사를 마치고 공항으로 떠나면 모든 일정을 마무리하는 시점.

너무 잘 놀고, 좋아했고, 사고가 없어서 이상한 여정이었습니다.

하지만 왠지 게적지근함이 밀려옵니다.


순조로움도 병일레라.~~-!-

자판기 커피를 뽑으며 돌아가는 일정을 얼핏 생각하는데….

옴마야.!!! 여권들.... 여권들.... 여권들…….


파타야 호텔은 2박이고 안전 금고가 방에 있어서.... 

예~~~ 우리 여권이 몽땅 파타야 호텔 안전 금고 속에 들어 있는 중입니다.-!-


보딩 타임까지 남은 시간 3시간 반…….

차를 아무리 빨리 달려도 파타야 호텔에서 돈무앙공항까지 4시간에 주파하기는 글렀습니다.

하늘이 노래지고, 팔랑팔랑 날아가는 달러가 눈앞에 보입니다.


이럴 땐 차분하게 생각하는 것이 최고.

손님들 눈치 못 채게 현지 가이드를 불러 사정이야기를 하고 손 쓸 방법 모색.

태국은 도로사정 때문에 버스가 그리 빨리 달리는 편이 아닙니다.

파타야와 방콕 사이를 오토바이로 달리면…. 그렇습니다. 폭주족 오토바이.


호텔로 전화하여 방 번호, 안전 금고 비번 불러주고, 오토바이 수배 지시. 

11시까지 공항 도착하면 250불! 그 전에 도착하면 50불 보너스! 전화 계속 켜둘 것!


“여러분 식사 맛있게 드셨습니까? 지금 공항으로 가면 할 일도 별로 없고, 여러분들이 너무 좋아하셔서 저가 마지막 서비스를 하나 하겠습니다. 차를 돌려 방콕 시내 야경을 보실 텐데요. 대신 공항에선 좀 바빠질 겁니다."

야호!~~ 손뼉 치고 소리치고 난리가 블루스~ 

(크헐~ 지금부터 일정은 모두 돈으로 때워야 합니다. -!-)


일단 현지 가이드 택시 태워 공항으로 보내고….

차에 탄 손님들 차창 풍경은 아랑 곳 없이 마이크 잡고 노래 시작.

쿵짝 쿵작, 뿡짝 뿡짝... 

지나가던 차들 우리 차 쳐다보며 신기한 표정 짓는 동안 내 속은 그저 까맣게 타들어 갑니다.


달리는 오토바이에 문제가 생기면?, 교통경찰에 잡히면? 이러면? 저러면? 별 요상한 상상을 다 하면서, 20분 간격으로 오토바이 체크하며 도착 시간을 맞추었습니다.


11:15분 오토바이 공항 도착 확인.

11:18분 우리 차 공항 도착.

11:33분 짐 부치고 수속 밟고 출국장 뛰어서 게이트로... 

11:48분 탑승과 동시에 비행기 문 닫고.

12:05분 드디어 이륙~~~.


휴우~~~ 누가 내 속을 알아줄까?

심야 비행기가 이렇게 편안하고 아늑했던 적이 없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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