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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utbia 김흥수 Jan 13. 2017

여권에 얽힌 황당한 이야기 2

여행 에피소드 08

2010-05-07 17:10:25  쓴 글


앞에 이야기한 여권의 경우는 비교적 애교에 속합니다. 여행안내에서 가장 신경 쓰이는 부분 중 하나가 바로 이 여권인데요. 수시로 발생하는 여권 사고 땜에 출발 전부터 가능하면 여권은 저가 직접 받아들고 관리를 하는 편입니다만 그렇지 못한 경우가 더 많죠.




홍콩을 경유하여 호주를 가는 팀. 전라북도 공무원 공로연수였습니다.

부부간 출타여서 분위기 짱!

전주 시청을 출발한 차가 고속도로를 접어든 직후 여권을 걷었습니다.

그런데…. 한 부부가 갑자기 비명을….

그렇습니다. 너무 중요한 여권, 서랍 속에 잘 모셔 두고 오셨죠.


고속도로에 들어간 대형버스를 돌릴 수도 없고,

약속을 어긴 손님 때문에 출발이 늦어 공항 도착 예정 시간도 빡빡한 상황….


그 짧은 상황에서도 부인은 벌써 패닉 상태에 돌입했습니다.

아들이 학교에 가서 집에 아무도 없을 거라고….

차분하게 손님들을 진정시키고, 집으로 전화했습니다.

다행히 아들이 전화를 받더군요. (그 시간에 아들이 집에 있을 확률이 1%도 안 된다고….)


"열 일 다 제쳐두고 서랍 속 여권 챙겨서 택시 타라. 그리고 여산 휴게소로 와라." ? 

이렇게 시작이 화기애매 했습니다. 그런데 정작 큰 문제는 홍콩에서….


쳅락콕 공항에서 경유 게이트로 나가 호주행 비행기를 탑승하는 순간.

이번엔 다른 부부 중 남편분의 여권이 가출했습니다. 컥컥.

홍콩 쳅랍콕 공항을 아시는지요? 이 공항 진짜 정신없습니다. 트램을 타고 이동해야 하고….


여행 중 이런 경우가 제일 막막합니다.

인천이라면 차라리 다 잊고 집에 돌아가시라고나 하지….

아무도 없는 홍콩에서, 게다가 혼자라면 찢어져도 덜 애가 타는데…….

부부가 떠나서 이런 일이 생기면 한쪽은 어찌합니까? 막막 또 막막.


일단 시간을 벌기로 작정했습니다. 의심이 제일 가는 부분이 입국 수속하는 곳인데….

(종종 몸수색하는 곳에 여권을 놓고 오는 경우가 있습니다.)

손님들을 몽땅 탑승 보류하고, 공항직원에게 상황 설명을 했습니다.

그쪽 상황 좀 알아봐 달라고….


몇 분 후, 케세이 퍼시픽 쪽에서 비행기 문 닫는다고 난리가 아닙니다.

(공항이 복잡하여 이유 없이 딜레이 시키면 페널티 엄청납니다.)

"조금만 더 기다려 줘!"

마침내 저쪽 상황실에서 연락이 왔습니다.

소지품 검사 하는 곳에 여권 하나 찾았다고…. 크아~~~!


달려가는 길 왜 그리 먼지…. 헥헥.

땀 질질 흘리며 게이트에 도착하자 승무원과 기장, 누구, 누구…….

단체로 나와서 화를 내고 난리브르스~~


홍콩 공항 항공기 5분 딜레이 하면 벌금 8,000달러 어쩌구저쩌구…. 쏼라 쏼라.

그거야 내 알 바 아니고…. 여기 여권…. 흐미~.

15분 고의지연 시켰으니 24,000달러 벌금 어쩌구저쩌구….

허 거참 말도 많네. 떠들 시간 있으면 빨리 비행기 문 닫고 출발하자고.

(시간을 보니 거의 20분을 딜레이 시켰내용.)


그렇거나 말거나. 욕이 뱃속 파고드는 것도 아니고….

손님 띠어 놓고 안 가는 것만으로도 너무 행복합니다. 

비행기 뱃속에 들어가서 혼자 히죽히죽 웃으며 “하느님 감사합니다.”를 외쳤죠.

"소중한 여권 지켜 주셔서."


수많은 사람의 눈총 받으며 자리에 앉고 나니 온몸에서 육수가 터져 물이 줄줄.

그러거나 말거나 시원한 물 달라고 손 내밀었더니 스튜어디스가 눈을 흘기며 

얼음 넣은 미네랄워터 한 잔 가득 담아 왔습니다.

독은 안 탔으려나? ㅋ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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