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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utbia 김흥수 Jan 13. 2017

분실물 이야기 2

여행 에피소드 03

카메라 사건 3과 4는 그냥 건너뜁니다. 기록은 언제나 깨지라고 있는 법. 

지금까지 제 인생의 최대 분실물은 바로 이번입니다.




[카메라 사건 5] 2010년 4월 9일 중국 운남성 리쟝. 팀 칼라 화려하고 부담 없이 인솔할 수 있는 분들과 여행을 떠났습니다. 편안한 인솔이라 카메라 두 개에 16~80mm와 80-200mm 렌즈를 물려서 들고 간 여행입니다. 여행은 성공적이었고 즐거운 마음으로 마무리할 시점, 동생처럼 아끼는 가이드가 병이 났습니다. 하루 쉬라고 일러주고 옥룡설산을 다녀왔더니 못내 미안한지 흑룡담 공원으로 마중을 나왔습니다. 살아난 것이 반갑고 분위기도 좋아서 그리 멀지 않은 식당까지 걷기로 했습니다.


식당은 오래전부터 친분이 있는 털보 문 사장님 집입니다. 그날따라 식당은 중국 사람들로 아주 붐볐습니다. 자리가 마땅치 않아 손님들 자리를 잡아 드리고 문 쪽에 의자를 추가로 놓고 앉았습니다. 오랜만에 한식에 삼겹살까지 손님들도 정신 줄을 놓고 식사를 시작했습니다. 원래 한식은 좀 손이 많이 가고 바쁘죠. 고추장 달라, 마늘 달라, 음료수 달라, 고기 더 달라…. 손이 달려서 저가 거드는 것이 나을 것 같아 카메라 두 개를 의자 위에 놓고 점퍼를 덮어 두었습니다.


가이드가 온종일 쉰 것이 미안했던지 제 선물을 사 와서 자랑합니다. “형님 이거 멋있죠?” 코끼리가 그려진 벽걸이 퀼트였습니다. 정신없는 와중에 아는 척을 하고 제 자리에 돌아왔더니 점퍼만 있고 카메라가 없습니다. “여기 카메라 못 보셨나요?” 그동안 정신없이 다니면 손님들이 제 물건을 감추고 놀려왔기 때문에 이번에도 그런 줄 알았는데 조금 느낌이 이상했습니다. 종업원을 불러 카메라 못 봤냐고 물어보았습니다. 카운터에 보관 중이랍니다. 휴우~ 다행…. 삼겹살을 두어 점 집어 먹다 그래도 좀 이상해서 한 번 더 물었습니다. “카메라가 몇 개야?” “한 개요.” 헐~~ 가이드 카메라였습니다. 그럼 내껀???


당시 잃어버린 카메라 중 하나...


잠깐 한눈판 사이에 사라졌습니다. 영원히~~. 나중에 상황을 파악하고 알게 된 사실. 흑룡담 공원에서 식당까지 오는 동안 중국인 한 명이 우리를 따라 식당에 함께 들어왔다고 합니다. 몇 분의 의견에 따르면 이넘이 화장실에서 상당히 오랫동안 머물러 있었습니다. 그넘의 행동이 수상하다고 느끼신 분도 있었는데 별 탈 없으리라 생각하고 넘어갔답니다.


어쨌든…. 제 부주의 탓에 손님들이 언짢아지면 안 되죠. “괜찮습니다. 여행자 보험 들었으니 지금 경찰서 가서 도난신고서 받아오면 한국에서 다 처리해 줍니다.” (말은 그렇게 하며 고객을 달랬지만 여행자 보험 최고 보상액이 50만 원입니다 -!-) 쿤밍행 비행기를 타는 시간까지 여유가 좀 있었습니다. 술렁이는 손님을 달래고 경찰서로 달려갔습니다. 가이드에게 그동안 손님들 모시고 공항으로 먼저 가서 티케팅을 하라고 일러 주었습니다.


중국 경찰서 도난 신고서 작성…. 정말 속 터져 죽는 줄 알았습니다. 내 물건 잃어버렸다고 갔는데 거꾸로 취조를 합니다. 한 말 또 하고 한 말 또 하고 공항 가야 할 시간은 촉박해지고…. 너무 화가 나서 취조받다 나와 버렸습니다. 급기야 옆에서 지켜보던 다른 직원이 안 되겠다 싶었는지 후딱 한 장 써주더군요. 이렇게 취조받고 거금 들여 택시 잡아타고 아슬아슬하게 공항에 도착했습니다. 이때는 잃어버린 물건이 아깝다는 생각보다 일주일간 찍어 놓은 사진 파일이 더 아쉬웠습니다. 손님들이 본인 카메라는 손도 안 대고 나만 믿고 엄청난 포즈를 취했는데…. 돌아와서 금전적인 타격도 컸습니다. 알파 700 본체 두 개와 자이츠렌즈, G렌즈... 보험 처리 받고도 큰 거 4장이 더 들어갔습니다. 흑흑


이 이후는 없었을까요? 예라고 말씀드리면 좋겠지만, 저의 엽기 행각은 계속 진행 중입니다.  꼬모에선 노트 패드가 수증기처럼 증발하더군요. 모자와 손수건은 아예 내 것이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가장 최근엔…. 아…. 이 이야기를 해야 할까? 예. 앞으로 여행하시는 분들에게 경각심을 일으켜 드리기 위해 하겠습니다.



[ 악연의 니스 ] 올봄 서유럽 투어를 끝내고 (손님들은 파리 공항에서 인천행 비행기 태워드리고) 저 혼자 프랑스 남부를 더 돌아보는 일정이었습니다. 손님들과 작별을 할 때 경비 정산을 하니 800유로 정도 현금으로 남았습니다. 유럽 대부분의 관광지 치안이 좋지 않아 늘 돈을 분산하는데 이날은 어쩔 수 없는 상황이라 지갑에 돈이 많이 들어 있습니다. 무사히 투어를 마쳤다는 안도감과 책임감을 덜었다는 위안과…. 긴장이 풀린 상태에서 바쁘게 야간열차를 타고 니스를 가면서 돈을 분산해야 한다는 생각을 깜빡 잊고 있었습니다. 아침에 도착한 니스역 주변에 정말 많은 흑형들이 빈둥거리며 놀고 있더군요. 남쪽이라 아프리카 난민들이 더 많이 들어 와 있나 봅니다.


그래도 니스의 분위기는 밝고, 숙소와 역까지 이어지는 길도 일직선으로 너무 예쁩니다. 역전 트램 정류장에서 전차를 올라타고 지갑에서 표를 한 장 꺼낸 후, 개찰기에 집어넣는 순간, 주머니 부근을 툭툭 치는 느낌이 왔습니다. 아차 싶어 손을 주머니에 넣어보니 지갑은 사라지고…. 그 순간 트램 문이 닫히면서 전차는 출발을 합니다.


키 큰 흑형 한 분이 황급히 트램을 뛰어나가는 것을 주변 사람들과 함께 목격하였지만 엎질러진 물…. 영화 속에서 자주 보던 장면이 그대로 재현되니 묘한 느낌이 들더군요. 몇 초간 꿈처럼 몽롱한 상태가 흘러간 후, 정신을 가다듬고 무작정 다음 역에서 내렸습니다. 그 자리에 돌아간들 그 흑형이 나 잡아 봐라하고 서 있을 리 없는데….


마침 자전거 순찰대가 지나갑니다. 상황 설명을 하는 동안 방금 일어난 일이 백지장처럼 지워지고 있습니다. 인상착의도 옷 색깔도, 어떤 특징도 생각나지 않습니다. 키가 크고 마른 체형이라는 것 외에는…. 이건 주변 흑형들의 전형적인 모습입니다. -!-


경찰서가 근처에 있으니 가서 신고하라는 말에 일단 가보기로 했습니다. 이런 경험도 여행이니 얼마나 멋지게 처리하는 한 번 봐주는 것도 좋겠지요. 18년 전 런던을 시작으로 암스테르담, 중국 운남성, 이탈리아 베로나…. 이번엔 프랑스 경찰서 탐방입니다.


역시나 프랑스 경찰들 참으로 더딥니다. 거의 한 시간 걸려서 받아 든 도난 신고서…. 현금은 보험처리도 안 되는데 이거 받아서 어디에 쓰겠다고 시간 낭비했을까요? 그냥 흑형이 그 큰돈으로 마약 하지 말고 생활 밑천에 보탬이 되었으면 좋겠다 하는 바램만 들었습니다.


아무튼…. 첫 유럽 여행에서도 내 발목을 잡았던 니스가 또 한 번 단단히 발목을 잡았습니다. 이게 무슨 악연이 있는 걸까? 언짢은 기분을 지우려고 여러 가지 상념에 젖어 봐도 돌아오는 생각은 그저 아깝다는 생각뿐…. 지금껏 다닌 여행에서 하필이면 지갑에 가장 많은 돈이 든 날 이런 일이 났을까요? 넘치면 바로 덜어내시는 그분의 뜻!!!

사라지기 전에 좀 더 좋은 곳에 쓰라는 경고 아니었을까 싶었습니다. 

그래도 아까운 피 같은 내 돈!!!


니스 마세나 광장 2015. 05.18  SONY α77M2II F5.6 45 mm S1/1600  ISO2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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