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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utbia 김흥수 Jan 13. 2017

분실물 이야기 1

여행 에피소드 02

잦은 여행 중 분실물이 발생하지 않는다면 기적이라 불러야겠죠? 저는 절대로 기적을 만들 재간이 없습니다. 거꾸로 얼마나 많은 분실을 기록하느냐 에는 도전해 볼 만합니다. 저의 어이없는 분실물 이야기는 첫 나들이부터 시작됩니다. 여행하시는 분들에게 교훈이 될 만한 이야기라 가슴 아픈 실수를 이곳에 옮기겠습니다. 




1993년, 가게 확장을 준비하기 위해 일본을 일주일 다녀온 적이 있습니다. 유럽은 혼자 떠난 여행의 첫걸음이었고 물 건너간 경험으로 보자면 그때가 바로 제 인생에서 첫 해외여행이었습니다. 얼마나 가슴 부풀었겠습니까? 당시만 해도 물 건너간다면 주변 친구들이 봉투를 쥐여 주고 난리였습니다. 인솔자가 학창시절 가장 친했던 친구여서 준비해간 비용을 절반도 받지 않아 돈이 왕창 남아 버렸습니다. 오히려 필요한 것을 사면 세관통과 수월하게 나누어 가져다주겠다고 하더군요. 봉투 준 친구들 답례품, CD플레이어, 카세트 플레이어 등등 과다 쇼핑을 했습니다. 마누라에게 줄 화장품도 사고 양주도 몇 병…. 첫 여행자라면 누구나 하는 그런 행각을 더블로 한 셈이죠.


귀국 후, 친구와 헤어져 고속버스터미널에 도착했습니다. 빨리 전주에 달려오고 싶은데 막차까지 매진되었습니다. 익산행 표를 끊고 기다리는데 "전주 가실 분 두 분만 나오세요." 하더군요. 얼씨구나 무거운 짐을 끌고 갔더니 표를 바꿔 오라고…. 아무 생각 없이 앞에 선 사람에게 "제 짐 좀 봐 주세요" 하고 표를 바꾸고 왔습니다. 그런데……. "허무" 그 자체였습니다. 불과 몇 분 사이에 제 짐이 어디로 사라져 버린 겁니다. 그곳에는 쇼핑한 물건 외에 양복, 카메라, 필름, 기타 신변잡귀(귀신)까지 몽땅! 내 손에 남은 것은 현금 17,000원과 여권뿐…. 형님에게 빌린 여행용 가방을 포함하면 아마도 그 당시 시가로 200만 원 이상의 물품이 사라진 것 같습니다. 지금 생각해도 가슴이 아리군요.


제 이야기의 요지는…. 선진국을 며칠 여행하다 보면 안전에 대한 개념을 잊게 됩니다. 일본은 호텔 로비에 분필로 흰 원을 그어놓고 짐을 그 안에 그냥 두어도 하루 종일 그대로 있는 나라였습니다. 이런 지역을 돌다 보면 은연중 그 습성이 남아있다는 것이 문제입니다. 고속터미널을 지키는 경찰서 직원의 말에 의하면 하루에도 이런 일이 다반사로 일어난답니다. 공항에서부터 짐이 많은 여행자 뒤를 따라오는 전문범도 있답니다. 제 경우가 이런 케이스에 속하겠죠.


아무튼, 이 글을 써서 우리나라의 치안을 비하하려는 뜻은 아닙니다. 일본에도 소매치기는 있습니다. 다만, 여행이 마무리될 때까지 긴장을 늦추지 말라는 뜻입니다. 이 사건을 계기로 제 여행문화는 아주 건전해졌으니 비싼 대가를 치른 교훈으로 생각합니다만 이런 놈이 여행을 시작했으니 지금까지 기록이 얼마나 화려하겠습니까?




[ 카메라 사건1 ] 첫 배낭여행 시작 3일째, 런던에서 타워 브리지와 런던타워를 돌아보고 그리니치로 가는 독크랜드 전철을 탔습니다. 템스 강 바닥을 물밑으로 걸어서 Curty shack 호를 감상하고, 유유히 언덕을 오르려는 찰라 "무료 공중 화장실"이 떡 버티고 있었습니다. "우와~ 신난다. 돈 안 주고 쉬를 할 수 있다니…." 사실 유료 화장실은 시설과 편의성으로 보아 그리 비싼 편이 아닙니다. 돈을 내고 화장실 출입하는 것이 익숙지 않아 처음엔 무척 아깝다는 생각이 들었지요.


배에 차고 있는 복대가 잘 있는지 궁금했던 차라 들어갔습니다. 카메라를 걸고 그 위에 점퍼, 다시 셔츠를 벗어 걸어 둔 다음 옷매무시를 가다듬는데 누군가 문을 벌컥 열었습니다. (유럽은 노크하지 않습니다. 문을 당겨서 걸려 있으면 그만입니다) "Just moment." 다시 옷을 걸쳐 입고 예의 바르게 자리를 비켜준 다음 공원으로 직행했습니다. 공원의 여유로움에 취해 한방(?) 박으려는데…. “카메라가 어디 갔지?” 옴마나~ 화장실 문 옷걸이에 차례로 걸어 두고 점퍼까지 챙긴 다음…. 나 몰라~ 황급히 뛰어가 보았지만 그렇게 예쁜 선물을 가져가지 않을 바보가 그리니치에는 없었습니다.


혹시 예의 바른 동네 사람들이라 신고라도 하지 않았을까? 하는 기대감을 안고 경찰서를 찾았습니다. 친절한 경찰관이 분실 신고서를 작성해 주며 내일 전화하면 확인해 주겠다고 했습니다. "말 된다. 내가 전화를 걸어? Hello 하면 무어라 답할래? 난 그딴거 못 하쥐. 오늘 밤 에든버러를 가야 한다고" 아~ 고놈의 카메라 때문에 경도"0"의 그리니치 천문대는 밟아보지도 못했답니다.




[ 카메라 사건2 ] 영국에서 벨기에, 네덜란드를 갈 때까지는 카메라가 없다는 것이 차라리 마음 편했습니다. 분실에 신경 쓰지 않아도 되고 사진 찍으려 법석을 안 떠니 여행이 편했습니다. 덕분에 친구도 생기고…. 스코틀랜드와 벨기에를 돌 때까지 그렇게 생각했습니다. 하지만 네덜란드의 자연 앞에서는 도저히 이대로 여행을 마감할 수 없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결론은 하나. 새로 샀습니다. 거금을 카드로 긁고 작지만 빵빵한 최신 기술이 들어간 와이드 카메라로…. 이 카메라는 만인의 시선을 받기에 부족함이 없는 최신 기술의 집합체였습니다. 그런데 이 카메라가…. 어떻게 되었을까요?


독일, 헝가리를 거쳐 오스트리아 빈에 왔을 땝니다. 아침 일찍 합스부르크 왕가의 여름 별궁 쇤브룬 궁전을 찾았습니다. 이곳에서도 한국인 배낭 여행자를 만났습니다. 으리으리한 궁과 잘 다듬어진 정원을 도는 동안 유럽 놈들의 징그러운 사치에 혀를 내 두르며 시청사로 왔습니다. 새로운 장소에 당도하면 으레 치르는 의식…. 이름하여 기념 촬영. 여학생의 사진부터 찍어주고 내 카메라를 건너는 순간! "철퍼덕~" "그러면 그렇지…. 며칠간 아무 사고 없이 다닌 것이 신기하더라니까." 앞에서도 말했지만 새로 산 카메라는 신기술의 집합체였습니다. 뚜껑 부분이 자동으로 열려 ON 된 상태에서 과격한 충격을 가하면 치명적인 상처를 입습니다. 꼭 터미네이터가 마지막을 장식하는 모습 같았죠. "윙~ 끽끽 스스스스 깍꿍!"


처음부터 카메라를 포기했다면 몰라도 찍던 사진을 여기서 멈출 수는 없었습니다. 집에 돌아오면 마누라의 구박이 눈에 보이는듯하지만 어쩌겠습니까? 다시 번쩍이는 카드를 휘두르며 이번에는 정말 간편한 카메라를 또 새로 샀습니다. 자~~ 이 카메라 사건이 여기서 잘 마무리되었을까요? 행여 그러길 바라신다면 그 마음만 고맙게 간직하겠습니다.


글이 너무 길어 뒷편으로 넘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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