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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utbia 김흥수 Jan 13. 2017

70-80, 우리는 축복받은 세대

여행단상

우리는 왜 여행을 꿈꿀까?

여행에서 무엇을 얻을까?

여행이 낭비는 아닐까?

약은 곧 독입니다.

여행은 생각에 따라 약효가 달라집니다.


나는 왜 여행을 꿈꿀까?


여행이라 번역되는 영어 TRAVEL은 어원이 라틴어 Travail에서 왔습니다. Travail는 고통이나 고난을 뜻하고 교통수단이 대중화되기 이전까지는 집을 나선다는 것은 고난을 감수하는 일이라 했습니다. 차가 없던 시절엔 수원에서 한양까지 가는 일도 만만치 않았을 겁니다. 평민으로 태어나 북경이나 동경 한번 다녀오는 일이 평생에 한 번 가능하긴 했을까요? 이제는 돈만 있으면 다른 나라를 훌쩍 다녀오는 일이 아주 쉽습니다. 여행을 떠나는 이유 또한 아주 다양해졌습니다.


저는 얼마 전까지 여행을 떠나고 싶어지는 욕구가 바로 호기심 충족 때문이라고 생각했습니다. 그런데 지금은 그 생각이 달라지고 있습니다. 세월이 좋아져서 T.V만 틀면 세상 곳곳을 볼 수 있습니다. 365일 들여다봐도 다 못 볼 지경입니다. 구글 어스를 클릭하면 세계 구석구석 스티리트뷰까지 확인할 수 있습니다. 처음 가는 여행지를 인솔할 때도 예전처럼 두렵지 않습니다. 자주 들여다보면 몇 번 다녀온 곳처럼 자기 최면에 걸릴 정도입니다. 


머지않아 오감 만족 버츄얼 투어가 가능한 날도 분명 올 겁니다. “오감 만족이라면 앉아서도 다하는데 뭐하러 여행을 떠나?” 그렇지 않을 겁니다. 오감 만족을 버츄얼 투어로 해결한다 해도 여행은 방관이 아니라 참여이기 때문입니다.


여행이란 보고 듣고 즐기는 것에서 끝나지 않습니다. 소통하고 참여하여 그 시간 그 자리의 공감이 중요한 요소라고 생각합니다. 이제 저의 끝없는 여행 욕구는 넓은 세상에 대한 확인이 아니라 참여하고 싶은 욕망이라고 수정합니다.

70-80, 우리는 축복받은 세대


여행의 3요소는 시간, 돈, 건강이라 합니다. 이 요소 3개가 있어야 여행을 떠납니다. 젊은 시절 힘 넘쳐날 땐 시간 남아돌아도 쩐이 없어 나들이 못 했습니다. 열심히 일해 돈 좀 모아 보았지만, 이번엔 일이 발목을 잡아 시간을 못 냅니다. 퇴직하여 시간도 남고 저축한 돈도 좀 있어 여행 생각했더니 힘 떨어져서 포기합니다. 이게 우리의 인생입니다. 혹자는 여행의 3요소 중 2개만 충족되면 눈 찔끔 감고 떠나라고 권합니다. 퇴직하고 힘 남아 있는 70~80세대는 지금부터 여행 적기를 맞으신 겁니다.


70-80을 축복받은 세대라 하면 고개를 도리질하는 분도 있으리라 봅니다만 저는 1957년에 이 땅에 태어난 것이 정말 축복이라 느낍니다. 조금 더 일찍 태어났다면 전쟁의 와중에서 살아남지 못했을 겁니다. 살았다 해도 아픈 기억을 가지고 있을지도 모릅니다. 625가 끝나고 부모님이 다소 안정된 시기에 우리가 만들어졌습니다. 이 땅에 55, 56, 57, 58년, 59년생이 가장 많다는 것이 증거 입니다. 그렇다 해도 우리는 맨땅에 헤딩해본 사람들입니다. 


지금 40대 이전은 등잔불에 머리를 태워 본 경험이 없을 겁니다. 호야를 닦다 손을 다친 기억도. 당연히 전깃불 들어오던 날 감격을 맛보았을 리 없고요. 신문지 들고 푸세식 화장실에 가면 호사라고 느껴 본 적이 있습니까? 우리는 정말 빠르게 많은 변화를 50년이 넘도록 체감하며 살아왔습니다. 한 세대에서 이렇게 많은 변화를 겪으며 체험해 본 - 지금까지는 그 이전에 태어난 사람들이 더 많은 변화를 체험했겠지만, 우리가 무덤에 들어갈 때를 참작하면 우리 세대의 스펙트럼이 가장 넓을 겁니다.


여행에서 이런 경험치는 정말 유용합니다. 후진국을 가면 젊은이들은 불편을 못 견뎌 합니다만 저는 오히려 옛 추억이 떠올라 편안해집니다. 인생은 하숙생입니다. 빈손으로 왔다 빈손으로 갈 바엔 차라리 많은 것을 겪고 체험하다 가는 것이 축복 아니겠습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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