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utbia 김흥수 Jan 13. 2017

친구야 죄책감을 덜자

여행 단상

저는 지금도 초등학교 교훈을 기억하고 있습니다. 

"근검절"

"면소약"

칠판 위에 걸려있는 액자가 항상 머리를 쥐나게 했습니다. 

세로로 쓴 글을 이렇게 읽게 되어 뇌리에 박혀 버렸습니다.


”일하는 해“ ”더 일하는 해“ “재건의해”

일 년이 지날 때마다 부르던 노래가 바뀌었고, 

국민교육 헌장도 외워야 했고, 

국기에 대한 맹세가 지금도 기억나며 반평생 통틀어 새마을 노래만큼 많이 부르고 들은 노래도 없을 겁니다. 

새벽종이 울려야 새 아침이 밝는 나라에서 자란 70~80세대는 “근검절, 면소약” 하지 않으면 자연스럽게 죄의식을 느낍니다.


여행은 돈을 지불했는데 눈에 보이는 물건이 손에 들려있지 않습니다. 

생산성 없는 이런 거래는 낭비라고 배워 왔습니다. 

은연중 죄책감에 사로잡힙니다. 

오죽하면 “열심히 일한 당신 떠나라!”라는 선전이 나왔겠습니까? 

죄책감에 사로잡혀 여행을 떠나지 못하는 당신에게 

“너 정말 수고했다. 이제 돈 좀 써도 용서가 된다.”며 죄책감을 덜어준 겁니다. 

정년퇴직이 다가오는 우리 친구들에게 말해 봅니다. 

“새 인생, 열심히 일/할 당신 떠나라!” 

여행은 낭비가 아니라 미래에 대한 투자입니다.


그래도 죄책감이 든다면


여행이 나쁘다고 쓴 책은 아직 보지 못했습니다. 

대신 수많은 여행 예찬과 명언은 보았습니다. 

입이 마르도록 칭찬을 하는 이유가 어딘가에 있기는 할 테니 맘에 드는 놈으로 골라 죄책감이 들 때 치료제로 쓰시기 바랍니다.


이렇게 멋진 명언들이 경험 없는 시인의 머리에서 나온 건 아니리라 봅니다. 

저에게 여행에서 무엇을 얻느냐 하고 물어오면 

“여행은 일상으로 돌아온 후 얻는 것이 더 크다.” 하겠습니다. 

발길 닿은 지역의 사물에 대한 관심도는 다녀오지 않은 곳보다 늘어나게 마련입니다.


가령 파리를 다녀온 후 “파리 테러”에 대한 뉴스가 나오면 다른 지역에서의 테러 사건보다 더 관심을 두고 지켜보게 됩니다. 평소에 그냥 지나칠 부분도 관심이 있으니 주변 관계를 찾아보게 되고 그러다 보면 다른 부분까지 연관하여 알게 되는 효과입니다.


여행은 더 알고 싶어지게 하는 학습 동기 유발과 같습니다.




배낭여행을 준비하신다면 첫 페이지부터 차분히 보아주시길 권합니다. 이 시리즈는 단행본 두 권 정도 분량으로 준비되어 있습니다. 정독하시면 여행준비에 도움은 물론, 현지에서 시행착오도 훨씬 줄어들 겁니다. ^^

매거진의 이전글 70-80, 우리는 축복받은 세대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