길, 바람 그리고 인연 1

뜻밖의 사진 전시회

by utbia 김흥수

다음 해 봄, 메일 한 통을 시작으로 제 인생에서 또다시 중요한 일 하나가 일어납니다.

“사진 전시회”

평범한 사람이 경험하기 어려운 일을 또 하나 치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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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생 50


남들이 다 겪는 애환 속에서 평범한 일상을 보내며 살아온 50년.

남과 다르지 않다는 생각 속에 그저 평범함을 무기로 하루를 축내며 사는 그저 그런….

그래서 가끔은 자신에게 부끄러워지고 가족에게 죄를 짓는 듯한

기분이 드는 평범한 남자.

우연히 돌아본 50년이 고정관념처럼 그리 평범한 삶을 살지 않았다는 것에

의아해하며 2006년을 마감하려 한다.


눈뜨고, 일하고, 먹고, 자고…. 알콩달콩, 아웅다웅….

어제가 오늘 같고 오늘이 내일 같은 그런 나날이 50년을 이어졌다고 생각했다.

아이들 크고 주름살 는 것 외에는 이루어 놓은 것이 하나도 없다.

태어날 때나 지금이나 가시적으로 쌓아 둔 것이 없으니 더욱 그렇다.


팔자가 그런 건지 내 성격에 문제가 있는 건지 나는 한가함을 참지 못한다.

이런 성격 탓에 일을 벌여야 직성이 풀리는데

묘하게 그런 일이 해마다 우연처럼 찾아온다.

올해의 최대 이슈는 전시회다.

이런 어처구니없는 일이 현실에서 가능하리란 생각을 꿈에도 해보지 않았기 때문이다.


세상 모든 사람이 사진을 찍는다.

그 중, 전시회를 열 확률은 도대체 몇 퍼센트나 될까?

그 이야기를 풀어나가기 위해 이 에세이를 정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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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연이란….


학창시절 제일 친한 친구가 불교 재단 학교에 다니고 있었다.

이 친구는 유학생이라 방학 때 만 만나는데 가끔

철학적인 이야기를 던져 나를 감동 시켰다.

(당시는 철학이 무언지 전혀 몰랐지만….)


“흥수야 겁(劫)이란 말을 아니?”

“겁? 그런 말도 있냐?”

“응…. 사방 40리 되는 바위를 하늘나라에서 선녀가 3년에 한 번씩 내려와서

비단 자락을 스치며 지나가는데 그 돌이 다 닳아 없어지는 시간이 바로 1 겁이래.”

(정말 계산이 안 되는 시간이다. 비단 자락을 스쳐 사방 40리의 바위가

닳아 없어지려면 도대체 몇 년이 걸릴까?)

“불교에서는 그 시간도 짧아서 10겁, 백겁, 만겁, 억겁, 그리고 무한한 영겁도 있어.”

도대체 이런 시간 단위가 우리에게 왜 필요할까?


그 후, 단어의 어원을 찾다 재미있는 시간 계산법을 보게 되었다.

윤회를 믿는 불교에서 우리가 옷깃을 스치는 인연이 있으려면

전생에서 500겁의 연이 있었기 때문이란다.

부부가 되려면 7,000겁, 부모 자식 사이는 8,000겁.

참으로 인연이란 말은 매력적인 단어다.


연초에 뜬금없는 메일이 한 통 날아왔다.

전시회라니…. 말이나 되나? 메일 보낸 사람의 수준이 더 의심스러웠다.

내용이 황당하여 무시하려다 발신인의 소속 기관이 그럴듯하여 궁금증이 일었다.

국민체육진흥공단 경륜운영본부 - 이런 기관도 우리나라에 있었나?

아무튼, 거창한 곳임을 알게 되어 정중히 거절 의사를 밝혔다.


정중한 거절이 애교 있는 사양으로 받아들여진 것일까?

다시 메일이 오고. 답신하고.

왜 이렇게 나를 수준 이상 평가하는지 은근한 호기심이 발동했다.

밑져야 본전이라는 심정으로 스피돔을 찾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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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연


처음 보는 관장님이 나보다 나를 더 잘 알고 있어 편안했다.

편안하다기보다 신기했다. 아니 참 묘한 느낌이다.

온라인의 장점일까? 단점일까?


돌아오는 차 안에서 혼란이 가중되었다.

왜 하필 나인가? 이 사람이 얻는 것은 도대체 무엇일까?

내가 잃어야 할 부분은 또 무엇인가? 왜? 왜? 왜?


인연이란…. 연이 겹치고 겹쳐 일어나는 현상인가 보다.

풀 수 없는 답에서 그냥 인연이란 막연한 단어가 떠올랐다.


실마리를 찾아보자.

3년 전 샹그릴라 여행을 하고 여행기를 썼다.

이 이야기를 도움을 받은 동호회에 올렸고, 누군가의 눈에 뜨였다.

다음 해 실크로드 여행기를 올리자 그 누군가는 다시 한 번

확신하게 되었다는 사실을 나는 모른다.

그는 새로운 전시를 기획하고 있었고 그 타깃이 바로 내가 된다.

연이란 내가 모르는 어떤 끈이 작용하고 있음이 분명하다.

정상적인 관계에서 이런 자리에 초청을 받는다는 것은

불가능에 100 제곱을 해도 안 된다.

아무튼, 우리는 그렇게 만났다.

이게 바로 인연이다.

아마도 5000겁의 연은 넘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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쉽게 생각할 일이 아니었다.

어쩌면 내 인생에서 확실한 오점 하나를 찍게 될지도 모른다.

8월이 가까워지고 전시회라는 가위눌림이 드디어 극에 달하기 시작했다.

전시한다는 자체가 나에게 어떤 득이 있을까?

나에게 전시회라는 단어는 백번 생각해도 백번 다 아니다.


솔직히, 보통 사람들보다 꽤 많은 지역을 돌아보았다는 것은 인정한다.

사진의 양도 비례하여 많은 것도 인정하고.

카메라도 웬만큼 다룰 줄 알고 새로 구입한 장비는 그렇게 나쁜 편이 아니다.

황금비율도 알고, 조리개와 셔터 스피드의 상관관계도 안다.

지금껏 찍은 사진 중에는 엽서처럼 예쁜 사진 몇 장 끼어 있고,

그 시간 그 장소가 아니면 찍을 수 없는, 운 좋게 건진 사진도 몇 장 있음을 시인한다.

이 정도로 사진전이라…. 허허. 지나가던 개가 웃을 일이다.


어떤 일이나 예술 활동에는 수준이라는 것이 있다.

천부적인 재능에 의한 결과물이든, 피나는 노력에 의한 결과물이든

그 사람의 눈높이를 초월한 작품은 나올 수 없다는 것이 내 생각이다.

자갈밭의 돌은 골라내도 크기가 다른 자갈일 뿐.


다시 한 번 전화를 든다. “이 전시는 정말 못…….”

누구나 다 그렇다는 대답이 온다.

매번 전시하는 작가들도 전시회를 앞두면 엄청난 스트레스에 시달린다고.

그러니 이런 기회를 줄 때 군소리하지 말고 편하게 하란다.

나도 작간가? 컥컥컥. 할 말을 잃는다.


방관자는 쉽게 말한다. "그렇게 좋은 기회를 왜 놓쳐!"

기회! 참 좋은 말이긴 하다.

기회를 잘 잡는 사람이 성공한다고 한다.

어눌한 전시가 성공의 열쇠가 된다면 못할 이유가 어디 있겠는가?


쓰레기를 양산하여 기회가 주어진다는 믿음이 있다면

이 유혹을 물리칠 사람은 많지 않을 것이다.

과연 이것이 기회인가? 무엇을 위한 기회? 다시 한 번 딜레마에 빠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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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람


인간의 속성 중에 자기 과시라는 부분이 있다.

이것이 없다면 참으로 심심한 노릇이리라.

백번 좋게 꾸며보려 해도 내 안에 이놈의 힘이 제일 발광을 많이 했다.


그렇다. 아닌 척하여도 은근히 발동하는 과시욕.

나라고 못 할 이유가 무언데?

혹시 알아? 이것이 진짜 황금 열쇠를 잡는 끈이 될지….

인생 선전비라 생각하고 쪽 한 번 팔아. 머…. 그렇다는 이야기다.

멍석 갈아줄 때 굴러보는 것도 과히 나쁘지 않겠다로 종지부를 찍었다.

누가 알겠는가?

알맹이보다 포장이 더 대우받는 사회에 우리는 산다.


자~ 다시 시작이다.

그래도 이대로는 안 된다.

1,000만 화소 대 카메라부터 다시 준비했다.

그다음은 사진을 위한 나만의 여행을 해야겠다.

이제는 다 벗는다. 후퇴란 없다.

까짓것 사진 못 찍는다고 총 맞냐?

꺼져가는 불씨에 다시 기름을 붓고 혼자 용맹정진을 다짐했다.


다시 10월, 또다시 자신감이 사라진다.

어떻게 되겠지 라는 생각에서 가닥이 잡히지 않아 더 얽힌다.

콘셉트도 없고, 타이틀도 없고.

마음이 바빠지니 불안감은 더 가중된다.

빈 수레가 요란하다는 말은 명언이다.

속이 비어있으니 요동칠 수밖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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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달을 비웠다.

포토샵을 열고 그림 맞추기를 시작한다.

자갈밭에서 자갈 고르기가 힘에 부친다.

추려내고 또 추려내고...


늘 하는 말이지만 더하기보다 빼기가 어렵다.

이걸 빼면 저게 아쉽고, 저걸 빼면 이게 아쉽다.

그렇다고 다 들고 가지는 못한다.

아무리 추려도 맥시멈 60장을 넘어선다.

휴~~ 전시 공간을 더 넓혀 달라고 할까?


참 아이러니하다.

보여줄 사진이 없어 전전긍긍하다가 막상 내놓으니 모두 보여주고 싶다.

누군가 말했다.

“너 사진은 한 장씩 보면 아무 뜻이 없는데 시리즈로 놓으면 괜찮다”고….

이 말이 뜻하는 바를 나는 안다.

한 장에 함축하지 못하는 아마추어라는 뜻.

사진을 추리면서 이 말이 얼마나 정확한지 나 자신도 놀랐다.


전시 3일 전,

미루던 출력물을 뽑아 확인 절차 무시하고 액자 제작소로….

다행스럽게도 출력물은 만족할 만하다.

콩나무에서 팥 나오는 기적이 나오길 바랐지만

이 만큼 나와 준 것만으로도 감사 또 감사한다.

지금부터 일어나는 일은 모두 내 능력 밖의 일이다.


이제는 말이 필요 없는 시간.

3월 이후부터 악몽처럼 따라다니던 혹을 교수대에 모두 매달아 버렸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눈길 한번 주지 않고 늘 있던 일상을 대하듯

무덤덤하게 저 앞을 통과할 것이다.

어떤 연유에서 저 사진이 저곳에 걸려있는지를 생각할 사람은 아무도 없다.

그냥…. 나에게는 뜻깊은 - 참 별스러운 한해가 이렇게 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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