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 떠나자!
타이틀이 30자 한정이라 마지막 스펠링이 짤렸습니다..-!-
자~~ 첫 배낭여행에서 돌아와 쓴 글 하나를 올리겠습니다.
여행을 준비하며 언어에 대해 걱정을 하는 분들은 꼭 참고하고 준비를 해보시도록.
I can speak English very little.
여행을 다녀온 이후, 저를 아는 분들은 다들 놀랍니다. 첫 마디가 "너 영어 되냐?"입니다. 물론 안 되죠. 가뜩이나 가방끈 짧은 놈이 책가방 집어 던진 지 30년이 지나서 무슨 영어가 되겠습니까? 그저 말은 달라도 사람 사는 모습은 다 똑같다는 생각을 염두에 두고 뻔뻔스러움을 무기로 들고 나갔지요.
배낭여행을 꿈꾸며 실행을 두려워하는 대다수 분은 언어장벽 문제를 가장 어렵게 생각하는 듯합니다. 사실 이 부분이 어렵다는 걸 저도 통감하고 있습니다. 유럽을 다녀온 이후 너무 아쉬움이 많았거든요. 언어 소통이 되지 않는 여행이란 절반은 죽은 여행이죠. 그렇다고 이제 와서 새삼 공부를 한다는 것도 어렵습니다. 그래도 발전은 있더군요. 영화를 보더라도 주의 깊게 듣게 되고, 모르는 단어가 눈에 뜨이면 예전 같으면 엄두도 안 내던 사전을 들추는 습관이 들었습니다. 특히, 여행에서 돌아온 이후 온전한 대화를 나누지 못했던 친구에게 회화책을 뒤지며 편지를 보내기 시작하면서 어휘가 나도 모르게 많이 늘었습니다. 이렇게 생활이 바뀌는 건 분명히 좋은 경험이고 공부입니다.
감히 말씀드리는 바이지만, 여행을 준비하는 사람에게 중요한 건 언어의 숙지가 아니라 마음가짐이라는 생각입니다. 의사소통이 힘들다고 느끼시는 분은 사전 정보를 충분히 숙지하고 떠나시면 별 어려움이 없습니다. 먹고, 자고, 이동하는 모든 것들의 대가를 지불하는 칼자루는 지갑을 소지한 여행자가 쥐고 있다는 점을 아셔야 합니다. 따져보면 아쉬운 쪽은 내가 아니라 돈을 받는 상대방이라는 말이죠.
긴급 상황이나 속마음을 열고 나누어야 할 대화가 있을 때 갑갑해지긴 해도 마음은 말이 아니라 가슴으로 통한다는 걸 느끼고 나면 다 잘 될 겁니다. 그리고 자신을 너무 과소평가하지 마시기 바랍니다. 어려움이 닥치면 자기도 모르는 능력이 나오나 봅니다. 저는 고등학교를 졸업한 이후 한 번도 영어로 말해 본 적이 없었는데, 영국에 도착해보니 신기하게도 상대방의 무슨 말을 하는지 짐작이 가기 시작했습니다. 가끔 “내가 이런 단어를 언제 알았지?” 하는 생각도 나고 아무튼 참 신기했습니다. 그리고 또 있습니다. 우리가 흔히 외국어라 하면 영어를 생각하는데 이외로 영어를 모국어로 하는 나라를 여행하는 경우가 적습니다. 그 사람들도 영어를 배우긴 하지만 어차피 외국어 아니겠습니까? 도토리 키 재기죠. 겁먹을 필요 하나도 없다는 말입니다.^^
언어소통이 두려운 분들을 위해 첫 여행에서 아주 히트한 준비물을 하나 소개하겠습니다.
혹시 누군가를 만나 이야기할 기회가 된다면 어떻게 하는 것이 좋을까? 고민하다 나름대로 꾀를 내었죠. 친구로 지내는 영어 선생님을 졸라 간단한 프로필을 영문으로 써서 여러 장 복사하여 가져갔습니다. 그리고 가족사진 몇 장 코팅하고, 한국을 소개하는 관광공사의 영문 팸플릿을 공항에서 몇 권 챙겼습니다. 이것들의 위력은 정말 대단했습니다. 처음에는 서먹하던 분위기가 이걸 보여 주고 나면 다 풀려 버리지요. 그다음부터는 대화가 자유롭게 이어졌습니다. 물론 콩글리쉬와 바디 랭귀지로...^^
영문으로 작성한 간단한 프로필 편지
How do you do?
I'm glad meet you. In fact, I'm poor at foreign language. Let me introduce myself to you briefly. My name is Kim Heung-Soo. My nationality in Seoul Korea. I'm forty years old. I run a video rental shop where I lend movie to the people who like to watch movie. This job is very popular in Korea in these day.
I'm married and I have one son and one daughter. I have various hobbies. Besides watching movies, I like reading, listening to music, climbing and traveling etc.
In general, I am interested in something new. Through this trip. I would like to find out many things about your country, culture and customs. Europe has a long history and has an influence on my country, Korea in many respects. So I'd like to visit your country.
Because especially I'm a catholic, I want to visit the holy place which is related to my religion. And during vacation trip, I want to meet many people, to take a rest.
My trip schedule is from April, 15 starting from London via middle Europe to May, 22 arriving in Paris. My plan is to use the Eurail Pass. This is the first trip abroad except to visit Japan on business for about a week five years ago. But I am sure that this trip will be good to me in spite of some difficulties. Only I am anxious about the lack of information, the matter of communication etc.
After finishing this trip I'll make a new plan. Then I'll travel many districts all over the world with my family. If you want to make friends with me, give me your address, please. I am willing to be your friend and your pen-pal.
Some day if you want to visit my country I will provide you with many information. Anyway I'm very happy to see you. As I am not good at English, I am sorry that we cannot communicate very well. If you want to be my friend, I can talk to you with body language which is universal language. Thank you for reading this writing. Good Luck!
P.S.: My friend wrote this letter for me.
편지는 아주 쉬운 말로 써졌습니다. 굳이 번역해 보자면 이런 정도라고….
안녕? 만나서 반갑다.
사실…. 나 외국어를 잘 못 해. 이렇게라도 내 소개를 할게. 내 이름은 웃비아고 한국 사람이야. 나이는 40에 비디오가게를 하고 있지. 한국 사람들은 영화 보는 걸 좋아해서 이 직업이 꽤 괜찮은 편이고…. 결혼은 했고 아들과 딸이 하나씩 있어. 취미는 여러 가지가 있는데 영화 보는 건 당근이고, 독서, 음악 감상, 등산, 여행 등을 좋아하지. 특히 새로운 것에 대해 흥미를 많이 느끼고.
나는 이 여행을 통해 너의 나라에 대해 가능한 많은 것들을 접하고 싶어. 유럽은 우리나라처럼 오랜 역사를 지니고 있고 또 많이 다르잖아. 특히, 내 종교가 가톨릭이기 때문에 천주교 성지를 들러 보고 싶어. 그리고 많은 사람을 만나고 휴식도 취했으면 좋겠어.
여행 계획은 4월 15일 런던에서 출발하여 중부유럽을 돌아 5월 22일 파리에서 귀국하는 일정이야. 그동안 유레일패스를 이용하여 열차여행을 하게 되겠지. 이 여행은 비즈니스 관계로 5년 전 일본을 다녀온 걸 빼면 사실상 첫 해외여행인 셈인데…. 언어 소통의 문제 때문에 좀 걱정스럽긴 해. 그래도 이 여행을 무사히 마치고 돌아간다면 다음번엔 가족들과 함께 넓은 세상을 돌아보는 계획을 세울 거야.
너 만일 나랑 친구가 되고 싶은 생각이 들면 주소를 적어 줘. 그럼 내가 편지를 해줄게. 혹시 네가 한국을 오게 될 기회가 있다면 많은 도움을 줄 수 있을 거야.
자~~ 만나서 반가웠고, 내 영어가 부족하여 깊은 이야기 나누지 못해 미안하다. 그래도 우리가 친구가 되기를 원한다면 세계적인 언어인 바디랭귀지가 있잖아.^^ 글 읽어줘서 고맙고, 행운이 함께 하기를….
(추신) 참, 이 편지 내가 쓴 게 아니고 친구가 써 준거야…. 헤헤.
대박 히트! [ 티켓 예약표 ]
이것 말고 또 하나가 있었습니다. 이 역시 편지와 아울러 대박 히트!
가이드북에서 얻은 힌트였는데 준비해 가시면 절대로 차표를 못 끊거나 실수하는 법이 없으니 사용해 보세요. 편하기도 하거니와, 매표창구에서 직원의 표정이 확 달라집니다. 런던 빅토리아 역 예매창구에서 람스게이트행 차표를 끊으려고 이 종이를 내밀었을 때입니다. 직원이 박장대소를 하며 옆 사람들에게 보여 주더 군요. 이런 발칙한 아이디어를 처음 보았답니다. 엄지손가락을 치켜들며 사무실로 불러들여 표와 함께 홍차를 따라주면서 여행 잘하라고 어깨를 두드리며 격려해주었습니다.^^
영어가 안 통하면 이런 방법도….
영어가 정말 두렵거나 오지 여행에서 영어가 소통되지 않으면 이 방법이 최고입니다. 상황을 그림이나 사진으로 보여 주는 방법이죠. 독일에서 출판된 “포인트 이트”라는 책 하나면 웬만큼 의사소통이 가능해집니다. 이 책이 없으면 스스로 핸드북을 한 권 만들어도 되겠습니다. 소통하려는 마음만 있다면 미리 준비하는 방법은 무궁무진합니다.
배낭여행을 준비하신다면 첫 페이지부터 차분히 보아주시길 권합니다. 이 시리즈는 단행본 두 권 정도 분량으로 준비되어 있습니다. 정독하시면 여행준비에 도움은 물론, 현지에서 시행착오도 훨씬 줄어들 겁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