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 떠나자!
첫 여행에서 정말 많은 에피소드가 있었습니다.
이 이후 여행에선 이런 재미가 없어 다소 심심해지기까지 했습니다.
언어 소통에 관한 일화 몇 토막 올립니다.
런던행 Night Bus에서
밤 10시 반, 야간 버스를 탔습니다. 쉬지 않고 8~9시간을 달리면 새벽에 런던에 도착하겠죠. 런던과 에든버러 구간 야간 버스는 여러 대가 동시에 출발합니다. 우리가 탄 버스는 출발부터 서늘한 기운이 감돌았습니다. 처음엔 이 나라 사람들이 추위에 대한 적응력이 강해서 이러고 사나 하며 참았는데 시간이 지날수록 버스가 달리는 냉장고로 변신합니다. 봄옷으로 멋을 낸 옆자리 아줌마가 바람맞은 사시나무처럼 떨기 시작하여 그냥 보기 안타까웠습니다. 버스 뒤편 화장실을 가면서 주위를 돌아보니 모두 웅크리고 있는 폼이 가관입니다. 그런데 몇 시간을 달려도 누구 하나 입을 여는 사람이 없습니다. 이대로 있다가는 무슨 일이 날 것 같아 용기를 내어 운전석으로 걸어갔습니다.
“Please…. What's the matter? I am very cold.” 히터가 고장 나서 가능한 한 빨리 달려 런던에 가려고 한답니다. "이런 정신 나간 양반 있나 누구 시체 치울 일 있어?" 함께 탄 한국 학생 커플에게 부탁했습니다. "학생 이 양반한테 말 좀 해줘. 중간에 서서 고치던지 따뜻한 휴게실에서 몸 좀 녹일 수 있게 해 달라고. 이런 일이 있으면 설명을 해주는 것이 원칙 아니냐고 따져 봐." 그 학생이 쭈삣 쭈삣 통역을 하자 운전사가 마이크를 잡고 한참을 얘기합니다. 갑자기 버스 안이 웅성거리면서 저를 향해 박수를 치는 것 아닙니까? “별일이네 니네들 그럼 그렇게 추운데 용기가 없어 말을 못했었니? 별 이상한 나라가 다 있구먼.” 얼마 후 버스가 휴게실에 정차하였습니다.
20분간 기사가 이쪽저쪽을 두드리고 만져보는 것 같았는데 별 방법 없나 봅니다. 엔진 달린 냉장고는 냉동고로 업그레이드되어 마침내 런던에 도착했습니다. 다행히 휴게실에서 마신 따뜻한 홍차와 차 밑에 넣어 둔 옷을 꺼내 입은 여행객들은 영어 잘(?)하는 웃비아 덕에 동사한 사람은 한 명도 없었다는 전설이 있습니다.
두 번째 분실물
브르쉘 미디역에서 로테르담행 표를 달라고 했더니 표는 안 주고 자꾸 이상한 말만 했습니다. 타임테이블을 펼쳐서 손가락으로 짚어주자 이제는 화를 벌컥 냅니다. "별꼴이네…." 종이와 연필을 내밀고 적어달라고 하였습니다. "Strike" 그것도 해독하는 데 몇 분 걸릴 만큼 요상하게 써주더군요. “그럼 어떻게 가냐?” “열차를 4번 갈아타면 가능하다”고 했습니다. 로테르담 유스를 예약해두었기 때문에 방법이 없었지요. "가지 뭐…."
열차 컴퍼트먼트에 동양인 2명이 타고 있었습니다. 어제 브르헤에서 막 결혼한 요코하마 거주 일본인 신혼부부였습니다. 일본은 외국에 나와 결혼식을 올리는 것이 인기라고 합니다. 비용도 더 적게 든답니다. 아무튼, 열차를 두 번 갈아탈 때까지 우리는 웃고 떠들며 코미디를 연출했습니다. 세 번째 열차를 갈아타고 다시 떠들기 위해 막강한 전자수첩을 찾았는데….
"나도 몰라…. " 그때부터 이 신혼부부는 사색이 되었습니다. “아~ 걱정 없어. 나는 대단히 부자(?)고 보험 들어서 한국 가면 다 돌려받을 수 있어. 런던에서 카메라 잃어버렸는데 이렇게 잘 다니잖아.” 그제야 나라는 놈을 이해하고 안심합니다. 헤어질 때 주소를 주고받은 Noro부부는 예쁜 엽서를 이따금 보내 줍니다.
노트북이 된 전자수첩
난감해도 거금을 들여 장만한 물건이라 보험 처리하기로 했습니다. 막상 분실물 센터를 찾아가 신고를 하려는데 전자수첩을 설명할 방법이 없더군요. Electronic Calculator도 아니고 word proceser라고 하기에는 문제가 있고…. 경찰이 신고서 작성을 도와주다 답답했는지 오히려 질문을 시작했습니다.
머리를 쥐어짜다 그 잘 돌아가는 머리로 very small computer라고 말했죠. “Oh! Notebook?” 그보다 더 작은 거라고 설명을 해도 도저히 씨가 먹히질 않았습니다. 할 수 없지 뭐~ 한참을 망설이다 "Yes!" 여권을 보고 모델명을 적을 때 대뜸 Samsung? 하고 질문을 합니다. 어차피 전자수첩이 노트북으로 바뀌었는데 Shape가 삼성으로 바뀐 들 웬 대수겠습니까? "Yes!" 그쪽 대답이 걸작입니다. "Good! Very good Samsung!" 잃어버린 전자수첩은 아까웠지만, 왠지 흐뭇해졌습니다. "seriel No?" "not remember-!-" "No problem.^^" 쓱쓱, 꽝! 도장 하나 찍어주고 "Bye~"
사실 분실물 처리는 도난에 의한 것만 할 수 있습니다. 부주의로 잃어버린 것에 대해 stolen이라고 말한 뻔뻔한 무식…. 저가 가입한 여행자 보험의 도난 배상액은 1건당 최고액이 20만 원 미만이라 전자수첩이나 노트북이나 배상액에는 별 차이가 없습니다. 다만 한국에 와서 이런 설명을 해도 분실물 신고서에 작성된 구매 영수증을 달라고 하여 어쩔 도리 없이 노트북 영수증을 얻어다 사기를 친 경험을 이 자리를 빌려 고백합니다.
배낭여행을 준비하신다면 첫 페이지부터 차분히 보아주시길 권합니다. 이 시리즈는 단행본 두 권 정도 분량으로 준비되어 있습니다. 정독하시면 여행 준비에 도움은 물론, 현지에서 시행착오도 훨씬 줄어들 겁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