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utbia 김흥수 Jan 17. 2017

웃비아가 추천하는
유럽 최고의 성당 5 - 3

유럽의 성당 TOP 5

이스탄불 하기아 소피아 대성당 [Hagia Sophia]


3위까지도 선택에 망설임은 없습니다. 하기아 소피아는 326년 콘스탄티누스 황제가 로마에서 이스탄불로 수도를 천도하면서 지었던 성당 위에 537년 유스티니아누스 황제가 새로 재건하였습니다. 이 성당은 역사적 의의도 대단하지만 성 베드로 성당이 지어지기 이전엔 세계 최고의 성당이었습니다. 하기아 소피아는 당시 건축 기술의 총아라 불릴 만큼 혁신적인 건축법이 도입되었습니다. 천오백 년이 지난 지금도 이 성당은 웅장한 자태를 그대로 간직하고 있습니다.


하기야 소피야 (아야 소피아)는 “성스러운 지혜”라는 뜻입니다. 너무 멋진 이름을 가져 오히려 슬픔을 간직한 성당입니다. 그리스도교 성당임에도 십자군 전쟁에서 동방정교라는 이유로 환란을 당하였습니다. 하기야 소피아가 동로마 제국의 수도인 콘스탄티노플에 세워진 뒤 거의 1000년 동안 세계 최대의 성당으로 자리매김합니다. 16세기를 전후에 다른 대규모 성당의 건축으로 현재는 세계 4위 규모로 밀려났지만 현존하는 교회 중 가장 오래된 건축물입니다.



하기야 소피아는 수난의 역사에 대한 증거이기도 합니다. 최초 동방 정교회 대성당으로 537년~1453년까지 이어오는 도중 십자군 전쟁으로 라틴 제국에 점령된 13세기 60년간은 로마 가톨릭 성당으로 개조되었습니다. 그 후, 1453년 5월 29일, 콘스탄티노플을 함락한 오스만 제국의 술탄 메흐메드 2세가 대성당 내부의 십자가를 내리고 성화는 회칠하여 덮은 다음 중앙에서 약간 기울어진 위치에 메카를 향하여 미흐랍을 설치하였습니다. 그 후, 네 개의 첨탑(미나렛)을 증축하여 이슬람 모스크로 사용하였습니다.


[잠깐] 위 사진을 찍을 때 분수를 넣으려다 보니 첨탑이 나무에 가려졌습니다. 아래 다시 한번 보시지요. 미사일처럼 보이는 첨탑 4개가 이슬람의 맹주로 군림한 오스만 트루크 제국이 새로 만든 기도탑 미나렛입니다. 이 미나렛은 가톨릭의 종탑과 비슷한 용도로 2가지 대표적인 기능이 있습니다. 옛날 확성기가 없던 시절 목청 좋고 심신이 굳은 사람 ('무앗찐’이라 부름)을 선발하여 이 첨탑 위에서 하루 다섯 차례 예배 시간을 알렸습니다. (이때 외치는 기도 소리를 아잔이라 합니다) 첨탑이 높을수록 더 멀리 들렸겠죠? 두 번째 기능은 등대의 역할입니다. 길을 모르는 이방인들에게 기도처를 찾기 쉽도록 하는 배려였습니다. 부수적으론 화재나 적의 침입을 감시하는 기능도 함께했습니다. 통상 모스크엔 첨탑을 하나나 둘을 세우는데 이슬람의 권위를 과시하려고 아야 소피아에는 4개를 세웠다고 합니다.



미흐랍이란 사방의 벽면 중 한쪽 벽면을 아치형으로 움푹 파서 만든 벽감입니다. 가톨릭에서 미사를 드리는 제대 같은 의미가 아닌 기도를 할 때 메카의 방향을 알려주는 나침반 기능을 합니다. (모든 모스크엔 미흐랍이 꼭 있습니다) 소피아 성당이 메카 방향으로 지어지지 않은 것은 당연지사, 미흐랍의 방향을 설정하자 비뚤게 설치가 될 수밖에 없었습니다.



이 황금 모자이크는 소피아 성당의 지난날 화려함을 보여줍니다. 박물관으로 개관하면서 벽의 회칠 일부를 벗기자 과거의 모습이 드러났습니다. 아래 모자이크 흔적이 사라진 부분은 아이러니입니다. 이 모자이크를 훼손한 사람들은 침략자 이슬람이 아니라 가족 같은 가톨릭 신자들이었습니다. 1200년경 십자군이 비잔틴에 입성하면서 교리가 다르다는 이유로 이 성당의 보물과 함께 금으로 만든 모자이크를 손 닿는 곳까지 뜯어 갔답니다. -!- 성지를 회복하겠다는 십자군이 성스런 성당을 약탈한, 지울 수 없는 흔적을 남겨 놓고 갔습니다.



20세기 들어 오스만 트루크 제국이 무너지고 터키 공화국 들어서자 그리스를 중심으로 유럽 각국이 요청하여 1935년 대성당을 인류의 공동 유산으로 지정하였습니다. 이름도 “아야 소피아 박물관”으로 개명해 모든 종교적 활동을 금지하고 오로지 박물관으로만 기능을 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2013년 터키의 부총리가 아야 소피아를 다시 모스크로 바꾸자는 발언을 한 이후로 또다시 논란에 휩싸이고 있습니다.



배낭여행을 준비하신다면 첫 페이지부터 차분히 보아주시길 권합니다. 이 시리즈는 단행본 두 권 정도 분량으로 준비되어 있습니다. 정독하시면 여행 준비에 도움은 물론, 현지에서 시행착오도 훨씬 줄어들 겁니다. ^^

매거진의 이전글 웃비아가 추천하는 유럽 최고의 성당 5 - 2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