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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whitehole Apr 18. 2023

가짜뉴스도 배울 점은 있다.

투자에 있어 가짜뉴스를 대하는 자세

"어, 이거 뭐야? 진짜야?"


 지난 4월 13일 금융시장에는 두가지 루머가 돌았다. 하나는 몇몇 저축은행의 PF 대출에서 손실이 발생했으니 돈을 다 인출하라는 내용이었고, 다른 하나는 미국 모 투자회사 등에서 도이치뱅크와의 파생상품 거래를 중단했다는 내용이었다. 시점으로는 저축은행이 먼저, 도이치뱅크 건이 나중이었다.

 
  둘 다 금융시장의 민감한 부분을 건드리는 내용이다. 작년 레고랜드 사태 이후, 부동산 PF 시장에 대한 금융시장의 민감도는 매우 크다. 기준금리 인상 기조와 부동산 가격 하락, 
원자재 가격 상승이 PF 사업징들의 수익성을 크게 악화시켰고, 일부 건설사는 존폐 위기를 겪었다. 여기에 돈을 댄 금융기관 중 상대적으로 자금조달 여건이 불리한 저축은행과 증권사 중 일부는 생존여부에 대한 시장의 의심을 받았다. 금융 당국의 적극적인 개입으로 다행히 위기는 일단 넘겼지만, 여전히 여건은 타이트하고 모두가 다 살아남을 수 있을지에 대한 의심은 남아있는 상태다.
  여기에 더불어 미국의 SVB 사태는 투자자들에게 2008년 리만 브라더스로 대표되는 금융위기 당시의 악몽을 떠올리게 하고 있다. 팬데믹 이후 가파르게 성장한 미국 IT 기업들은 코로나 영향력이 감소하면서 성장 속도가 둔화되었고, 그 결과로 위기를 넘기기 위한 자금수요가 증가했다. 이들에게서 돈을 예치받고 안전한 미 국채로 운용해 온 SVB는 미국 기준금리가 처음보는 속도로 인상되며 미실현손실이 크게 증가했다. 그런데 고객이 돈을 찾아간다고 하니, 손실을 실현시키다가 그만 무너지고 만 것이다. 기준금리 인상은 모든 금융기관에 동일하게 미친 것이기에, 금융권에 대한 불안감은 순식간에 확산되었다. 그 여파로 스위스 은행의 양대 산맥 중 하나인 크레딧스위스가 헐값에 UBS에서 매각되는 일도 벌어졌으며, 다음 타겟은 도이치뱅크가 아닌가 하는 시장의 의심이 지속되고 있는 상황이다.
  한마디로 호흡기를 달았다가 간신히 떼고 정상적인 활동이 이제야 조금 가능한 상태다. 건강한 모습이 아직은 아니다. 그런 때에 이런 루머라니. 사실이라면 수익이 문제가 아니라 내 돈은 안전할 수 있을지가 걱정되는 상황이다.


 "후우-"


  상기 루머를 다시 한번 보자. 우선 저축은행 손실은 조금 들여다 본 사람이라면 바로 사실 여부를 알 만 하다. 루머 상 1조원대의 결손이 발생했다고 했는데, 사실 그 규모는 해당 저축은행이 보유하고 있는 전체 PF 규모 수준이다. 그게 다 사업이 망했다는 얘기인데, 있을 수 없는 얘기라는 것은 조금 관심을 가지고 보고 있다면, 또는 조금만 검색을 해보면 바로 알 수 있다. 게다가 PF라는 것은 금융기관 혼자 진입하지 않는다. 여러 금융기관이 같이 투자하기에, 사업장에서 부실이 발생한다면, 여러 금융기관에 같이 손실이 발생한다. 1조원대의 PF 부실이 나오려면 저축은행 한 두 군데로 끝날 일이 아니다.
  도이치뱅크 건은 사실 여기서 팩트를 체크하기는 어렵다. 대신 다른 방법을 통해 우회적으로 알 수 있다. 해당 뉴스가 올라왔다는 해외 언론사의 사이트에 직접 접속해서 찾아볼 수도 있고, 무엇보다 가장 확실한 것은 동시간대에 해외 시장의 움직임을 찾아보면 쉽게 알 수 있다. 당시 국내를 제외한 다른 시장은 전혀 미동도 하지 않았다. 사실이라면 대형 뉴스라 변동성이 크게 나타나야 하는데 말이다.
 
  가격 변동을 떠나 금융시장에서 일어나는 모든 일에서는 배울 점이 있다. 이번 일에서 다시 한번 상기해야 할 사실은 항상 공부를 해야 한다는 점과 스스로 확인해보는 습관을 가지는 것이다. PF 시장이 어떻게 돌아가는지 안다면 쉽게 흔들리지 않았을 것이다. 도이치뱅크가 글로벌 금융시장에서 차지하는 위치를 생각해 본다면 다시 한번 쳐다보았을 것이다. 그리고 진실 여부를 알기 위해 손품과 눈품을 팔았을 것이다. 그리했다면, 순간적으로 출렁이는 시장에서 넘어지지 않고 꿋꿋하게 걸어갈 수 있었을 것이다.
  누가, 어떠한 목적으로 이런 가짜뉴스를 유포하였는지는 규제 당국에서 조사 중이다. 당연히 그래야 할 일이고, 또 그에 상응하는 조치가 취해져야 할 것이다. 하지만 그에 앞서 이러한 파도에 흔들리지 않는 자신을 만들어 가는 것이 불확실성이 난무하는 투자의 세계에게 롱런하기 위해 갖추어야 할 꼭 필요한 조건이 아닌가 싶다. 일단 크게 심호흡을 해보자. 시작은 그것부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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