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급 정보가 고급 정보가 아님을 아는 것이 진짜 고급 정보다.
그러면 나는 쓴웃음을 지으며 대답한다.
"그런 게 어디 있어. 나도 몰라."
그리고는 다른 화제로 돌리거나, 약간의 글로벌 금융시장이 돌아가는 판국을 얘기해주곤 끝낸다.
안타깝지만 사실이다. 나도 모른다. 일단 주식판에 속해 있지 않는 내가 그런 정보를 알 리가 없고, 안다 한들 말해줄 수가 없다. 일단 직업윤리 위반이고, 법적으로도 잘못된 일이며, 정보를 아는 것과 실제 수익으로 만드는 것은 엄연히 다른 얘기이다. 무엇보다 내가 들은 정보가 맞는지도 모른다.
적지 않은 사람들이 펀드 매니저라 하면 수많은 고급 정보들과 밖으로 나오지 않은 내부의 이야기들을 알 것이라고 생각한다. 그리고 그러한 정보를 가지고 개인들보다 발빠르게 매매해서 수익을 만들어 낼 것이라 여긴다. 미디어에 비춰지는 펀드 매니저들을 봐도 그러한 모습이다. 전화 한 통을 받고 멋있게 고민을 하다가 다른 곳에 전화를 걸고는 매매를 시작한다. 갑자기 매수, 매도를 타다다닥 반복하면 어느새 수익률은 아름다운 숫자를 보여준다. 하지만 실상과는 전혀 다른 모습이다.
실상은 이러하다. 일단 간밤에 해외 시장이 왜 그렇게 움직였는지 확인하고, 내 현재 상태를 분석한 뒤에 앞으로 무엇을 해야 하는지 고민하고 회의한다. 회의 시간은 내부자 정보를 나누는 시간이 아니다. 뉴스와 다른 시장의 흐름과 새로 발표된 경제지표를 다같이 분석하는 시간이다. 때로는 자아비판의 시간이 될 수도 있다. 이후에는 어떤 기업이 있다면 최근에 방문한 시장 관계자를 찾아 얘기를 들어본다. 아니면 내가 갈 계획을 세운다. 분석 리포트를 읽어본다. 그리고 시장이 열려 있는 시간에는 모니터를 뚫어져라 쳐다본다. 타닥타닥 소리는 매매하는 소리가 아닌 자료를 작성하는 소리이다. 멋있어 보일 시간은 존재하지 않는다.
펀드 매니저가 투자하는 종목의 선택과 매매 의사결정은 고급 정보를 알고 있어 서가 아니다. 멋지지 않은 시간을 보낸 결과물이다. 까탈스럽게 뉴스를 읽어보고 숫자를 확인해가며 분석한 산물이며, 누구에게나 공개되는 정보를 이리보고 저리보며 생각해 낸 결과물이다. 끊임없이 자신을 의심하고 복기하고 시장의 눈치를 살핀 대가가 펀드의 포트폴리오이다. 다만 시간이 지나고 경험치가 쌓일수록 그 과정을 점점 더 잘하게 훈련되어질 뿐이다.
'공짜 점심은 없다.'라는 말은 금융계에선 널리 알려져 있다. 일확천금을 벌 수 있는 정보는 거의 없다. 설사 있다 하더라도 내 귀에 들어온 순간 더 이상 비밀이 아닌 공공연히 알려진 정보라고 생각해야 한다. 그걸 믿고 거래하다가 매매 흐름을 놓치는 순간 본전 찾기가 힘들다. 그 타이밍을 안다는 것 역시 세상 어려운 일이다. 여기인지 저기인지 왔다리 갔다리만 하다가 정신건강만 해친다. 그 시간과 열정을 다른 일에 쏟아붓는 것이 훨씬 나은 일이다.
정보 따위에 흔들리지 않는 투자를 하자. 한발자국 떨어져서 보다 긴 호흡으로 보다 큰 그림을 보자. 정보가 주는 영향은 잔잔한 파도에 지나지 않는다. 오히려 선택과 집중을 할 수 있고, 투자기간에 대한 평가와 비교에서 자유로운 개인 투자가 더 나은 성과를 보이기도 한다.
"미안, 아는 게 없다. 하지만 얼마 전에 이런 뉴스가 나왔는데 이런 관점으로 보면 될 것 같아."
이것이 나에게 들어온 질문에 대해 해줄 수 있는 전부이자, 최선의 답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