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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whitehole May 28. 2023

이번에 가격 올리겠습니다.

원가 상승 때문에요. 그런데 원가가 하락하면...

  얼마 전 기사에서 특급호텔의 빙수가격을 다룬 적이 있다. 최고가 빙수는 12만 6천원으로 포시즌스 호텔의 애플망고 빙수이고, 서울신라호텔의 애플망고 빙수도 9만 8천원이다. 돈 10만원이 빙수 한 그릇으로 사라진다. 40개짜리 라면 박스를 5개 살 수 있으며, 중형 SUV 차량의 기름통을 가득 채울 수 있는 금액이다. 물론 빙수라고 같은 빙수가 아니다. 정말 먹음직스럽게 나오고 디스플레이도 많은 신경과 노력이 엿보인다. 하지만 호텔 측이 밝힌 30% 정도의 가격 인상 원인은 원가 상승이다. 특상품 애플 망고의 가격이 크게 오른 점이 가격이 오른 주요 이유이다.


  최근 한전은 전기요금을 올렸다. 올해 들어 2번째 인상으로 이번에는 약 kWh당 7원~8원 오른 수준으로 결정되었다. 한전의 적자폭을 상쇄하기엔 턱없이 부족한 인상 폭이라 전기요금 인상 발표일에 한전의 주가는 오히려 하락했다. 한전의 전기요금 인상 원인 또한 그동안의 만성적자에서 벗어나기 위함이고, 그 주요 원인은 우크라이나 전쟁 등으로 인해 한전이 전력시장에서 전력을 구입해 오는 가격인 SMP 단가의 상승으로 인한 것이다.


  그 외에도 원가의 상승에 따른 가격 인상은 많다. 지난해 농심은 라면 가격을 인상했다. 빙그레 또한 가격을 올렸다. 오뚜기, 삼양, 동원 등의 식품 업체들도 지난해 원가 상승 부담을 이유로 가격을 올렸다. 하지만 가격 인상에 대한 여론은 팽팽하다. 원가가 올랐으니 가격 인상이 있어야 하고, 그래야 기업이나 사업체가 견뎌낼 수 있다는 주장도 있고, 비용 부담을 고객에게 전가시킨다는 주장도 있다. 하지만 여기서 궁금한 점이 생긴다. 그럼 원가가 내려가면, 가격은 인하할까?


지난 1분기 앞서 언급했던 식품업체들의 실적은 호조를 기록했다. 농심은 전년동기대비 1분기 영업이익(연결기준)은 85.8% 성장했다. 물론 해외법인의 실적 호조가 큰 몫을 차지했지만 국내 법인의 실적 개선도 만만치 않다. 오뚜기도 동일한 기준으로 10.7% 증가했다. 동원 F&B는 약 35%, 빙그레는 자그마치 약 703%의 영업이익 증가율을 보였다. 여러 가지 경영 효율성 제고, K-Food 인기 상승에 따른 해외법인 판매증가 등의 영향도 있지만, 가장 큰 원인은 원자재 가격의 하락이다. 


  22년 초 발발한 우크라이나 전쟁 여파 속에서 작년 원자재 가격이 급등하고 높은 불확실성 속에서 등락을 이어갔지만, 다시 안정화되면서 결국 연말에는 연초와 같은 수준으로 하락하는 모습을 보였다. 

국제 밀 가격 추이 / 단위 : 1 Bushel 당 미달러 가격 / 출처 : tradingeconomics.com

원자재 가격의 상승이 실제 식품 가공업체에 미치는 영향은 시차를 두고 나타나기에 22년 하반기 원가 부담이 틀린 얘기는 아니다. 하지만 올해 들어서는 22년보다 더 원자재 가격은 낮아지고 있다. 그럼 가격을 인하할까?


전력시장에서 거래되는 가격 기준인 SMP 가격은 국제유가와 LNG가격에 연동된다. 역시 전쟁 여파로 22년 상승했다가 하락하는 흐름을 보여주고 있다. 천연가스 가격은 겨울 난방 원료 보충과 관련해서 작년 말까지 높은 수준을 유지하다가 올해 시작하면서 급락했다. SMP 가격 또한 올해 들어 과거 수준으로 빠르게 하락하고 있다. 그럼 전기요금을 인하할까?

WTI 가격 추이 / 단위 : 배럴 당 미달러 / 출처 : tradingeconomics.com
천연가스 가격 추이 / 단위 : MMBtu당 미 달러화 / 출처 : tradingeconomics.com
가중평균 SMP 가격 추이 / 단위 : kWh 당 원 / 출처 : 전력통계정보시스템


  지난 4월 미국 노동통계국에서 흥미로운 분석을 발표했다. 팬데믹 기간에 미국의 신차 가격이 크게 상승했는데, 그 주요 원인이 딜러들의 이윤폭이 크게 증가했기 때문이라는 분석이다. 이 이윤폭은 22년 중반 정점을 찍고 22년 후반까지 하락했는데, 그럼에도 원래 이윤 수준에 대비해서 여전히 2배 이상 수준이라는 점이다. 

미국 신차 가격 CPI, PPI, MPI, Margin 추이 / 단위 : pts / 출처 : U.S. Bureau of Labor Statistics


  가격은 그 옛날 아담 스미스가 국부론에서 설명한 것과 같이 기본적으로 수요와 공급의 원칙 속에서 형성된다. 망고 빙수의 가격이 10만원에 육박하고 미국의 신차 가격이 높게 유지된 것도 수요와 공급의 원칙이 작동한 결과이다. 하지만 국부론에서 얘기한 바와는 좀 다르게 가격은 다양한 이유로 하방경직성을 강하게 가진다. 공급자 우위의 시장 여건이 형성될 수도 있고, 다른 특별한 수요가 유입되면서 가격을 지지시킬 수도 있다. 여러 가지 이유로 가격이 오르지 못했던 이유도 있을 수 있다. 어떤 이유로든 가격은 한번 올라가면 잘 내려가지 않는다.


  그 뒤에 벌어질 일들은 이제 경제의 영역에서 벗어나는 것일지도 모르겠다. 옆나라 일본이 디플레이션으로 점철된 잃어버린 30년을 간신히 탈출하고 있는 모습을 보면 가격 인하가 판을 치는 디플레이션이 마냥 좋은 일이 아닌 것도 사실이다. 그렇다고 빙수 한 그릇에 10만원을 쓰기도 부담스럽고, 여름에 에어컨을 켜야 할지 말아야 할지 고민하는 것도 슬프다. 결국 인상된 가격을 통해 발생하는 미래의 이윤에 대해 어떤 식으로 분배가 되어야 할지에 대한 사회적 합의가 필요할 시기가 올 것이다. 그렇지 않다면, 그렇지 않아도 넘쳐나는 사회적 갈등은 더욱더 조정하기 어려운, 서로를 공격하는 칼이 될지도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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