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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whitehole Aug 20. 2023

안녕하세요. 15년 전 가격으로 돌아왔어요.

그런데 앞으로는 어떻게 될까요?

  언젠가는 기회가 온다고 하지만 사실 그 기회막상 찾아왔을 때, 그 순간이 그때인지 아닌지 아는 것은 생각보다 어렵다. 특히 금융시장에서는 더 그런 것 같다. 왜냐하면 금융시장에서의 소위 `기회`라는 것은 결국 가격이 쌀 때를 의미하기 때문이다.


  생각해 보자. 가격이 싸다는 얘기는 뭔가 좋지 않은 소식이 판을 치고, 사는 사람보다 파는 사람이 더 많을 때이다. 기회라고 생각될 정도로 싸다는 것은 어떤 얘기도 악재로 해석되고, 매도가 매수를 압도하고 있을 상황이다. 이런 분위기에서 기회를 본다라는 것은 남다른 용기와 지혜가 필요하다.




  그런데 대략 15년 전 가격으로 돌아온 친구가 있다. 인플레이션과 기준금리, 재정적자의 컬래버레이션이 만들어 낸 미국채 10년물 금리가 바로 그 주인공이다. 최근 미국채 10년물 금리는 4.28%에 도달하면서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로 가장 높은 수준에 왔다. 15년 전에 발행된 10년짜리 미국채를 산 투자자가 만기상환을 받고 나서 너무 금리가 낮아서 몇 년 기다렸다면, 처음 투자했던 그 금리에 살 기회가 또 생긴 셈이다. 금리가 올라가면 채권의 가격은 낮아진다. 금리가 최고치를 기록했다는 얘기는 채권가격이 최저치를 기록했다는 말과 같다.(이 얘기는 다음 기회에)


  그럼 15년 전 가격으로 내려온 채권을 사면 될까? 엔 달러 환율은 작년 상빈기 달러당 125엔대를 상향돌파 하면서 2002년 이후 엔화 가치가 최저로 떨어졌다. 자그마치 20년 만에. 그러고 나서 엔 달러 환율은 달러당 140엔대에 도달하면서 지금까지 엔화는 평가절하가 지속되고 있다. 그들이 원하는 방향인 것 같기는 하다만. 만약 작년에 20년 만에 온 가격이라고 덜컥 엔화를 샀다면 아직까지 고통받고 있어야 한다. 미국채도 이런 일이 벌어지지 말라는 법은 없다.


  위에서 언급한 바와 같이 지금 채권시장의 분위기는 그다지 좋지 않다. 미국 재무부는 3분기에 채권 발행량이 더 늘어날 것임을 알렸다. 공급이 늘어나니 가격에는 하락 압력으로 작용한다. 수요를 담당해 오던 큰 손 중 중국과는 사이가 좋지 않고, 일본은 통화정책 일부 수정이라는 악재를 날렸다. 신용평가사는 신용등급을 하락시키며 고춧가루를 뿌렸다. 인플레이션 상승의 도화선을 당겼었던 유가는 미국이랑 삐걱대는 사우디가 감산을 지속하며 배럴당 80$ 이하로 내려갔다가 다시 올라오면서 하반기 인플레이션의 불안함을 증폭시켰다. 더군다나 여전히 실업률은 낮고 미국 경기는 소프트랜딩도 아닌 노랜딩 내러티브가 다시 판을 치고 있다. 미 연준은 이런 사실에 미소를 살짝 지으면서 여차하면 기준금리 다시 올릴 것이라며 째려보고 있다. 이런 분위기 속에서 미 국채에 대한 매도 포지션은 역대급으로 늘어나 있다. 15년 만에 온 가격이라도 더 낮아져야 한다면 얼마든지 낮아질 수 있다. 다시 한번 위 차트를 보자. 5%까지는 얼마든지 낮아질 수 있어 보인다.

미국 10년물 국채 선물 비상업적 Net 포지션 / 출처 : Yardeni Research




  하지만 언제나 한쪽의 얘기만 있는 것은 아니다. 금리가 너무 높다는 것도 일리가 있다. 우선 금융 안정을 생각해 보자. 최근 무디스가 미국의 중소형 지방은행 10곳의 신용등급을 강등했고, 대형은행 6곳은 등급 전망을 부정적으로 변경했다. 또한 피치도 미국 신용등급 강등에 이어 미국 최대 은행 JP모건을 비롯해 은행업 전반에 대한 신용등급 강등 경고를 날렸다. 미국 은행산업의 불안정성은 다름 아닌 높은 금리로 인한 문제이다. 은행의 특성상 운용 자산의 많은 비중을 차지하는 미국 국채의 가격 하락이 너무 빨리 일어났다. 15년 동안 가격 변동 범위 중 가장 높은 곳에서부터 가장 낮은 곳으로의 추락에 걸린 시간이 겨우 3년이다.


  그런 와중에 캐시에 대한 수요가 점차 높아지고 있다. 미국 소비자들은 이제 정부의 지원 프로그램이 종료되면서 그동안 비축해 둔 초과저축을 이제 다 소진했다. 그동안 갚지 않았던 학자금 대출도 이제 상환해야 한다. 물가도 올라버려서 쓸 돈은 늘어나 버린 상황이다. 기업들도 마찬가지다. 한동안 보복소비로 인해 재고축적이 이루어지면서 열심히 돈을 벌었지만, 이제 녹록지 않다. 일단 IT 기업들이 코로나 특수가 끝나면서 먼저 매를 맞았다. 인건비도 원재료 가격도 올라버린 상황. 돈이 필요하다. 은행에 맡겨둔 예금을 찾아야 한다.


   기준금리에 대한 의견도 있다. 기준금리 인상의 가장 큰 명분은 인플레이션과 고용시장이다. 이 중 인플레이션은 3분기 하락 추세에서 반등할 수도 있고 여전히 높은 수준이긴 하지만, 지금까지는 꾸준히 정점을 통과해서 하락세를 이어오고 있다. 고용시장 역시 여전히 호조세를 보이고 있지만, 이민자 유입과 소비 감소 추세가 일부 나타나면서 타이트함이 완화되고 있다. 실질금리는 (+) 영역으로 진입하면서 제약적인 수준이라는 평가가 이루어지고 있다.


  높은 금리는 정부 부채 이자 지급에도 부담이다. 피치의 신용등급 강등 이유 중 하나는 이자 부담이었다. 미국 국채 공급량 조절은 정부의 권한이다. 수요가 충분하지 않은 상태에서는 공급을 공격적으로 늘릴 필요성은 약화될 수밖에 없다.




  많은 투자의 대가들도 미국 국채 금리에 대해 입장이 갈리고 있다. 미국 헤지펀드 매니저 빌 애크먼은 미 국채 30년물에 숏 포지션을 취했다. 오마하의 현인 워런 버핏은 여유자금 투자 목적으로 미국 국채 단기물에 투자를 했다. 금번 인플레이션 인상기를 가장 먼저 예고했던 석학 중 한 명인 래리 서머스 전 장관은 미국 국채 10년 수익률을 평균 4.75%로 내다본 반면, 미국 투자은행 웰스파고는 지금 금리 수준이 지나치게 오버슈팅 되었다고 평가했다. 골드만 삭스, 모건 스탠리 등도 현재 금리 수준은 지나치게 높은 편이라는 의견을 내고 있다.


  이번주 예정된 잭슨홀 미팅도 어떤 영향을 미칠지 관건이다. 금번 미팅의 주제는 글로벌 경제의 구조적 변화에 대한 것이다. 통화정책 역시 구조적 변화에 대한 대응을 논해야 할 수도 있다. 그것이 중금리-중물가 이든, 인플레이션 목표치 치 변화 가능성이든, 중립금리에 대한 시각 변화이든, 구조적인 스탠스 변화를 시사할 수도, 찻잔 속의 태풍으로 끝날 수도 있다.


   이 글은 지금 미국 국채를 사야 한다 또는 팔아야 한다는 글이 아니다. 투자 고수들도 의견이 갈리는 마당에 감히 그런 주제넘은 짓은 할 수 없다. 다만 예전 가격으로 돌아온 이 순간, 무엇이 다루어지고 있는 이슈인지, 그리고 어떤 논의들이 오가고 있는지, 무슨 변수를 고려해야 하는지 점검하고 짚어보는 글이다. 그리고 더 중요한 건 이런 때 어떤 것을 핵심으로 보는지, 그리고 논리는 어떠한지 세워봐야 자신의 투자 노하우가 생기는 법이다. 지금 투자해서 돈을 버는 것보다 그게 더 중요하다. 안 그러면 이 수익은 어쩌다가 운 좋게 번 돈이 되어 버리고 만다. 그리고 그런 수익은 대부분 오만한 베팅으로 날려버리게 될 운명이다.


  아 그리고 한 가지. 10년간 연평균 약 4.2%의 수익을 매년 낼 수 있는가?



[표지그림 출처 : Freepick / 작가 : bublikhau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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