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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whitehole Aug 14. 2023

팬데믹 이후 시장 되돌아보기

팬데믹부터 기준금리 인상 종료 논의까지, 핵심요소들만 되짚어 보자

  통찰력을 얻는 방법 중 하나는 큰 흐름을 되짚어 보는 일이다. 당시에는 놓쳤거나 몰랐을 흐름들이 어떻게 영향을 미쳤고 엮여왔는지, 그 결과들은 어떻게 도출되어 왔는지 한 번쯤은 돌아볼 필요가 있다. 한 꺼풀 벗겨내 보면 동작하고 있는 원리들은 우리가 익히 알고 있는 것들이다. 미래에도 유사한 방식의 작동 원리가 기능할 가능성이 높다. 역사를 배우는 이유도 이런 것과 같은 맥락이지 싶다. 그래서 간단하게 최근 몇 년간의 흐름을 정리해보고자 한다.


Stage 1. 팬데믹

- 코로나 팬데믹 시작 / 국가별 봉쇄 시작

- 소비 급감 / 물류 급감 / 원자재 가격 하락

- 소비 위축에 따른 재고의 증가


Stage 2. 대응

- 국가별 기준금리 긴급 인하 / 재정정책 확대

- 백신 보급 / 온라인 플랫폼 성장

- 바이든 행정부 출범

- 유동성의 증가


Stage 3. 적응

- 봉쇄 점진적 완화 / 소비 재개와 재고 감소

- 재고 감소에 따른 생산압력 확대 / 물류 기능 회복 제한으로 공급망 충격

- 인플레이션 시작


Stage 4. 진화

- 우크라이나 전쟁 발발 / 원자재 가격 급등

- 오미크론 변이 확산 / 코로나 신규 확진자 급증

- 중국 재봉쇄로 공급망 충격 확대 / 재고 확충 수요 및 생산압력 확대 지속

- 인플레이션 폭발 / 주요 국가 기준금리 인상 시작

- 제조업 호황 시작


Stage 5. 첫 번째 후유증

- 코로나 약화 및 보복 소비 시작

- 공급망 회복 및 재편

- 서비스 수요 폭발 / 구인란 시작

- 인플레이션 대폭발 / 기준금리 급등 / 재정정책 축소

- 유동성 흡수 시작


Stage 6. 두 번째 후유증

- 재화 수요 충족 및 재고 확충

- 원자재 가격 하향 안정

- 금융 불안정 및 제조업 둔화

- 초과저축 소진과 노동인구 유입 확대

- 서비스업 수요 정점

- 인플레이션 정점 통과 및 하향

- 기준금리 인상 중단 또는 속도 둔화


  마치 지진파와 같은 2020년부터 현재까지의 흐름이다. 코로나라는 지진이 발생하고 난 뒤, 첫 번째 충격파가 공급망의 붕괴와 대면 접촉의 최소화라는 새로운 변화를 만들어 내었다면, 두 번째 충격파가 재정정책과 통화정책의 변화, 인플레이션, 온라인 플랫폼 확산, 공급망 재편이라는 결과를 가져왔다. 코로나에 대응함에 있어 정부부채의 확대와 급격한 통화정책의 변동이라는 새로운 시도를 해보았고, 그 결과가 어떻게 돌아오는지 경험하고 있다. 


  가장 큰 변화는 재정정책, 즉 정부 부채의 역할 확대이다. 과거 통화정책의 점진적인 효과는 팬데믹 대응에 있어선 두 번째 카드였다. 직접 돈을 쏴주는 재정정책이 주도권을 쥐었다. 효과는 확실했지만, 후폭풍도 만만찮음을 알았다. 직장을 구하지 않아도 돈을 쓸 수 있었고, 고용시장은 타이트해졌다. 일할 사람이 적어지면서 인플레이션이 유발되었다. 확대된 재정은 어떻게 되돌려야 하는지 아직 방법이 없다. 일부 국가에선 통화정책의 변동으로 영향받을 정부부채 규모가 너무 커져서 통화정책의 제약요인으로 변신했다.


  공급망의 재편은 더 이상 전 세계가 하나의 공급망 안에서 돌아가지 않게 되었다. 공급망의 다변화가 이루어지고 있고, 그 과정에서 블록화가 같이 나타나고 있다. 이러한 변화는 결국 생산 비용 증가로 이어질 가능성이 매우 높고, 과거와 같은 낮은 인플레이션 국면이 쉽사리 오지 않을 수 있음을 의미한다. 공급망의 블록화는 정치 지형에도 큰 변화를 가져다주면서 지역별로 수혜를 입는 곳과 불이익을 받는 지역이 나타날 것이다. 우리나라는 아무래도 수혜보다는 불이익이 생길 가능성이 더 커 보인다. 수혜는 중미 지역이 가장 큰 수혜를 보는 것 같다. 인플레이션의 수혜를 보는 지역도 생겨났다. 장기 디플레이션 국면에서 고통받던 일본이다. 이제야 일본의 인플레이션은 2%대에 도달했다. 앞으로도 이를 고착화시키기 위해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을 것이다. 


  높은 조달비용 국면이 장기화되면서 금융 안정이 위협받는 중이다. 금융 안정이 문제가 되면 언제나 가장 큰 뇌관은 처분이 즉각 이루어지기 어려운, 유동성이 낮은 자산 시장에서 발생하기 마련이다. 바로 부동산이다. 서브프라임 모기지 사태 이후 주택시장에 대한 감시는 강화되었지만, 이번엔 상업용 부동산이 의심스럽다. 조달비용 때문은 아니지만, 공급망 재편 과정에서 경제 성장에 대미지를 입은 중국의 부동산 시장도 매우 위태롭다. 


 모든 것은 차면 기운다. 금융에서는 장기평균회귀의 법칙이라는 그럴듯한 표현을 쓴다. 결국 균형을 찾아가는 이야기이다. 균형점이 어디 수준에 잡힐지는 모른다. 하지만 그 과정에서 지나쳤던 것들이 되돌려지는 모습이 나타날 것이다. 제조업과 서비스업의 괴리는 어디에선가 만나게 될 것이고, 기업의 이익과 소득의 원천인 임금도 어느 지점에선 타협을 하게 될 것이다. 초과저축은 소비와 균형을 찾을 것이다. 금리 대비 낮은 수익률의 자산은 위험프리미엄을 재산정하는 과정을 겪게 될 것이고, 금융안정을 찾아가면서 금리는 적정 수준을 형성할 것이다. 


  큰 흐름을 익혀두자. 세세한 이벤트는 자연스레 이해할 수 있도록. 역사는 반복되는 법이니까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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