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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디지털전사 Sep 14. 2018

북한과 베네수엘라는 왜 다른가?더 독한 놈이 살아남는다

미국이 북한을 이길 수 없는 이유

개념이 없는 감각은 공허하고 감각이 없는 개념은 맹목적이다 - 칸트의 순수 이성 비판 서문


독일(프로이센)의 철학자 칸트는 근대 계몽주의를 정점에 올려놓고 관념 철학의 기초를 다져 놓았습니다.

그는 특히 기존의 경험론을 극복하도록 비판철학을 정립한 위대한 사상가이기도 합니다.

우리는 어떤 문제에 부딪힐 때 새로운 해결 방법을 찾기보다는 쉽게 기존의 권위 있는 인물들이 이야기한 이론이나 명제에 집착하여 문제를 해결하고자 하는 경향이 있습니다.

중국의 사상가인 공자님이 제자들과 나눈 애기를 기록한 논어가 조선의 5백 년간 우리 선조들에게 미친 영향을 논할 필요도 없습니다.

현재도 잘못된 믿음을 가진 종교인들이 사회에 끼치는 해악은 매우 크며 극단적 원리주의를 신봉하는 일부 이슬람 무슬림들은 자살 테러까지 일으키기도 합니다.

많은 사람들이 인정하는 종교나 사상이라도 치열하게 비판 후 자신의 양심이나 관념에 합당하지 않다면 비판할 수 있는 용기가 있는 사람들이 많은 세상이 바로 민주적인 사회일 것입니다.  


북한과 베네수엘라를 생각할 때 묘하게도 칸트의 유명한 명제가 떠오릅니다.

굳이 비유하자면 개념이 없는 감각에 빠져 공허한 경제 수렁에 빠진 국가가 베네수엘라고 감각이 없는 개념에 매몰되어 맹목에 함몰된 국가가 북한이라고 한다면 너무 앞서간 이야기일지도 모르겠습니다.

두 국가 모두 현재 미국의 미움(?)을 받아 국제 사회에서 각종 제제를 받고 있다는 공통점이 있습니다.

원인에 대한 분석은 다음 글로 미뤄 차별화된 시각으로 분석해 보겠습니다.

이번 글에서는 두 국가가 고립과 제제라는 악조건에서 각기 다른 결과로 세계의 주목을 받고 있는 이유를 살펴보고자 합니다.

개인적으로는 결국 어떤 국가가 미국의 왕따를 이겨내고 살아남을 것인지 예측해 보는 것도 자본주의의 속성과 미래 정치 체제의 연관성이란 차원에서 흥미가 있지 않을까 합니다.


북한은 민족상잔의 전쟁 후 근 70여 년간을 미국과 맞서며 살아온 국가입니다.

냉전시대에는 구 소련(Soviet)의 도움을 많이 받았고 냉전 체제 붕괴 이후에는 중국의 도움을 받아 연명하고 있는 북한 정권은 지정학적으로 유리한 위치에 있는 덕분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만약 북한이 아프리카나 남미에 위치해 있었다면 백두 혈통이라는 김정일의 집안은 이미 흔적도 없이 사라지지 않았을까요.


하지만 북한이 버틸 수 있었던 더 중요한 핵심은 미국의 대 한반도 정책에 따른 결과입니다.

요즘 와이프와 즐겨 보고 있는 인기 드라마인 미스터 선샤인(Mr. Sunshine)의 첫 회를 장식했던 역사적 사건은 미국이 조선을 침략했던 신미양요(辛未洋擾)입니다.

신미양요는 1871년 6월 1일(고종 8년)에 발생한 조선과 미국 간 강화도 일대에서 발생한 전투입니다.

조선군은 수비대 500명 중 243명 전사와 100명이 익사한 반면 미군은 3명 전사, 10명 부상이라는 결과만 보면 조선이 완패하였으나 미국은 협상을 원하지 않았던 완고한 흥선대원군에 의해 아무런 이득도 얻지 못하고 철수하여야만 했습니다.

(사료에 보면 전투에서 20명의 조선군이 포로로 생포되었다고 하는데 드라마에서는 이 중 한 명이었던 장포수가 후에 의병으로 암약하다 고종의 호위대장까지 하고 있는 중입니다. 주인공이 아니라 신경 쓰지 않으면 잊기 쉬운 인물이라...^^)

이후 미국은 조선에 영향력을 끼치고자 일본, 러시아, 청나라와 경쟁하는 모습을 잠시 보이긴 합니다만 러일 전쟁 직후 가쓰라-테프트 밀약(Taft-Katsura agreement)을 맺어 필리핀에 대한 지배권을 약속받는 대가로 일본의 조선에 대한 지배를 인정하게 됩니다.


역사적으로 고찰해 보면 미국은 한반도에서 이익 관철이 어려워 보이는 상황에서는 더 중요한 이권 확보를 위해 쉽게 포기하는 경향을 보이곤 하는 것 같습니다.

역시 개인적인 의견이긴 하지만 적어도 미국의 아시아 정책에서 북한에 대한 대책은 중국, 일본은 물론 동남아의 필리핀이나 베트남에 비교해서도 지금까지 상대적으로 소홀히 다루어져 왔지 않나 하는 아쉬움이 있습니다.


이러한 정책이 결국 북한의 핵무장을 불러오고 말았습니다.

핵무기 개발은 별개로 하더라도 핵을 이동시킬 발사체 개발 분야는 기술 및 인력 확보 측면에서 어려움이 상당해 자립이 어렵기로 손꼽히는 분야입니다.

예를 들면 대륙간 탄도탄(ICBM)의 엔진 개발과정에서 큰 난제 중의 하나는 연소 불안정으로 인한 폭파 가능성으로 막대한 양의 추진제가 급속하게 연소하는 과정에서 발생하는 주파수 등이 공진을 일으키는 현상을 말합니다.

그 외 극저온, 고압, 고온을 견디면서 무게가 가벼워야 하는 밸브 개발이나 용접이 매우 어려운 알루미늄 소재를 사용하는 추진제 탱크 개발도 쉽지 않습니다.

이런 어려움에도 북한이 보여준 성취는 그들의 경제 사정이나 기술 발전 단계를 볼 때 매우 놀랄만한 일입니다.

정치적으로도 선군 정치를 통해 군부 중심으로 이어가던 정부 체계를 최근 민간 전문가들로 교체해 나가며 안정적인 모습을 보이고 있습니다.

단적인 예로 부친 김정일 위원장의 관을 운구하던 군부 인사들 중 현재까지 남아 있는 인물은 단 한 명도 없습니다.

고모부인 장성택의 처형을 기점으로 김정은 위원장은 이미 기존의 기득권층을 제거하고 자신의 측근으로 대체해 가는 시도를 성공한 것처럼 보입니다.

현재까지 상황으로 보면 유엔이 거의 모든 무역을 금지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북한의 경제 상황도 조금씩 나아지고 있다고 하니 미국과의 대결에서 북한은 최소한 일방적으로 밀리고 있다고 보기에는 어려울 것 같습니다.

현 상황에서 전쟁 외에는 북한의 체제를 무너뜨리기는 거의 불가능할 것으로 보이며 결국 미국과 북한이 대화를 통해 해결하는 방향으로 장기적인 시각에서 조금씩 전진해 가는 방법밖에 없을 것입니다.


그에 비해 베네수엘라의 사정은 상대적으로 매우 좋지 않아 보입니다.

한 달간 물가 상승률은 8만 퍼센트에 이르고 경제는 완전히 무너졌습니다.

지난 4년간 자국을 탈출한 경제 난민만 무려 230만 명 가까이 된다고 하네요.

베네수엘라가 어려움에 빠지게 된 결정적인 원인은 크게 3가지로 생각됩니다.

첫째는 국제 유가의 하락에 적절히 대처하지 못하는 기형적 경제 구조입니다.

베네수엘라는 석유의 수출 의존도가 국가 경제에 기여하는 정도가 90% 이상으로 절대적이라 그간 정부에서 제조업이나 농업을 육성하고자 산업 정책을 펼치는 등 노력했음에도 실패하고 말았습니다.

하다 못해 전구 하나도 국내에서 생산하는 것보다 외국에서 수입하는 것이 훨씬 싸다 보니 제조업 성장이 이루어질 수 없었습니다.

차라리 북한처럼 가진 자원도 거의 없고 해외 무역도 규제받으며 외국 자본이 들어가기 힘든 폐쇄형 구조였다면 나름 저항력이라도 키웠을 텐데 베네수엘라의 석유는 그들에게 축복이 아닌 저주가 되고 만 것입니다.  

두 번째로 미국과의 갈등입니다.

그동안 베네수엘라의 석유를 수입하던 미국은 자국에서 생산된 셰일 가스의 경쟁력 향상으로 인해 외국에서 석유를 수입할 필요성이 갈수록 줄어가고 있습니다.

이런 경제적 환경의 변화 속에 남미의 대표적 반미 국가인 베네수엘라 정부는 미국과의 갈등을 해결하지 못함으로 인해 보복을 피할 수 없습니다.

통계를 보면 2013년 전후 미국이 베네수엘라에서 수입하던 석유량의 80%가 감소한 것으로 나타나 경제에 치명적인 타격을 입혔습니다.

세 번째로 가장 중요한 이유가 바로 부패 기득권층과의 마찰로 인한 반발입니다.

베네수엘라의 기반인 석유 산업은 그동안 일부 소수 기득권과 외국 자본이 수익을 독점하는 구조여서 1980년대 후반의 통계를 보면 국민의 거의 50%가 빈곤 가구였으며 이중 절반은 기본적인 의식주도 해결하기 힘든 극빈층이었습니다.

이때 등장한 우고 차베스 대통령(집권:1999~2013년)은 사회 경제 모델을 바탕으로 이른바 '볼리바르 혁명'이라 불리는 개혁을 단행하여 대다수 국민의 생활수준을 향상하고 빈곤 가구의 비율을 25% 이하로 감소하는 성과를 가져오기도 하였습니다.

개인적으로 당시 차베스의 사회 개혁은 베네수엘라 국민들에게는 반드시 필요한 정책이었다고 생각합니다.

 

하지만 문제는 후임 마두로 대통령은 국제 유가의 하락이 도래한 시점에 정권을 넘겨받아 운이 없기도 했지만 결정적으로 기득권과의 마찰에 현명하게 대처하지 못한 것 같습니다.

외국 자본과 결탁한 기득권 세력은 국가 경제를 거의 마비시킬 정도의 반격을 가해 정권에 치명타를 가하고 있습니다.

이는 북한과는 다른 모습인데 베네수엘라 정권의 미래가 암울해 보이는 원인이기도 합니다.

'매에는 장사 없다'는 속담처럼 체력이 약한 베네수엘라가 오랜 기간 버티기는 힘겨워 보이는 모습입니다.


독한 놈이 살아남는 국제 질서에서 미국과의 갈등을 겪고 있는 두 나라의 모습은 많은 시사점을 남깁니다.


영원한 우방도 친구도 없는 세상에서 만약 우리가 미국에 왕따를 당하는 상황이 발생한다면 과연 어떤 모습으로 살아남을 수 있을까요?

현재의 모습에 안주하는 대한민국의 외교 전문가들이 한 번쯤은 깊이 생각해 보아야 할 문제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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