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디지털전사 Dec 20. 2018

태국과 중국의 가난한 자들이 대한민국에 고하다!

중국과 태국의 정치 체계와 경제에 대한 단상

어느 날 문득 모든 걸 내려놓고 훌쩍 사라지고 싶을 때가 있습니다. 아무도 없는 곳에서 텐트를 치고 숲에서 땔감을 구해와 불을 지피고 강에서 물고기를 잡으며 배가 부르면 그저 청량한 하늘과 아름다운 풍경을 보며 해먹에 드러누워 아무것도 하지 않겠습니다. 


그런데 세상 도처에는 우리 평범한 사람들과 달리 국민보다는 자신의 권력과 부를 위해 군림하는 정치인들이 있습니다. 동남아시아에는 관광 대국인 태국이 있습니다. 활기에 가득 찬 방콕의 야시장에서 길거리 음식을 사 먹고 화창한 태양 아래서 이국적인 해변을 거닐다 보면 이런 곳에 주저앉아 살고 싶습니다. 


하지만 이런 천국처럼 보이는 국가들이 정치적으로는 후진국인 경우가 많습니다. 태국의 왕실 박물관에 가보면 화려한 수백 개의 다이아몬드와 황금으로 장식된  수공예품과 거대한 스케일에 압도당하는 전시품들이 가득합니다. 당연히 오래된 유물로 착각하지만 자세히 보면 제작연도가 몇 년 전인 최근 제품들입니다. 만들어진 이유는 왕과 왕비의 생일을 기념하기 위한 목적 등 왕실 행사를 기념하기 위한 제품입니다. 


태국 정부에는 왕실의 행사와 재정을 담당하는 부서가 따로 있어 이런 사치품들에 들어가는 비용을 세금으로 지원해 줍니다. 왕실의 사적 보유 재산도 어마어마해서 국왕의 개인 재산이 약 33조로 세계의 대부호들과 견주어도 전혀 떨어지지 않습니다. 실제로 태국의 대기업인 시암 그룹을 포함한 여러 기업이 왕실 소유입니다. 국민들은 힘들게 사는데 왕실의 사치가 극에 달하니 못 살수 밖에 없습니다. 


태국은 세계적으로 빈부격차가 큰 나라 가운데 하나입니다. 세계 빈곤퇴치를 위해 설립된 옥스팜(OXFAM) 자료를 보면 태국은 러시아와 인도에 이어 세계 3번째로 빈부격차가 심한 국가입니다. 대다수 국민들은 빈곤한 삶을 살아가는데 국제적 투자기관인 크레디트 스위스(Credit Suisse)의 최신 자료에 따르면 태국의 상위 1%가 태국 전체 부의 66.9%를 가지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태국 최고 부자인 CP그룹의 다닌(Dhanin Chearavanont) 회장과 그 가족의 재산은 무려 300억 달러에 이른다고 하네요.


하지만 태국과 대비하여 부의 분배 면에서 한국은 과연 선진국이라고 할 수 있을까 의문입니다. 하위 20% 대비 상위 20%의 자산 격차는 태국은 7.8배, 한국은 7.6배입니다. 거의 비슷한 수준으로 우리도 빈부 격차가 만만치 않습니다. 젊은이들이 흙수저를 논하고 헬조선이라고 불리는 원인은 계층 간 사다리를 걷어찬 버린 거대한 빈부 격차가 해소될 기미를 보이지 않기 때문입니다. 강남에 빌딩 한 채를 가진 건물주의 자식은 일반 평범한 서민의 자식과는 이미 신분이 다른 귀족층이 되었기 때문입니다. 정치권에서는 공정한 경쟁과 평등한 기회를 외치지만 자본주의 시스템을 혁신하지 않는 한 개선이 이루어지기는 절대 쉽지 않습니다.


태국에서도 이러한 빈부격차를 큰 문제로 인식하고 개선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습니다. 그동안 상속세가 없어 부의 대물림을 쉽게 할 수 있었던 태국에서 지난 2016년 태국 역사상 처음으로 상속세가 도입되기도 했습니다. 하지만 이마저도 너무 약하다는 지적이 많은데 상속세 과세 규모가 1억 밧(34억 원) 이상인 데다 세율도 자녀는 5%, 타인 10%가 고작입니다. 또 대상도 부동산과 예금, 주식, 자동차로 한정돼 보석류나 기타 자산은 해당하지 않습니다. 상속세를 피할 구멍이 많을 수밖에 없죠. 이런 현상은 대한민국도 마찬가지입니다. 대한민국의 대표 재벌 삼성의 후계자가 고작 16억 원의 상속세를 냈다는 사실... 부끄럽지만 태국과 이런 면에서는 형제지간인 듯 한 부끄러운 대한민국의 자화상입니다.

중국도 급격한 경제 성장으로 빈부 격차가 날로 커져만 가고 있는 중입니다. 중국 국가통계국에 따르면 중국의 지니계수는 2015년 0.462에서 2016년 0.465로 악화했고 지난해에는 0.467까지 상승했습니다. 0~1로 표시되는 지니계수는 1에 가까울수록 불평등 정도가 심하다는 의미이며, 유엔은 ‘사회 불안을 초래할 수 있는 수준’의 기준을 0.4로 제시하고 있지요. 베이징 대학의 보고서에 의하면 중국 가정 자산의 지니계수는 0.73까지 상승했다는 내용이 있는데 이는 상위 1% 가정이 자산의 30%를 독점하고 있으며 하위 25%는 1%에도 미치지 못한다는 심각한 결과였다고 합니다. 특히 지역 간 빈부 격차가 심각한데 상하이와 베이징은 1인당 GDP가 대략 USD53,000 정도로 미국과 비슷하며 인구 300만 이상 국가와 비교하면 전 세계 10위 안에 들 만한 수준이지만, 간쑤 성과 윈난성 주민들의 1인당 GDP는 대략 USD 7,000~9,000 수준으로 우크라이나, 과테말라와 비슷한 규모에 불과합니다. 또한 중국 역시 소득세의 누진과세는 있지만 재산세나 상속세가 없어 부의 대물림이 사실상 고정화하고 있습니다.

대한민국과 중국은 공통적으로 기존 기득권들이 역사적 대 혼란기에 모두 폭삭 망했다는 공통점이 있습니다. 우리는 한국전쟁으로, 중국은 공산화로 인해 대부분의 부자들이 모든 것을 잃은 경우가 많았습니다. 그럼에도 경제의 압축성장으로 신흥 자본가들이 등장하던 시기에는 모두가 부자가 될 수 있다는 희망이 있던 시절도 있었습니다.


그런데 이제 성장 엔진이 서서히 속도를 멈추고 있습니다. 최근 중국은 자국 산업을 무역전쟁 핑계로 구조 조정하고 있는 중입니다. 어차피 해야 하는 일이었고 미국과의 무역 전쟁은 울고 싶은데 뺨 때려준 격에 불과할 수도 있습니다. 중국은 기본적으로 거대한 내수 시장의 경제 체제를 유지하고 있으며 GDP 중 내수가 차지하는 비중이 80%나 됩니다. 중국인들은 애국심이라는 구호 아래 시진핑의 권력은 오히려 강화될 수도 있습니다. 그 와중에 피해자는 국제 무역에 생계가 달린 우리 대한민국이 될 확률이 큽니다. 


중요한 것은 미국은 재정적자로 버티는 중인데 세계 패권국으로서의 지위는 달러의 발권력으로 유지하고 있습니다. 미국이 자국의 이익을 위해 일부러 중국 경제를 생산 공장으로 키웠지만 중국의 부상은 결코 미국이 바라는 것이 아닙니다. 일본을 무너뜨렸던 방식으로 중국을 무너뜨릴 것이고 이제 관세 장벽을 바탕으로 한 무역 전쟁으로 시작되었다고 볼 수도 있습니다. 다음은 아마도 환율 전쟁이 아닐까 합니다.


태국과 중국의 빈부 격차는 우리의 현실과 미래에도 시사점을 줍니다. 상대적으로 안정적인 정치 환경을 구현했던 국가와 짧은 시간에 정치적 격변기를 거쳐왔던 국가였던 역사적 배경과는 상관없이 빈부 격차의 원인은 경제와 한 몸이 된 정치와 인과 관계가 있는 것 같습니다. 후진국의 권력자들은 아무런 거리낌 없이 공공재산 및 민간 재산을 약탈해 부를 형성했으며 이는 빈부 격차 가속화와 재산의 비대화와 같은 불평등 심화를 일으켰다는 점을 보여줍니다.


대한민국은 우리 선조들이 피땀을 쏟아 일으킨 국가이며 미래 세대에 물려주어야 할 소중한 유산입니다. 적어도 이 땅에서는 후진국형 정치 권력자들이 국민들 모르게 재산을 약탈해 가며 부를 형성하지 못하도록- 이미 많이들 하고 있는 것 같습니다만..ㅠㅠ- 모두들 눈을 부릅뜨고 지켜봅시다.

매거진의 이전글 전자상거래 수출 경진대회 참관기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