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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디지털전사 May 13. 2019

진격의 거인들이 온다 한국인 자신을 과소평가하지 마라!

세계 경제를 움직이는 거인들의 싸움이 점입가경으로 진행되고 있습니다. 일본 만화 진격의 거인 실사판을 보는 느낌도 살짝 듭니다. 세상에서 제일 재미있는 것은 싸움 구경이라고 하니 인간은 멀찍이 떨어진 안전한 성벽에서 관전할 수만 있다면 재미도 있습니다. 미국과 중국이라는 두 거인들끼리 싸우다 혹시나 둘이 피투성이가 되어 함께 쓰러진다면 어떤 일이 벌어질지 궁금하기도 합니다. 하지만 만화와 달리 우리가 사는 현실 세계에서 거인들의 싸움은 단순한 문제가 아닙니다. 거인들의 영역 다툼과 우리의 먹거리 문제가 밀접하게 연관되어 있기 때문입니다. 굳이 비유하자면 거인들에게 음식을 팔아 생계를 유지하는 인간이라고 할 수 있겠습니다. 두 거인들이 착한 녀석들은 아니기에 냉정하게 싸움의 경과를 지켜보고 대처해 나갈 필요가 있습니다. 

특히 현재 대한민국의 위상으로 거인들의 싸움에서 냉정한 방관자의 시선으로만 머물 수가 없습니다. 최근 한국인들 스스로 '헬조선'에서 살아간다고 자신을 과소평가하는 경향이 생겼지만 실제로 세계 각국과 비교하여 우리의 위상은 결코 낮은 편이 아닙니다. 큰 거인들에 대적하기는 역부족이지만 경제력면에서 작은 거인 정도로 인정받을 만한 덩치와 힘을 가지고 있습니다. 미국과 중국의 무역 전쟁은 패권을 지키려는 자와 빼았으려는 자의 싸움이기에 단기간에 결판이 나지는 않을 것입니다. 최소 5~10년 이후에 결과를 알 수 있으리라 예상하지만 전쟁 도중 거인들의 보이지 않는 손이 우리 주머니를 털기 전에 신중한 선택과 결정이 무엇보다 중요한 시기입니다.

 

경제 용어 가운데 '넛지(nudge)'라는 말이 있습니다. 사전적으로 '옆구리를 팔꿈치로 살짝 찌르다'는 뜻입니다. 심리학과 경제학을 결합한 행동 경제학인 넛지 이론에 따르면 인간은 합리적 인간인 이콘(Econ)과 보통 사람인 휴먼(Human)으로 구분된다고 합니다. 예를 들면 이콘은 날씬한 데다 저축도 잘하는 성공자의 모습인 반면 휴먼은 인간미는 넘치지만 유혹에 잘 넘어가기 때문에 그냥 평범(?) 한 상태입니다. 하지만 휴먼은 성공한 이콘의 모습을 보고 자신도 모방하고자 하는 동기를 부여받게 되고 좋은 방향으로 함께 성장해 나가고자 합니다. 물론 그 반대의 경우도 생각해 볼 수가 있습니다.


아직까지는 미국과 중국의 무역 전쟁은 서로 상대방의 옆구리를 찌르며 더 많은 양보를 얻어내기 위한 넛지 싸움이지만 이러다 자칫 피 터지는 진짜 물리적 싸움으로 번질 가능성도 있습니다. 이른바 죄수의 딜레마 이론처럼 자신만의 이익 극대화를 위해 서로 양보하지 않는다면 그 피해는 세계 도처로 확산되어 나갈 것입니다. 


일반적으로 전통적인 경제학에선 금융 위기와 같은 비 합리적인 사건이 발생하기 힘들지만 현실의 세상은 아무런 예고나 경고도 없이 주가의 대폭락이나 공황이 자주 발생하곤 합니다. 이런 위기가 발생하는 요인은 크게 세 가지가 지적되는데 '이례적 사건(블랙스완 black swan)', '복잡한 기술', '이해관계 상충'이 바로 그것들입니다.


미중의 관계 대립은 무역 수지에 대한 이해관계 상충이 주된 요인이지만 이면에는 중국의 첨단 기술 발전을 견제하고자 하는 미국의 두려움도 상당 부분 차지하고 있는 듯합니다. 블랙 스완(하얀 백조 무리 중에 갑자기 등장하는 검은 백조와 같은 이례적 현상)만 없다면 점진적으로 수습 가능하겠지만 돌발 변수가 발생한다면 나쁜 쪽으로 확전 될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어 두렵기도 합니다.


베스트셀러 '넛지'의 저자인 리처드 세일러 시카고대 교수에 의하면 좋은 넛지란 '똑똑한 선택을 유도하는 부드러운 힘'이란 의미로 사용한다고 합니다. 즉 '탐욕은 좋은 것(greed is good)'이라고 믿는 시장에 '선을 위한 넛지(nudge for good)'를 주문한 것입니다. 예를 들면 "식당에서 과일을 더 예쁜 바구니에 담아두는 것만으로도 학생들의 과일 섭취량을 두 배나 늘릴 수 있었다"라고 하네요. 관심을 불러일으킬만한 작은 행동들이 더 좋은 결과를 가져올 수 있습니다.


반대로 서브프라임 모기지 같은 나쁜 넛지야말로 금융위기의 원흉이었습니다. 미국의 부실한 부동산 대출 시스템이 연쇄 작용을 일으켜 세계 경제를 위기로 몰아간 사례가 있었습니다. 


글로벌 자본주의 시대는 갈수록 치열한 생존 투쟁을 많은 이들에게 강요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당장의 이익에만 매몰되지 말고 장기적인 좋은 결과를 위한 의도적인 노력을 할 필요가 있습니다. 즉 미국과 중국의 무역 전쟁에서 우리는 '선을 위한 넛지'를 실천해 나가는 방법을 찾아야 합니다. 우리에게 경제적 보복을 했던 나라가 있다고 해서 좀 당해 봐라 하는 단순한 생각보다는 거인들 모두가 서로 윈윈(win win)할 수 있도록 상생할 수 있는 고 부가가치 틈새시장을 찾아야 합니다. 무역 전쟁의 승패에 상관없이 우리는 두 거인과의 관계를 더욱 확대해 나가야 하기 때문입니다. 아이들의 미래는 현 기성세대의 행동과 선택에 달려 있습니다. 우리가 자칫 잘못된 선택을 한다면 그 고통은 미래 세대 개 짊어지게 될 것입니다. 현재 젊은 세대가 감당하기 힘든 부동산 가격으로 인해 미래 세대가 누려야 할 가치를 약탈해 버린 세대가 있습니다. 이미 올라 버린 부동산이야 어쩔 수 없다고 백번 양보하더라도 글로벌 경제 정책에서만큼은 현명한 선택과 결정으로 미래 세대에 자산을 남겨 줄 수 있는 한국이 될 수 있도록 정치 및 경제 지도자들이 노력해 주길 바라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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