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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디지털전사 Jun 12. 2020

코로나 이후: 이자 없는 시대에 살아남는 자를 위하여

요 며칠 날씨가 더워지더니 이제는 무더위가 기승을 부리는 여름 날씨의 한 복판으로 접어들었습니다.  봄이 가면 여름이 오는 것이 세상의 이치인데도 우리는 막상 더위나 추위가 닥쳐야 부랴 부랴 선풍기를 꺼내고 에어컨 필터 청소를 하고는 합니다. 금융 시장도 마찬가지로 언제나 호황과 불황을 반복합니다. 하지만 투자자인 인간의 마음은 간사하게도 자신이 보고자 하는 방향만 바라보다가 추세에 갑작스러운 변화가 생기면 크게 당황하게 됩니다.   


단기간 급격하게 상승하던 주식 시장이 미국 연방준비위원회(FED)의 정례 회의 결과 발표 이후 폭락했습니다. 미국 다우지수가 6.9%나 폭락하니 전 세계 주식 시장도 모두 함께 동반 폭락이 발생했습니다. 다만 아시아 시장에서는 중국 상해지수가 0.3%, 우리 코스피 지수는 2.7% 하락했으니 그나마 선방하며 충격을 견뎌 내는 모습입니다. 

코로나 위기 이후 많은 분들, 특히 30~40세대들이 부동산에서 주식 시장으로 관심을 두며 신규 유입되고 있습니다. 주식 시장은 다양한 요인에 의해 변동성이 발생하며 단기적인 상승 및 하락은 인간 능력의 예상 밖에 있는 것처럼 보입니다. 실험에 의하면 원숭이와 전문가의 주식 투자 실험에서 원숭이의 승률이 높았다 하는 이야기도 회자됩니다. 하지만 이런 예측이 어려운 복잡한 시장에서도 거시적 관점에서 주가 흐름 추세에 매우 밀접한 상관관계를 보여주는 요인들이 있습니다. 바로 초 강대국인 미국의 금융 정책입니다. 중장기적인 주식 투자를 위해서는 미국의 금리와 환율, 무역 및 고용 상황의 상호 관계를 먼저 이해하여야 할 필요성이 있습니다. 이를 알아야 미국 FED의 발표가 왜 전 세계 증시를 좌지우지하는지 이해 가능합니다.


대부분의 국가들의 금리(이자)는 행정부가 아닌 중앙은행에서 결정합니다. 돈을 찍어내는 막대한 권한을 가진 만큼 금융 시장의 안정, 물가 안정, 환율 방어가 중앙은행들의 가장 중요한 목표입니다. 이를 위해 중앙은행은 시중 은행에 국채 발행 및 지급 준비율(기준 금리 조정)을 통해 자금을 공급하며 시장에 유동성을 공급(돈을 찍어서 뿌리게) 하게 됩니다. 시중 은행은 받은 돈을 기업과 가계에 대출을 통해 공급해야 하는데 경기 상황이 비관적이면 돈을 떼일 위험성 때문에 대출을 꺼리게 됩니다. 결국 중앙은행 계좌에 다시 맡겨 이자라도 받아 보려는 상황이 발생하는 것을 방지하기 위해 은행 간 거래에는 마이너스 금리를 도입하게 됩니다. 또한 은행들이 안전 자산인 장기 국채만 사들여 자금 경색이 생기는 것을 방지하기 위하여 더욱 강력한 정책인 수익률에도 제한(Yield curve control)을 두어 상한선과 하한선을 두는 경우도 최근 자주 보곤 합니다.


코로나 위기 극복을 위해 미국 및 유럽 중앙은행은 무제한 양적 완화(Quantitive easing)를 약속하며 정부에서 발행한 국채를 사들이며 시장에 자금을 공급하고 있습니다. 또한 기준 금리 조정을 통해 은행에 돈이 고이지 않게 조정도 합니다. 이번에 발표한 정책도 기존 정책을 유지하며 시장의 안정을 위해 어떤 일도 마다하지 않겠다는 다짐을 재확인했습니다. 주요 국가 중앙은행들이 돈을 무제한 공급하겠다는 약속을 하였음에도 불구하고 왜 세계 주식 시장은 요동을 치는 것일까요?


이를 이해하기 위해서는 당신이 여유 자금을 투자하는 사람이라고 가정하고 살펴보아야 할 두 가지 요소를 생각해 봅시다.


첫째는 성장성입니다. 국가와 개별 기업 모두에 각각 적용 가능한 요소입니다. 예를 들어 한국의 성장성이 미국과 유럽 등 선진국과 비교하여 낫다고 생각되면 해외 투자자는 한국 정부가 발행한 국채뿐 아니라 국내 우량 주식도 매수할 것입니다. 국제 통화인 달러가 유입될 것이고 이는 원화 가치 상승을 불러일으키면서 수입 물가를 낮추어 물가 안정화에도 기여하게 될 것입니다. 성장성이 높은 국가나 기업은 투자를 받을 수 있고 고용 창출 및 물가 안정 등 좋은 선순환을 불러오게 됩니다. 


둘째는 개별 국가의 금융 정책입니다. 현재 미국의 기준 금리는 제로 금리(0.00~0.25%)이고 한국의 금리는 0.5%입니다. 성장성과 경제력이 동일하다는 가정하에 미국보다는 한국에 투자하는 것이 금리면에서 이득일 것입니다. 해외 자금이 유입되면서 위 사례와 같은 선순환이 일어날 것입니다. 물론 세상은 단순하지 않기에 금리의 차이와 상관없이 자금의 유출이 발생하는 경우도 상당히 많습니다만 기본적으로 시장은 고금리를 쫒아 가게 되어 있습니다. 


투자자가 중요시하는 위 두 가지 요소를 만족시키기 위해 각국의 중앙은행들은 다양한 정책을 펼치며 시장을 만족시키려 합니다.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시장은 항상 불만족 상태이며 끊임없이 더욱 시장 친화적인 정책을 요구하곤 합니다. 


금일 발생한 금요일의 대폭락도 근본적으로는 코로나 위기 이후 성장성에 대한 불안에서 비롯되었다고 볼 수 있습니다. 미국 FED는 2년간 제로 금리를 유지하고 양적 완화 정책도 확대하겠다고 하며 금융 정책의 안정성을 강조했지만 시장은 미국 경제 지표의 악화와 성장 전망률 하락 등을 이유로 폭락하고 말았습니다. 금융 당국의 정책으로도 미래의 성장 불안에 대한 우려가 우세한 상황입니다. 


또한 우리는 중국에 대한 수출 의존도가 매우 높기 때문에 미국의 경제 정책뿐만 아니라 중국의 환율에도 영향을 받는 상황이 벌어집니다. 중국은 지속적으로 환율 방어 정책을 유지했는데 최근 환율 하락을 용인하며 위안화 약세(평가절하)를  유도하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습니다. 이는 미국과의 환율 마찰을 불러올 수 있음에도 무역 전쟁, 홍콩 보안법 사태 등을 통해 미국과의 신냉전을 각오하는 중국은 물러 서지 않을 듯합니다. 우리에게는 위안화 약세는 수출 경쟁력 감소를 의미하기에 주식 시장에 좋은 징조가 아닙니다. 그럼에도 코로나 위기에 가려 아직은 큰 영향을 미치고 있지는 않아 보이지만 장기적으로 우리 경제 및 주식 시장에는 우려 요소입니다.


중국 경제가 급격하게 부상하면서 한국도 가장 큰 수혜를 입은 국가 중 하나라는데 이견은 많지 않습니다. 이미 2007년에 미국의 골드만삭스는 한국이 중국시장을 활용함으로 2050년경에는 1인당 GDP가 9만 달러를 넘어 미국을 이은 세계 2위가 될 것으로 전망한 적이 있습니다. 이론적으로만 보면 2019년 IMF 발표 기준 한국의 1인당 GDP가 약 3만 1천 달러이니 9만 달러라면 30년 후에는 우리 국민들이 현재 보다 3배 더 잘 사는 나라가 될 수도 있다는 희망을 품어봅니다.


현실적으로는 30년 후의 미래는 누구도 모를 것입니다. 당장 올 하반기에 코로나가 다시 유행할지도 예측이 힘든데 어찌 30년 후를 알 수 있을까요.


다만 코로나 위기 이후에는 각자가 제 살길을 찾아야만 할 새로운 시대가 열릴 것이라는 것은 확실해 보입니다. 새로운 시대가 밝은 미래를 약속하는 것은 아니며 일반 서민들에게는 오히려 더 암울한 시대가 될 수도 있기에 최근 정치권에서도 기본 소득으로 최소한의 생활을 보장해야 할 필요성을 얘기하는 사람들이 늘어가고 있습니다.


미국 연방준비은행이 언급한 대로 은행 이자 없는 제로 금리 시대는 최소 2년간 유지될 것입니다. 여유 자금을 은행에 예치하는 것은 현명하지 못한 시대가 오고 있습니다. 숨만 쉬어도 돈이 펑펑 나가는 우리에게는 생존 게임 시작을 알리는 소리가 들려옵니다. (귀 있는 자는 들을지어다~~) 살아남는 자들이 모든 것을 독식하는 냉혹한 자본주의 사회에서 빈부 격차의 확대와 낙오자들에 대한 차별 고착화가 걱정됩니다. 차별은 세대 간 갈등의 모습으로 또는 남녀 간 갈등의 모습으로 다양한 모습으로 변신하며 우리 눈을 속이지만 결국은 부자와 가난한 자의 차별이 근본에 깔려 있습니다. 어느 시대든 어떤 지역이든 외적인 요소에 부자는 차별을 받지 않았습니다.


이자가 없는 시대에 잘 살아남는 법은 필자도 잘 모릅니다. 하지만 단지 가난하다는 이유로 차별이 더욱 성행하는 미래 사회가 오지는 않았으면 좋겠습니다. 제로 금리 시대에서 살아남는 가난한 자들에게 따뜻한 위로를 해 주는 사회 분위기를 만드는 것은 시민 사회의 힘이 필요합니다. 약자인 서민들이 최소한의 인간적 삶을 살 수 있도록 현명한 정책을 고민해 주는 정치인과 기업인들이 우리 사회에 늘어나기를 소망해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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