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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디지털전사 Jul 02. 2020

코로나 이후: 동물의 숲에서 행복하게 살아남는 방법

사람들이 알지 못하는 어느 곳에 아름다운 자본주의 꽃이 자라는 숲 속 동물 마을이 있습니다. 마을의 이름은 주식 시장이라고 합니다. 황소(Bull)와 곰(Bear)이 번갈아 동네 이장을 맡고 있는 마을의 주민들은 욕심꾸러기 돼지와 겁 많은 양입니다. 돼지는 욕심이 많지만 나무를 심고 열심히 일하는 주민입니다. 양은 어려움을 견뎌내는 성실함이 장점이지만 불평도 많은 주민이지요. 화창한 해가 비추고 먹거리가 넘치는 시기에는 황소가 이장을 맡게 되고 마을은 번창하고 풍요로워집니다. 모두가 행복하지만 숫자가 늘어난 돼지들을 잡아먹기 위해 음흉한 초원 하이에나들까지 몰려오는 부작용도 생기게 됩니다. 하지만 마을이 번창하다 보니 황소 이장님은 그저 허허 웃을 뿐입니다.


대지의 축복이 넘치던 풍요의 시기가 지나면 모든 것이 얼어붙는 겨울이 예고 없이 찾아옵니다. 황소 이장님은 바람과 함께 사라지고 새로운 곰 이장님이 등장합니다. 겨울잠을 자다 불려 나온 곰이라 걱정도 많고 욕구불만도 많은 분입니다. 마을의 빈집들을 정리하며 버티기에 들어가는 이 혹독한 시기에 돼지 주민들은 옆 마을로 떠나고 겁 많은 양들만이 남아 목소리를 높이곤 합니다. 양들의 항의에 힘을 얻은 곰 이장님은 대지의 여신에게 축복을 내려 달라고 무력시위를 벌입니다. 여신은 축복과 자연의 순환은 끝나지 않을 것 같던 겨울을 몰아내고 숲 속 마을에는 새싹이 솟아나는 희망의 봄이 다시 찾아오게 됩니다. 멀리 마을 어귀에는 야반도주했던 황소 이장님이 웃으며 손을 흔들고 있습니다.^^ 

(주: 출연자- 황소 이장: 강세장, 곰 이장: 약세장, 돼지&양: 투자자, 하이에나: 투기 자본, 대지의 여신: 금융당국)

하반기 숲 속 동물 마을에서 돼지와 양 주민들은 황소와 곰 중에 누구를 이장으로 선택할지 궁금합니다. 최근 단기적인 모습만 보면 급속히 늘어났던 욕심꾸러기 돼지들이 조금씩 옆 마을로 이주하고 겁쟁이 양들이 세력을 불리는 것 같습니다. 위대한 대지의 여신은 혹독한 겨울이 지나갈 때까지는 무한한 축복을 거두지 않을 것이라고 거듭 약속을 하고 있지만 돼지들이 믿지 않는다면 마을의 인구 감소는 피할 수 없습니다. 하지만 숲 속 동물 마을이 몰락하더라도 먹이 냄새에 매우 민감한 돼지는 또 다른 먹거리를 메마른 사막이나 눈 덮인 산 꼭대기에서도 찾아낼 능력이 있으니 그 들을 걱정할 필요는 없습니다. 연약한 양의 입장에서는 돼지를 주목하고 따라가는 것도 좋은 전략입니다.


경제 위기는 주기적으로 발생합니다. 금융 위기, 재정 위기, 환율 위기 등 여러 경제 위기의 공통점은 기업 혹은 정부의 과도한 부채가 금융 당국의 잘못된 대응 및 국가 간 통상 공조의 실패로 시장에 충격을 주면서 자산 가치가 폭락하는 방식으로 진행되곤 합니다. 그러나 시간이 지나면 항상 시장은 위기를 극복해 가면서 성장을 지속해 가는 것이 자본주의의 모습입니다. 로마가 몰락하고 중세가 열리던 시기에 유럽은 경제 후퇴와 침체가 이어졌던 오랜 시기가 있었습니다. 중세의 시기가 혹자가 얘기하듯 어둠의 시가는 아니며 그 안에서 새로운 종교 질서와 문화도 싹튼 시기임은 분명하지만 적어도 경제면에서는 암울했던 시기라고 보입니다. 언젠가 현대 자본주의가 몰락한다면 시장의 성장은 멈추고 퇴보가 이어질 수도 있습니다만 근 미래에는 아니길 바랍니다.(어둠의 그림자가 조금은 보이지만 인류는 언제나 그랬듯 이겨낼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과거 수차례 경제 위기와 이번 코로나 19 위기는 차이를 보이고 있습니다. 과거의 위기들이 주로 금융 및 원자재의 수급 불안 같은 자본 위기였다면 바이러스 확산을 막기 위해 사회적 거리 두기를 통한 방역 노력은 실물 경제 활동 자체를 제한할 수밖에 없기 때문입니다. IMF을 비롯한 금융 당국도 보고서에서 빠른 경제 회복을 위해서는 보건의료 분야에 대한 집중적인 지출이 우선되어야 한다고 강조하고 있습니다. 상반기에 가까스로 버티던 실물 경기는 하반기에 접어들면서 체력의 한계를 드러낼 가능성이 높습니다. 그동안 벌어 놓은 저축으로 버텨오던 많은 가계와 기업들이 하반기에도 수입 감소가 지속된다면 힘들어지는 것은 당연할 것입니다. 


7월이 되면서 동학 개미 운동으로 뜨겁게 달아오르던 주식 시장이 요동치면서 업종에 상관없이 바닥 밑 지하실에 대한 공포가 엄습하고 있기도 합니다. 유망한 보건 의료 관련 주식까지 흔들리고 있다는 것은 사람들의 공포가 크게 높아지고 있는 현상을 보여주는 것은 아닐까 추측해 봅니다. 


이번 위기는 오늘날의 국가들이 얼마나 연결되어 있으며 상호 의존적인지를 여실히 보여주고 있습니다. 전 세계 GDP의 15.7%를 차지하는 중국이 선제 타격을 입고, 그 후 미국(24.2%), EU(22.1%)가 연달아 영향을 받으면서 세계 경제는 휘청거리기 시작했으며, 아직 바이러스가 많은 지역에서 창궐하고 있는 가운데 대부분의 경제학자들은 세계 경제가 다시 회복하는데 상당한 시일이 걸릴 것으로 예상하고 있습니다. OECD는 3월 초 2020년 경제성장률을 기존의 2.9%보다 0.5% p 하향 조정하고 사태가 더 장기화되면 1.5%까지로 내려갈 수도 있다고 발표하였고 또 다른 국제 금융기관인 IMF는 전 세계 성장률이 -3%까지 내려갈 것으로 전망하였습니다. 특히 선진국들의 성장률은 -6.1%, 아세안 회원국이 포함된 신흥경제국들의 전망치는 -1% 전후로 예상한 바 있습니다. 


암울하지만 거시 경제에서 보면 최악의 시기는 지나갔다고 보입니다. 불확실성이 가장 큰 위험인 거시 경제에서는 위기 극복에 대한 모두가 공감할 때 큰 위기는 아니기 때문입니다. 다만 우리가 직접 체험할 생활 경제면에서는 이제부터 본격적인 어려움이 닥칠 가능성이 클 것입니다. 지진으로 생긴 큰 파도(쓰나미)는 항상 약간의 시간이 지난 후에 해변을 덮치고 대피할 시간은 충분치 않습니다. 누군가는 결국 익사하는 비극적 상황을 최소화하기 위해 정부는 피난 차량을 적극 제공하고 우리는 알아서 높은 제대로 피신해야 합니다.


현재 동물의 숲은 혼란의 시기에 있지만 버티는 주민들은 결국은 살아남을 것입니다. 갑자기 찾아온 혹독한 추위를 이겨내기 위해 대지의 여신의 축복이 비처럼 쏟아지던 상반기에 일찍 이주했던 주민들은 달콤한 과실을 맛보기도 했습니다. 하반기에는 숲 속 동물들 중 불행한 주민들이 늘어날 가능성이 있습니다. 


동물의 숲에서 행복하기 위해서는 돼지와 양의 중간 성향을 지닌 동물로 진화해야 합니다. 욕심도 있지만 성실함도 지닌 동물(?)이라면 호모 사피엔스인가요..ㅎㅎ 최근 돼지에서 양으로 변이중인 필자도 위기의 시기를 극복할 수 있는 지능이 있는 인간으로 진화 하기를 동물의 숲 변두리에서 바라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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