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디지털전사 Jun 22. 2021

콩 심은 데 콩이 나는 이상한 세상에서 살아남기: 교육

대한민국에는 절대 망하지 않는 장사 두 가지가 있다고 합니다. 부동산과 사교육 시장입니다. 집값 문제는 경기에 영향을 받기도 하지만 교육 시장은 여러 번 입시 제도가 바뀌었음에도 지난 수십 년간 입시 지옥을 더욱 심화시키고만 있습니다. 미래 세대를 책임져야 할 교육 체계가 아이들의 자존감을 높여 주기는 커녕 불안감을 증폭시켜 많은 이들을 좌절케 합니다. 특히 중고생 자녀를 둔 부모들에게는 성적 향상이 큰 현실적 문제로 다가오기에 정작 중요한 아이의 꿈이나 행복 등 중요한 것들을 잊게 만들곤 합니다.

 

자녀들과 대화하다 보면 어리기만 보이던 아이들이 어느새 몸과 마음이 부쩍 자란 청소년으로 성장했음을 알 수 있습니다. 마냥 어린 줄로만 알았는데 자신의 인생과 미래를 진지하게 고민하는 모습을 보곤 흐뭇하기도 하고 부모로서 제대로 지원을 해주지 못하는 부분에서는 안타깝기도 합니다. 


인간은 누구나 자신의 영역과 한계가 있습니다. 어떤 이에게는 다른 사람보다 더 많은 재능이 주어질 수도 있고 또 어떤 이는 상대적으로 평균 이하일 수도 있습니다. 다양한 영역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현재의 입시지옥 속에서 아이들은 모두 상위권 대학 진학이라는 하나의 목표를 향해 뛰어가고 있습니다. 


냉정한 무한 경쟁 사회에서 교육만이 유일하게 남은 최소한의 공평한 계층 이동 사다리라는 사실을 부정하기는 어렵습니다. 하지만 고작 스무 살에 학벌로 인생을 모두 평가받는 사회가 과연 지속 가능한 사회일 수 있을까 생각해 봅니다. 경쟁에서 조금이라도 뒤쳐지는 아이들은 스스로 위축되고 자존감이 낮아지기 쉽습니다. 학벌로 구조화된 부조리한 이상한 사회에서 삶의 다양한 가치와 행복에 대하여 이야기하는 자체가 그저 배부른 어른들의 소리에 불과할지도 모릅니다. 


아이들의 성적을 향상하고 자존감을 지켜주는 것이 부모의 역할과 어떤 관계가 있을까요?

 

현재의 아이들이 마주하고 있는 경쟁 사회를 객관적으로 파악하기 위해서 두 가지 자료를 살펴봅시다. 먼저 자녀의 수학 성취도의 가정환경이 미치는 영향력 분석(학년별) 그래프입니다. 

소득이 하위 25% 임에도 수학 성취도가 상위 25%에 해당하는 학생(역경을 극복한 학생)의 비율은 중학교 3년 간이 가장 낮은데 소득에 따른 성취 격차가 가장 큰 시기는 초등학교에서 중학교로 넘어가는 시기입니다. 이 차이는 고등학교까지 지속됩니다. 즉 부모의 소득에 따라 학창 시절부터 계층화 및 서열화가 이미 시작되고 격차는 대학 진학까지 이어지며 고착화되어 간다는 결론입니다.


'개천에서도 용이 나올 수 있다'던 과거는 전설로 남고 이제는 '개천에서는 미꾸라지밖에 나오지 못하는 현실'을 이미 우리 아이들은 부모보다 먼저 알고 있습니다.


또 통계청의 자료를 보면 2019년 기준 임금근로자의 평균 소득은 309만 원(중위 소득은 234만 원)입니다. 구체적으로 남성은 40대(442만 원), 50대(435만), 30대(362만 원) 순으로 평균 소득이 높았고, 여자는 30대(294만 원), 40대(286만 원), 50대(238만) 순입니다. 


교육부가 지난 3월 발표한 2020년 초·중·고 사교육비 조사를 보면, 사교육 참여 학생 1인당 월 사교육비는 중학교 49만 2000원입니다. 대한민국의 중위 소득 가구 기준으로는 무려 21%이며 중고생 자녀를 둔 40~50대 가정으로 치더라도 평균 소득 대비 11% 이상을 월 교육비로 지출하는 셈입니다. 대한민국에서 자녀를 위한 평범한 삶을 살아간다는 것은 어떤 의미일지 곰곰이 돌이켜 보게 됩니다.

'콩 심은 데 콩이 난다'는 속담이 진실이 되어가는 세상에서 부모의 경제력과 영향력은 아이들의 교육에 많은 영향을 미친다는 것을 부정할 수는 없습니다. 아무리 노력해도 자녀의 성적이 떨어진다면 자녀의 게으름 때문일 수도 있지만 부모가 제공하지 못한 기회의 불평등 때문이기도 하다는 것은 불편한 진실입니다. 기회 자체가 경제적 약자들에게는 박탈되어 가기에 자녀를 탓하기 전에 부모의 책임도 큰 부분일 수도 있다는 것이 안타까운 현실입니다.


평범한 가정이 사교육 시장의 함정에 빠져 허우적거리는 세상에서 필자는 자녀의 교육에 열성을 다하지 못하는 부족한 부모일지도 모르겠습니다. 다행히 아이들이 목표를 가지고 공부를 열심히 하고 있기에 항상 감사하는 마음입니다. 어떤 대가를 치르더라도 아이들의 자존감만은 꼭 지켜줄 것이라는 약속을 스스로에게 다짐해 봅니다. 


코로나19가 지니 가고 모두들 활짝 웃으며 마스크 없이 거리를 활보하는 날이 곧 올 것입니다. 주말에는 아이들과 함께 전국을 돌며 마음속에 꿈의 씨앗을 함께 심어 볼 수 있으면 좋겠습니다.

매거진의 이전글 주식으로 누가 돈을 버는가? 추세는 관성이다.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