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타트업의 위기-왜 망하는가?

가장 큰 리스크는 수금이다

스타트업(Startup)이라는 불리는 창업 혹은 자영업을 시작하시는 분들이 망하게 되는 큰 이유는 무엇일까요?

경쟁에 뒤쳐지고 소비자의 요구를 제대로 파악하지 못하며 임직원 간의 갈등을 비롯해 수많은 이유들이 있을 것입니다.

하지만 많은 이윤만 창출된다면 대부분의 골치 아픈 문제들은 아웃 소싱을 하거나 직원 복지에 과감한 투자를 함으로써 모두 극복 가능합니다.

가장 큰 문제는 바로 수금이 제대로 안 되는 것- 즉 납품 후 돈을 떼이는 것-입니다.

저도 나름 조심한다고 하지만 수차례 사기를 당했고 아직도 당하고 있습니다. 

사업이란 결국 사람을 믿고 가는 여행이기에 사람을 믿지 못하면 어떤 사업도 할 수가 없기 때문입니다.

천리길은 알아도 한길 사람 속은 모른다는 것을 잘 알지만 어쩔 수가 없지요.

그래서 사업에 성공한 사람은 자신이 잘 나서가 아니라 복을 타고났다고 생각하며 항상 감사해야 합니다.

돈을 버는 만큼 사회에 기여도 많이 해야 지속 가능한 사업체가 될 수 있습니다. 

사기꾼에 대한 정의를 찾아보았습니다.

습관적으로 남을 속여 이득을 꾀하는 사람이라고 하네요.

영어 사전을 찾아볼까요.

1. swindler, trickster, con man [artist], crook   2. orderly, well-ordered, well organized

2번을 보면 질서 정연한 혹은 조직이 잘된 뜻으로도 해석이 가능한 문구입니다.

겉으론 웃음의 가면을 쓰고 있지만 속은 음흉한 사이코 패스인 경우가 진짜 사기꾼입니다.

대부분의 사기는 처음 시작할 때는 선의로 출발했다 상황이 변하면서 약속했던 내용들을 지키지 못하는 경우입니다.

이런 경우는 운에 따라 성공한 투자로 될 수도 있었기에 사기라고 하기에는 동기 측면에서 보면 애매하지만 결과적으로 신용을 지키지 못했으니 분명 사기입니다.

사업을 하다 보면 자신의 큰 손해를 감수하더라도 나의 신용을 잃지 않기 위해 차라리 모든 재산을 내 던지는 것이 낫다는 엄격한 윤리 원칙을 가지고 있어야 합니다.

신용보다는 자신의 안위를 먼저 생각하는 사람은 사업을 시작하지 않는 것이 좋지 않을까 합니다.

저의 경우 30대 초반에 S전자 직원에게 크게 사기당한 경험이 있습니다.

지금 생각해 보면 어서 구니 없는 일이지만 그 당시에는 카드 현금 서비스까지 받아가며 돈을 빌려주는 것도 모자라 직장도 그만두고 공장에서 일하기까지 했었습니다.

대기업 내부 직원이 비공식적인 동업자로 있으면서 구매 협조를 하기로 했고 조그만 공장까지 가진 금형 제조 업체였습니다.

나중에 알고 보니 공장의 소유권은 공장장에게 있었고 투자했던 사장은 그냥 바지 사장, 대기업 직원은 그냥 협력자였다고 발뺌하더군요.

결론적으론 당시 전 재산이었던 오천만 원을 날리고 한동안 사람 자체가 무척 싫어 의기소침했던 적이 있었습니다.

그러던 어느 날 목욕 중에도 무심결에 욕설을 내뱉고 있는 자신의 모습을 거울을 통해 보게 되었습니다.

이렇게 살아선 안 되겠구나 하는 생각보다는 순간 아찔한 생각이 들었습니다.

사람에 대한 상처를 극복하지 못하면 소중한 사람들을 지킬 수 없을 것이라는 두려움이 몰려왔기 때문입니다. 

가족을 생각하며 다시 살아갈 힘을 얻을 수 있었음을 감사하게 생각합니다.

두 번째 큰 사기 사건은 노후 대비를 위한 투자 과정에서 발생했습니다.

노량진 민자 역사 상가 사기 사건입니다..

간단히 말하면 현재의 노후화된 역사에 민간 투자를 유치하여 아래와 같은 대형 상가 건물로 신축한다는 사업이었습니다.  

민자 역사의 사업 절차는 국가 공기업인 코레일(Korail)에서 제공하는 지하철 역사 부지에 민간 업체가 투자를 유치하여 건물을 신축하고 30년간 임대권을 부여받는 임대 분양 방식입니다.

코레일은 부실한 시공 사업자를 자신들이 선정하여 부도가 나더라도 법적으로는 오직 부지만 제공하였으므로 결국 민간 투자자가 모든 손해를 감수하고 모든 법적 책임에서 면피할 수 있게 만든 시스템입니다.

현재 운영 중인 민자 역사 모두 동일한 방식으로 진행을 해왔습니다.

왕십리 민자 역사는 그나마 성공 사례라고 할 수 있겠지만 노량진 민자 역사나 창동 민자 역사는 대표적인 실패 사례라고 할 수 있겠습니다.

대부분의 임대 분양 자체는 사업자와 운영자에게 이익이 되는 것이지만 실제 이 방식으로 분양된 상가 중 성공 사례는 거의 없습니다.

투자금에 대한 안전장치가 전혀 없어 시행사나 관리단이 망할 경우 투자자는 투자금을 전액 날리게 되어 있습니다.

결국 노량진 민자 역사는 아예 사업도 시작하지 못하고 시행사가 부도나면서 투자자들이 대법원 상고까지 가는 법정 투쟁을 하였습니다만 안타깝게도 모든 소송이 기각되면서 최종 패소하고 말았습니다.

- http://www.nocutnews.co.kr/news/4331991 (뉴스 자료)

결론적으로 이러한 구조적인 시스템 하에서는 사기를 근본적으로 피할 수는 없게 됩니다.

모든 투자에는 위험성이 내포되어 있는 것이고 일부 성공 사례도 있기에 단지 운이 나빴다고 할 수밖에 없는 것일지요.

사업이나 투자를 함에 있어 사기를 피하기 위해서는 항상 돌다리도 두드려 보고 건너는 신중함과 인내심만이 최종 방어 무기가 아닐까 합니다.

해외 사기 사례를 들어 볼까요?

최근 사례라면 작년에 수출했던 상품 대금을 태국의 신규 바이어에게서 수금하지 못하고 있습니다.

꽤 큰 금액이라 어려움이 큰 데 어찌 헤쳐 나가야 할지 고민입니다.

현재는 현지인 지인을 통하여 업체의 재정 상황 및 최악의 경우 대응 가능한 법적 절차 등에 대해 조사하고 있습니다. 

잘 해결될 수 있으면 좋겠지만 전체 금액을 떼일 위험도 생각해야 합니다.

해외 바이어에게 수금이 안 될 때 가능한 대응 방안도 나중 정리하여 노하우 공유해 보고자 합니다. 

중국 이야기도 빠뜨릴 수가 없지요.

중국은 여러 가지 면에서 사업하기 참 힘든 나라입니다.

대국이니만큼 단 한 개의 상품이라도 시장이 무르익을 때 맞추어 시기만 잘 맞춘다면 소위 말하는 대박을 터뜨릴 수도 있지만 대부분의 경우 수많은 경쟁 제품에 밀려 소리 소문 없이 망해 되돌아오는 경우가 허다합니다.

꽌시라 불리는 인간관계의 중요성도 다른 나라에 비해 상대적으로 중요하여 사업을 하기 이전에 친구를 먼저 만드는 것이 중요하다고 합니다.

중국 속담에 새로운 친구를 한 명 사귀면 새로운 살 길이 하나 열린다는 말이 있다고 합니다.

중국에서 친구란 처음 만나는 사람에게도 스스럼없이 붙이는 칭호이지만 이런 지나가는 친구가 아닌 진정한 친구를 얻기 위해서는 오랜 기간의 기다림과 진실함을 보여 주어야 합니다.

삼국지에 보면 도원결의하는 유비, 관우, 장비의 의형제 이야기가 나옵니다.

의형제 관계는 꽌시의 결정판으로 형제를 위해 자기 목숨까지 바칠 수 있는 사이라고 합니다.

유비는 관우와 장비라는 아우들의 마음을 얻음을 시작으로 천하를 도모하는 대업을 시작할 수 있었다는 점을 비즈니스에서도 잊어서는 안 되겠습니다.

중국 사업에서 실패 한 경험을 애기하여 보고자 합니다.

홍콩 바이어가 한국산 줄기세포 화장품을 찾는 문의가 있었습니다.

처음 상품을 소개하고 반응이 좋아 고가 제품임에도 불구하고 약 2000개 이상 도매 수량을 판매할 수가 있었습니다.

결과에 고무받아 직접 중국 시장에 줄기세포 화장품을 가지고 진출해 보자는 바이어 제안을 받게 되었습니다.

중국의 2성급 도시에서 대형 호텔을 빌려 지역 뷰티 살롱 원장들을 초청하여 현장에서 직접 유통할 업체를 모집하고 판매까지 해보자는 아이디어였습니다.

세부 계획 작성과 현지 호텔 대관 및 행사 진행, 마케팅 프로모션은 홍콩 바이어가 담당하고 상품 제작과 유통은 저희가 담당하는 계약을 맺었습니다.

현지 행사 비용은 절반씩 부담하는 것으로 했지만 지금 돌이켜 중국 현지 물가를 고려해 보면 실제 저희가 전부 부담하지 않았나 하는 의심도 듭니다.. T^T 

처음으로 세미나를 개최하기로 한 장소는 판다로 유명한 쓰촨 성의 성도였습니다.

최소 200명 이상의 뷰티 살롱 및 에스테틱 샵의 원장의 방문이 예상된다는 바이어의 말을 믿고 저를 비롯한 여러 관계자 분들을 모시고 현지 호텔에 도착하였습니다.

그러나 중국 고급 화장품 및 미용기 시장을 개척하게 되었다는 부푼 기대가 무너지는 것은 금방이었습니다.

오전부터 조금씩 내리는 비로 불안한 마음이 있었지만 행사가 시작되고 1시간이 지나도 행사장을 찾은 초청 고객은 단 3명이었습니다. LOL

결국 예상했던 세미나는 진행도 하지 못하였고 일대일 상담 방식으로 찾아주신 고객과 잠깐 얘기를 나누는데 만족해야 했지요.

사업을 하다 보면 실패할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바이어에 대한 인간적 신뢰를 잃은 것이 가장 마음이 아픈 점입니다.

행사 비용 및 상품 제작 비용을 포함한 돈은 신뢰로 함께 일할 수 있는 친구를 얻을 수 있다면 언제든 잃을 수도 있습니다..

세미나 실패 후 사업을 제안하고 추진했던 바이어에게 다른 방법으로라도 판매할 수 있는 영업망을 찾기를 기대하며 5개월 이상 기다려 주었습니다만 늦은 저녁에도 끊임없이 좀 더 많은 지원을 요청하던 바이어가 연락을 끊었을 때는 사람인지라 인간적 배신감마저 드는 것은 어쩔 수 없었습니다.

우여곡절 끝에 현지에 일부 보냈던 상품을 다시 돌려받았습니다만 판매는 이미 불가능한 상황이었죠.

하지만 더 큰 손해를 보지 않고 처음 시도에서 홍콩 바이어의 신뢰성을 알 수 있었던 것은 오히려 행운이었다고 생각하고 있습니다.

비록 예상했던 사업이 생각처럼 되지 않을 때에도 항상 긍정적인 마음을 잊지 않아야겠습니다.

행사를 개최했던 청두 민산 호텔에서 창밖을 바라보며 비 온 뒤 땅이 더 굳어진다고 하는 격언을 곱씹어 보게 되는 경험 중 하나였습니다.

지금껏 많은 사기 사건을 경험해 왔고 앞으로도 얼마나 더 겪을지 모르겠습니다.

하지만 어떤 시련에도 좋은 사람은 잃어서는 안 된다는 원칙을 지키고 싶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