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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디지털전사 Jul 13. 2023

기념주화로 보는 역사-아테나의 올빼미, 황혼을 날다.

고대 그리스 아테나는 강력한 도시 국가였다. 플라톤과 아리스토텔레스를 비롯하여 소크라테스에 이르기까지 이름만 들어도 쟁쟁한 철학자들의 고향이자 이집트 문화를 계승한 서구 문명의 발상지라고 할 수 있다.


전승에 의하면 도시 국가가 생길 때 포세이돈과 아테나가 경쟁하였다고 하다. 승리는 시민들에게 올리브를 선물한 지혜의 여신 아테나에게 돌아가게 되었고 도시의 이름도 여신의 이름을 따르게 되었다. 아테나에게는 수호 동물로 올빼미가 있는데 은을 신의 선물로 여겼던 그리스인들은 주화에 올빼미도 함께 새기게 되었다.


<기원전 5세기 테트라 드라크마 은화(ATHENS TETRADRACHM)>

아테나의 올빼미는 미네르바(Minerva)의 부엉이로도 유명한데 미네르바는 로마의 지혜의 여신이기도 하다. 참고로 올빼미와 부엉이는 얼굴의 형태로 구분이 가능하다. 머리 꼭대기에 뾰족한 귀뿔깃이 솟아 나와 있는 새가 부엉이고 깃이 없어 얼굴이 동글동글하면 올빼미다.

<출처: 네이버 포스트: 키즈현대>

펠로폰네소스 전쟁사는 그리스의 패권을 두고 아테네와 스파르타의 전쟁을 다룬 투키디테스의 역사서다. 그는 이 역사서를 통해 후세가 비슷한 상황에 처했을 때 교훈을 얻을 수 있기를 바란다고 서문에서 전하고 있다.


역사는 끊임없이 반복되고 있고 철학자의 경고에도 실수 또한 반복된다. 미국과 중국 두 강대국 간의 패권 다툼에서 고대 그리스인이 전하는 교훈을 본다. 경쟁 상대를 적으로만 보면 상대에 대한 인간성 판단 기준도 변화한다. 2차 세계 대전당시 미군에게 일본군은 동일한 인간이 아닌 우생학적 열등 종족으로 취급되었다. 신체를 훼손하고 화염방사기로 인간을 태워버릴 수 있었던 행동은 인간 존중이란 개념이 자신과의 이익이 충돌하는 상황에서 얼마나 취약한지 잘 보여준다.


세계의 공장으로 저렴한 상품을 공급하던 중국의 이미지는 코로나 위기 이후 급속도로 악화되어 최근에는 우리나라를 포함해 전 세계에서 제일 미움받는 국가 중 하나가 아닐까 싶다. 그러나 냉철하게 생각해 보면 중국에 대한 편견은 경쟁 상대방(미국?)에 의해 조작된 이미지가 크게 작용한 면도 있다. 자신도 알지 못하는 사이에 누군가에 의해 의도적으로 주입된 이미지로 차별주의자가 되는 것을 나는 원하지 않는다.


아테네와 스파르타는 한쪽이 반드시 죽어야 되는 치킨 게임이 아니었다. 쟁에 따른 경제적 영향은 그리스 전역에 미쳐, 펠로폰네소스에서는 빈곤이 만연하였고, 아테네는 완전히 유린당하여 전쟁 전의 영화를 되찾지 못하였다. 전쟁에서 승리한 스파르타 또한 상처만 남았을 뿐 결국은 그리스의 황금기가 저문 비극이었다.


역사에 가정은 없다지만 두 도시 국가가 패권에 대한 욕심을 조금씩 양보하고 교류와 협력을 늘려 갔다면 어땠을까 생각해 본다. 어쩌면 양국이 함께 번영하는 민주주의 연방 체제의 도시 연맹체를 기대해 볼 수 있지 않았을까. 나중에 등장한 로마 제국은 강력한 황제 중심의 중앙 집권체로 큰 발전을 이루었다. 장단점은 있지만 도시별로 분권화된 그리스식 대중 민주주의는 오랜 기간 역사 속에서 사라졌기에 아쉬움이 남는다. 

<부엉이와 올빼미가 함께 있는 기념주화 장식장^^>

인류가 진화하는 과정 중에 반드시 겪어야 하는 능력 중 가장 중요한 핵심은 상호 공감 능력일지도 모른다. 전쟁과 경쟁으로 혼란스러운 세상에서 고대 그리스 은화 속의 아테네 여신과 동반자 올빼미는 묵직한 교훈을 던지고 있다.


독일 철학자 헤겔은 <법철학> 서문에 '미네르바의 부엉이는 황혼이 저물어야 그 날개를 편다'라는 격언을 남겼다. 지금 나와 너에겐 어둠을 밝히는 지혜를 전해 줄 아테나(미네르바)의 올빼미(부엉이)가 필요하다. 


지금 살아가는 현실이 괴롭다면 시간을 두고 기다려보자. 어둠이 짙어지고 어디로 가야 할지 앞이 보이지 않을 때에야 비로소 지혜의 부엉이는 날개를 펴고 우리를 빛으로 인도해 줄 것이라는 희망을 잃지 않아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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