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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디지털전사 Jul 13. 2023

기념주화로 보는 역사-화가 이중섭: 40세 별로 지다.

정신없이 달리고 있다. 꿈인지 아니진 알 수 없지만 고통은 생생하게 목까지 차오른다. 멀리서 아스라이 들려오던 쿵쾅거리는 소리는 어느새 근처에 다가오고 있다. 정체를 모를 두려움이 마음속에 한가득 차오르며 순간 눈이 번쩍 떠진다. 악몽을 꾸었나 하는 심란한 마음에 물 한잔을 들이키며 가슴을 진정시킨다.


잠자리를 뒤척거리다 새벽의 여명이 밝아오는 거리를 산책해 본다. 세수를 하지 않아도 거리를 나설 때 조금은 어색함을 덜어주던 마스크는 사라지고 코로나의 기억 또한 조금씩 사라져 간다. 시간은 망각을 통해 삶의 무게를 조금은 가볍게 해주는 마법이지만 내면의 상처를 아물게 하는 것은 오롯이 자신의 몫이다.


남들이 보면 조그만 구멍가게 수준의 회사를 운영하고 있지만 코로나 시기 몇몇 거래처의 폐쇄와 외국 출장 제한은 수출만 하던 회사 경영에 타격을 주었다. 현지 관리자가 떠나버린 마닐라 콘도미니엄은 벌써 귀신이 나오는 집이 되었을지도 모른다. OEM주문 생산을 대행하던 업체는 고질적인 납기 지연 문제를 악화시키며 극단적 상황까지 몰아가고 있다. 세상에 쉬운 일은 없다.


한국의 화가 시리즈에 이중섭을 기념하는 지폐형 제품이 있다. 앞면은 이중섭의 초상과 대표작 '애들과 물고기와 게'(1950년대, 국립현대미술관 소장)를 담고, 발행연도 2020과 'A Painter's Dream' 글자를 새겼다. 뒷면은 이중섭의 생애를 소개하는 글을 넣고 배경으로 작품 '아이들'(연도 미상)을 배치했다. 이 그림은 이중섭이 담뱃갑 속 은박지에 철필로 그림을 새겨 넣고 물감을 묻혀 완성한 작품이다.

천재적 예술가 중 많은 이들이 가난한 삶을 이어가면서도 열정을 포기하지 못하고 작품 활동을 이어간다. 그리고 별이 스러지는 것처럼 젊은 나이에 요절하고는 한다. 


세상을 살다 보면 자신의 몸 하나 추스르기도 쉽지 않은 냉혹한 현실 문제 앞에 종종 두려움이 들 때가 있다. 현대의 고도화된 자본 사회에서 가족을 부양할 충분한 능력이 없다는 것은 아빠 혹은 엄마라는 자리에 서 있는 어른에게는 죽음보다 더한 형벌일지도 모른다. 


천재 예술가도 버거워하던 경제적 자유의 벽을 오늘도 사람들은 넘으려 시도하고 있다. 좌절을 겪으면서도 포기할 수 없음은 가정을 지키기 위함일 수도 혹은 아이들을 생각해서일 수도 있다. 천재 화가의 그림 속 천진난만한 아이들의 놀이는 그림 뒤 보이지 않는 부모의 희생이 있어야 가능한 것이었음을 어른인 나는 이제야 깨닫고 있다.

 

극진 가라데를 창시한 무술가 최배달은 얘기하였다. 

'신용을 잃어버리는 것은 큰 것이다. 그러나 무엇보다도 용기를 잃어버리는 것은 자신을 잃어버린다는 뜻이다' 용기란 잔을 깨부수고 그 안에 있는 자신까지 비워낼 때 비로소 완성될 수 있는 도전이다.


장맛비가 지루한 어느 7월 40세에 하늘의 별로 사라진 화가 이중섭을 추모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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