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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디지털전사 Jun 14. 2017

필리핀 IS 반군과 동남아의 미래. 그리고 우리는?

우리는 동남아에서 무엇을 지켜야 하는가?

필리핀의 IS소탕전이 예상보다 장기전으로 진행되고 있습니다.

대한민국의 전략적 투자 및 수출 시장으로서 동남아를 주목하고 있는 필자의 관점에서 필리핀의 현 상황에 대해 고찰해 보겠습니다.


먼저 가톨릭 국가로 알려진 필리핀에 갑자기 웬 이슬람 극단주의 무장 세력이 등장했을까부터 살펴봅시다.


치열한 전투가 진행 중인 말라위는 인구 20만 명 규모의 필리핀 내에서 가장 큰 이슬람 도시입니다.

교전 초기 대부분의 주민이 대피한 상태이나 아직 2천여 명의 민간인이 남아 있는 것으로 보이지만 이미 도시 기능이 마비되었고 굶주린 개들만이 먹을 것을 찾아 배회하는 유령 도시가 되었습니다.

인구의 대략 90%가 가톨릭 신자인 필리핀은 크게 보면 수도 마닐라가 위치한 북쪽의 루손(Luzon) 섬과 중부의 비사야(Visayas), 그리고 남쪽의 민다나오(Mindanao) 섬으로 이루어져 있습니다.

두테르테 현 필리핀 대통령이 20년 이상 시장으로 재직했던 디바오 시는 민다나오의 가장 큰 도시입니다.

민다나오는 면적이 97,530 km²인데 우리 대한민국의 면적이 100,210 km²이니 거의 남한만 한 크기의 거대한 섬이며 거주 인구는 2007년 기준 대략 21백만 명 정도입니다.

필리핀 1억 2천만 인구의 대략 5%가 모슬렘이라고 할 때 대부분이 이 민다나오 남부 지역에 거주하고 있습니다.


동남아에서의 이슬람 역사는 생각보다 길어서 스페인이 필리핀 식민 통치를 시작하던 16세기 당시부터 민다나오에는 술탄왕국인 마긴다나오 왕국(Sultanate of Maguindanao)이 자리 잡고 있어 스페인도 건드리지 못하는 상태였습니다.

19세기 마긴다나오 왕국이나 술루 왕국이 멸망하면서 19세기 중반에 식민정부가 차츰 영역을 확장해 나갈 수 있었으며 개간할 토지가 필요했던 비사야 제도의 주민들이 대거 남부로 이주하면서 가톨릭으로 개종도 함께 이루어지게 되었다고 합니다.

이러한 이주 정책은 토착민과의 갈등을 필연적으로 불러일으키게 되었고 독립적인 이슬람 국가의 수립을 원하던 주민들은 반군 조직을 결성해 필리핀 중앙 정부를 상대로 게릴라전을 전개하게 됩니다.

현재 이슬람 반군은 크게 아부 샤아프와 마우테라는 조직으로 나누어져 있으며 아부 사야프는 미 연방수사국(FBI) 등 국제사회에서는 테러집단으로 규정하고 있습니다. 

특히 수장인 이 스닐론 해필론에 대해선 미국이 500만 달러의 현상금을 내걸고 있지요. 

마우테 그룹은 중동에서 교육을 받은 압둘라 마우테와 오마르 마우티 형제가 이끌고 있으며 이들은 아부 사야프 수장인 해필론에게 충성을 맹세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또 인도네시아, 말레이시아, 사우디아라비아, 예멘, 체첸 등에 있던 전투원들도 이미 이들과 합류한 것으로 전해졌습니다.


말라위에 은신하고 있던 해필론을 검거하기 위해 작전을 수행하던 필리핀 경찰에 반발하여 무장 조직원들이 경찰서와 방송국을 공격하고 점거하면서 내전이 시작된 상태입니다.


그런데 왜 이 시점에서 갑자기 이슬람 반군이 극렬한 저항을 시작하게 되었는지는 곰곰이 생각해 볼 필요가 있습니다.


여기에는 두 가지 시각이 있습니다.


첫째는 뉴욕타임스를 비롯한 서방의 시각으로 우리가 일반적으로 뉴스 지면을 통해 소개되는 내용입니다.

중동에서 IS격퇴 전으로 점차 세력을 잃어가고 있는 IS가 필리핀을 차기 거점으로 선택해 세력을 결집시키고 있다는 시각입니다.

주변 인도네시아와 말레이시아에서 극단주의 세력들이 모여들기 쉬운 지리적 이점에다 한번 잠입하면 수색하기 쉽지 않은 밀림 지역이라 어려움이 가중되는 측면도 있습니다.

말레이시아뿐만 아니라 동남아시아 각국은 서로 대테러 관련 협정을 맺고 이 지역에서 IS 세력이 조직화하는 것을 막기 위해 노력해 오고 있는 상황에서 이번 사태는 테러 정책의 실패를 의미합니다.

태국은 남부 지역의 국경 봉쇄를 실시했고 인도네시아는 주변 해역의 순찰을 강화하며 대응하고는 있지만 장기적인 해법은 없어 보입니다.

특히 두테르테 대통령이 마약과의 전쟁에 집중하느라 상대적으로 반군과의 전투에 소홀히 대응한 점이 사태를 키웠다는 분석도 있습니다.


다른 시각은 이란을 비롯한 비주류의 음모론적 시각입니다.

이란 측 대변인 발표에 따르면 이번 필리핀의 IS 반군은 미국이 부추긴 형태라는 것입니다.

이런 시각에는 IS의 근원이 수니파 원리주의이며 미국이 은밀하게 방관하며 키워 온 조직으로 보고 있는 시아파 모슬렘의 의식이 드러나 있습니다.

이슬람은 수니파와 시아파의 반목이 심각하며 같은 이슬람이라 해도 적으로 규정하며 이교도보다 더 미워하고 있는 형편입니다.

대표적인 수니파 국가로는 사우디아라비아, 이집트 등이 있으며 이란은 시아파의 핵심 국가입니다.

최근 아랍권 국가들이 연합하여 카타르에 대한 외교적 단교를 선언한 배경에는 중동의 강자로 부활을 꿈꾸는 이란을 견제하려는 미국이 있습니다.

이란은 예전부터 페르시아로 중동 국가들이 아랍어를 쓰는 데 비해 페르시아어를 사용하며 인종도 달라 역사 종교 문화적으로 아랍에는 두려움과 미움의 대상입니다.

(터키도 투르크 제국의 피의 역사로 인해 유럽과 중동과는 화합하기 힘든 구조입니다. 마치 양다리를 걸치고 있는 박쥐와 같다고나 할까요..)

이런 상황에서 미국은 친중 정책을 지향하는 두테르테 정권을 견제하기 위해 동남아 IS를 방관하고 있다는 주장은 음모론이라고만 치부하기엔 조금 망설이게 합니다.


현재 객관적인 상황으로만 보면 필리핀에 주둔 중인 약 200~500명 규모의 소규모 미군 특수부대가 구체적인 작전 내용은 공개하고 있지는 않지만 IS퇴치 전에 협력을 하고 있다고 합니다.

국제적인 외교전은 보이지 않지만 눈에 띄는 전쟁보다 더욱 치열하고 냉정합니다.

대중 친선 정책을 추진하는 필리핀의 현 정권에 대해 미국이 IS라는 카드를 사용했을 것이라는 최악의 가정을 해 볼 때 이는 아시아 지역에서 미국이 그동안 표면적으로나마 유지해 왔던 큰 형님으로서의 이미지를 벗어 버리게 되는 상징적인 시발점이 될 수 있습니다.

예전부터 한 국가의 국력이 약해지기 시작할 때는 적극적인 외부에 대한 개입보다는 이이제이(以夷制夷)라는 방식을 택해 왔습니다.

즉 이민족은 다른 이민족이 견제하고 서로 싸우게 함으로 어부지리(漁父之理)를 얻는 전략입니다.

이미 중동은 시리아와 리비아, 예멘의 내전부터 시작해 내부 세력들 간의 권력 투쟁 및 암투로 엉망진창의 수렁으로 빠져 들어간 모습입니다.


동남아가 이런 수렁에 빠져 든다면 우리에게는 어떤 위협과 기회가 있을까 생각해 봅니다.


동남아에 이슬람 원리주의 세력이 확산된다면 테러 청정국인 동북아시아 3개국(대한민국, 중국, 일본)도 잠재적 테러 위협에 크게 노출될 수밖에 없습니다.

중국의 경우 이슬람계인 위구르족 독립 문제와 얽혀 내부적인 실타래를 풀기 더 어려워질 것이고 호시탐탐 전쟁 가능 국가의 야심을 버리지 못하는 일본에게는 평화 헌법 개정과 군비 강화를 위한 좋은 명분이 생기게 됩니다.

지금도 남중국해 문제로 군비 경쟁이 치열해져 가는 마당에 불안 요소가 더해짐으로 동남아가 발칸 반도처럼 세계의 화약고가 될 수도 있습니다.


우리에게도 강경한 원리주의 종교 세력의 확산은 결코 바람직하지 못할 것입니다.


하지만 위기에도 언제나 기회는 있을 수 있습니다.

필리핀에 우리가 판매한 KF-50 전투기가 반군 공략에 큰 활약을 하고 있다는 소식이 있습니다.

전투가 종결되면 아마 민다나오 섬의 대대적 재건 계획이 발표되고 우리 기업들이 현지 자원 개발과 인프라 건설에 참여할 기회가 생길 것입니다.

두테르테 정부의 중점 사업이 중국 투자 자본을 끌어들여 낙후된 민다나오의 경제를 평균 수준까지 향상한다는 것입니다.

단기적으로는 필리핀이 위험한 시장임에는 분명하지만 5년 이상 장기적인 관점에서 바라보는 필리핀은 동남아에서 가장 뜨거운 시장이 될 것이라는 확신이 있습니다.


20년 전에 강남에 투자하셨다면 조물주보다 높다는 건물주가 되었을 텐데 기회를 놓쳐 안타까워하는 분들이 있습니다.

기회는 준비하는 사람에게만 도둑과 같이 소리 없이 다가옵니다.

다가올 필리핀의 대규모 인프라 투자와 자원 개발에 관심을 가지고 꾸준히 살펴보시면 좋은 결과 기대하실 수 있을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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