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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디지털전사 Dec 24. 2016

필리핀의 미래에 대한 고찰

동남아시아 세력권 재편의 시기인가?

동남아시아 시장에 진출하기를 꿈꾸면서도 그 나라의 역사나 특징에 대한 공부는 소홀한 경우가 많습니다.

필리핀 대통령 두테르테가 추진하고 있는 마약과의 전쟁도 어느덧 5개월 여가 지나갔습니다.

CNN은 필리핀 경찰청을 인용해 두테르테 대통령 취임 다음 날인 7월 1일부터 이달 12일까지 마약과의 전쟁으로 모두 5천927명이 숨졌다고 전했습니다.

이 중 2천86명은 경찰의 단속 과정에서 사살됐고 나머지는 자경단 등의 총에 맞아 죽었고 마약 혐의로 4만 명 이상이 경찰에 체포됐습니다.

두테르테 대통령은 취임 이후 저항하는 마약 용의자 사살을 경찰에 주문하고 마약 용의자 2만∼3만 명이 더 죽을 것을 예상할 수 있다고 말하는 등 마약 근절을 위해서는 인명피해를 감수해야 한다는 입장을 나타냈다고 하네요.



필리핀의 마약 퇴치 과정을 통해 나타난 인권 유린에 대해 인터넷 반응을 보니 역시 후진국은 안돼라는 반응부터 퇴임 후 우리나라 대통령으로 모셔야 한다는 의견까지 다양하더군요.

하지만 대체로 희생이 있더라도 꼭 필요한 일이라는 긍정적인 반응이었습니다.

대한민국의 현 시국이 남의 나라 걱정할 상황이 아닐 정도로 한심하다 보니 국민들의 지지를 받는 강력한 리더십을 가진 지도자가 부러워 보일 정도입니다.


면적은 한반도의 1.3배로 7,107개의 섬으로 구성되어 있으며 2016년 기준 인구는 1억 767만 명으로 세계 12위/동남아시아 2위입니다.

민족은 다민족 혼혈로 말레이계가 대다수를 차지하고 있답니다.

필리핀은 아름다운 자연 풍광을 가지고 있지만 식민지로 지배당했던 역사도 가지고 있습니다. 

스페인에 이어 미국의 지배를 받아 왔는데 2차 대전중에는 잠깐 일본에 의해 점령당하기도 했습니다.

이 영향 때문 인지 아직도 몇몇 토호 가문들이 기득권을 수십 년간 유지하면서 지배하는 구조가 고착화되어 있으며 필리핀인들은 순박하면서도 자존심이 매우 강한 특징을 가지고 있습니다.

매년 1백만 명이 넘는 한국인들이 관광 목적으로 방문하고 있지만 한국과의 경제 교류는 그다지 활발하지 않다 보니 아직 개척해야 할 시장이 많은 국가입니다.

2016년 5월까지 양국 총교역액은 약 40.5억 달러 수준이며 한국의 교역 대상국중 수출 14위, 수입 28위 정도 규모입니다.

수출 품목도 아직은 반도체나 휘발유 같은 품목이 주 교역 대상이니 필리핀의 인구 규모와 한국 상품에 대한 선호도를 감안했을 때 소비재 시장은 아직 잠재력이 무척 크지 않을까 합니다.

                                                                                                                                         (단위: 백만 달러, %) 

<한국의 對필리핀 10대 수출품목- 출처: 무역협회>


필리핀의 미래를 살펴보기 위해서는 필리핀의 지배 구조를 살펴보아야 합니다.

필리핀은 스페인(333년)과 미국(46년)의 식민 지배를 겪으면서 형성된 현지 토착 가문들이 정경 유착을 통한 견고한 기득권을 유지하고 있는 형태입니다.

스페인 지배 당시 현지 협력자들에게 대규모 토지가 배분되었고 이들이 대 지주가 되면서 고착화된 구조입니다.

중세시대에서 소작농들이 자신들을 지배하던 귀족 계급을 위하여 세금을 내고 군역 의무까지 부담하며 사병화 되었던 모습이 현대까지 이어져 오고 있는 것이 필리핀의 현실입니다.

대표적인 가문으로 아얄라 그룹의 아얄라(Ayala) 가문이 있습니다.

필리핀의 강남이라 일컬어지는 마카티(Makati)나 보니파시오 글로벌 시티(Bonifacio global city)의 대부분이 이 가문이 운영하는 아얄라 그룹에 의해 건설되었고 어마어마한 부동산을 소유하고 있다고 합니다.

또한 금융(BPI 은행), 이동 통신(Globe telecom), 발전소(AC energy), 상수도(Manila water), 유통(Ayala Mall, High street mall)등도 보유하고 있는 경제 족벌 가문입니다.

스페인 지배층의 후손으로 가문의 스페인 혈통을 유지하기 위해 많은 노력을 하고 있다고 하네요..


스페인 혈통 계열로 또 로페즈(Lopez) 가문이 있습니다.

일로일로 지역의 스페인 총독의 후손으로 방송(ABS-CBN), 전기(Meralco), 항공사업, 신문 등 대 재벌이며 부통령으로 정계에도 막강한 영향력을 행사하고 있습니다.

마르코스 전 대통령의 부인 이멜다도 로페스 가문 출신이었습니다.


그 외 필리핀의 주름잡는 가문은 중국계가 있습니다.

아시아 최대 쇼핑몰로 알려진 Mall of Asia를 소유한 SM그룹의 Sy가문입니다.

또 필리핀 항공, 담배, 주류 업계를 지배하고 있는 Tan가문도 중국계 대표 가문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정치 가문으로는 현 두테르테 이전 대통령이었던 아키노 가문이 어머니부터 아들까지 대통령을 할 정도의 명문 가문입니다.


두테르테는 남부 민다나오의 디바 오시에서 40년 가까이 시장을 해온 지방 토호 가문이긴 하지만 중앙 정계에는 특별한 인맥이 없어 누구도 그가 대통령이 될 것이라고는 예상을 하지 못했다고 합니다.

필리핀의 세습화된 지배 구조와 부패, 마약에 찌든 삶에 환멸을 느낀 일반 필리핀 국민이 강렬한 변화를 원했고 의외의 결과였던 두테르테 대통령 당선을 불러왔다는 분석이 맞을 것 같습니다.

현재 마약 전쟁도 국민을 위한 명분도 있지만 마약 공장 자체가 두테르테의 정치적 정적들이 배후 세력으로 의심되고 있다는 점도 고려해 보면 아마 정치 명문가 중 유력 가문 몇은 큰 타격을 입을 듯합니다. 

현재까지 상황을 보면 두테르테의 외교는 미국과 중국 사이에 외줄 타기를 하고 있는 모습처럼 보이지만 나름 동남아시아에서 제 목소리를 내기 위한 노력이라고 보입니다.

그동안 미국의 동남아 지역 기지 정도로 ASEAN에서 각인됐던 이미지를 벗어던지고 독자적인 국가로 지역 강국인 베트남과 태국의 위상에 도전하게 될 것입니다.


중국의 경제 정책은 일대일로 프로젝트 시작을 필두로 아시아 중심으로 회귀하고 있습니다.

필연적으로 아시아 국가의 환심을 사기 위한 투자가  지속적으로 증대할 수밖에 없는 상황에서 필리핀이 중국의 전략적 동반자 관계로까지 외교적 지위가 상승된다면 아마도 지역 내에서 큰 목소리를 낼 수 있을 것입니다.

현재 미국과의 갈등 조장을 연출하는 모습도 일정 수준의 하한선을 정해 놓고 카드 패를 하나씩 까는 모습이 아닐까 합니다.

아마도 미군의 철수 요청이 두테르테가 가지고 있는 최고의 카드일 것입니다.

중국도 바보가 아니고 필리핀의 의도를 정확히 알고 있겠지만 남태평양 분쟁의 유리한 고지 확보 및 장기적인 우군 확보 차원에서 알면서도 끌려갈 수밖에 없겠지요.


필리핀 페소가 해외 투자자들의 투자 환수로 환율 폭등을 하고 있지만 중국의 투자가 내년부터 일정 부분 이어지면서 장기적으로는 안정화되고 큰 폭의 부동산 가격 상승이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습니다.

미국의 트럼프 정부가 가지고 있는 카드는 미국 자본 투자 환수와 군사 지원 감소 정도입니다.


경제적 규제 차원에서 필리핀 GDP의 상당 부분을 차지하고 있는 필리핀 해외 근로자들의 자국으로의 송금 규제 및 콜센터 업종의 규제 등도 할 수는 있겠지만 중국의 경제 지원이 어느 정도 이를 상쇄할 수 있을지가 두테르테 정권의 개혁 지속 가능성을 판단할 시금석이 될 수 있지 않을까 합니다.

필리핀이 아시아 제 1위의 경제 대국이었던 60년대의 영광을 되찾을 수 있을지 내년 이후에 진행될 일들이 흥미진진합니다.


어떤 특정 국가에 대한 비즈니스에 관심이 있다면 간략한 근현대 역사를 알아두시는 것도 사업의 성공을 위해서 꼭 필요하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의외로 필리핀의 역사에 대해 많은 한국인들이 알지 못하는 것 같습니다.

아래 경향신문 기사에 김시덕 교수님이 정리를 한 내용이 잘 나와 있어 소개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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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경향신문

김시덕 서울대 규장각 한국학연구원 교수

1899년 7월 21일. 무기를 가득 싣고 필리핀으로 향하던 일본의 누 노비 키마로 배가 상하이 먼 바다에서 침몰했다. 

이 배에 실린 무기는 일본이 동부 유라시아 일대에 적극적으로 개입해야 한다고 주장하던 이누카이 쓰요시와 미야자키 도텐, 그리고 일본에 망명 중이던 중국의 손문 등의 도움을 얻어 필리핀 정치가 마리아노 폰세가 입수한 것이었다.

같은 해 1월 필리핀에는 에밀리오 아기날도가 대통령인 필리핀 공화국이 수립됐다. 

이 신생 공화국을 무너뜨리려 한 세력은 에스파냐와 미국이었다. 1565년부터 필리핀에서 본격적인 식민지 경영을 시작한 에스파냐는 미국-에스파냐 전쟁에서 패하자 1898년에 2000만 달러를 받고 필리핀을 미국에 넘겼다. 

당초 에스파냐에 대한 독립전쟁에서 미국의 힘을 빌리는 것이라 생각했던 아기날도의 필리핀 독립세력은 이에 반발했다.

 그리하여 신생 필리핀 공화국은 미국이라는 떠오르는 열강과 전쟁을 벌였고, 거의 20여만 명의 사망자를 낸 게릴라전 끝에 결국 항복했다.

1902년, 미군은 필리핀 독립세력을 제압했다. 

1902년 5월 5일 ‘뉴욕 저널’에는 “10살 넘은 사람은 모두 죽여라-우리가 필리핀을 차지하기 10년 이전에 태어난 것이 그들의 죄다”라는 캡션을 붙인 삽화가 실렸다. 

또, 5월 22일 ‘라이프’에는 필리핀인을 물고문하는 미군의 뒤에서 유럽 열강들이 “저 경건한 양키들도 이제는 우리한테 돌을 던지지 못할 거야”라고 비웃는 삽화가 실렸다. 

그로부터 2년 뒤인 1904년에는 러일전쟁이 일어났고, 1905년 7월 29일에는 미국의 초대 필리핀 지사 윌리엄 태프트가 일본을 방문했다. 

그는 일본 총리대신 가쓰라 다로와 회담을 열어 미국이 한국에 대한 일본의 지배권을, 일본이 필리핀에 대한 미국의 지배권을 승인하는 태프트·가쓰라 협정을 수립했다. 

뒤이어 1908년 11월 30일에는 루트·다카히라 협정이 체결돼 일본은 미국의 하와이 왕국 병합 및 필리핀 관리권을 승인하고, 미국은 일본이 한국을 병합하고 만주 남부를 지배하는 것을 승인했다. 

그로부터 2년 뒤, 조선은 멸망했다. 

1941년 12월 8일 일본이 미국에 선전포고를 함으로써 태평양전쟁이 발발했다. 

1942년 5월 7일 미군이 항복을 선언하자 필리핀 내각은 미국으로 망명했다. 

일본은 군정 통치를 거친 뒤 1943년 10월 14일에 호세 라우렐의 필리핀 제2공화국을 수립시켰다. 

형식적으로나마 일본군에 의한 통치가 끝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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필리핀의 두테르테 대통령이 중국과의 영해 분쟁에도 불구하고 왜 미국의 주둔에 대해 우호적인 감정을 갖지 못하는지 조금이나마 이해가 되실 수 있을 것입니다.

언론 인터뷰에서 미국은 필리핀을 작은 동생으로만 생각하고 있지만 스스로 결정할 수 있는 독립적인 자주국이라는 것을 인정해주었으면 좋겠다는 속 마음까지 표현했다고 하죠.


앞으로 미국의 영향력은 현 필리핀 정부의 정책이 지속된다면 어느 정도 축소될 수밖에 없는 상황입니다.

다만 미국의 트럼프 대통령이 이런 상황을 그대로 지켜볼리는 만무하고 중국과 러시아가 어느 선까지 개입하느냐에 따라 동남아시아 전체의 세력 개편에 영향을 끼칠 것입니다.


중국의 굴기와 러시아의 야심이 군사적 협력 관계로까지 이어질 가능성이 높겠죠..

다만 일본이 미국을 대신하여 외교적 및 경제 영향을 대체하게 될 것입니다.

이런 기본적인 상황을 인식하고 원하시는 국가에서의 비즈니스를 시작하시는 것을 추천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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