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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CALM Oct 05. 2021

두번째 날.

매일한장 프로젝트

두번째 날.

퇴근하고 주차를 시킨후,  자동차 문을 쾅 하고 닫는 순간부터

익숙한 기억과 감정이 갑자기 낯설어졌다.

'아'

'강아지 안녕!하면 소파위에서 뛰어내려와 꼬리를 흔드는 하늘이, 오늘 하루 잘 지냈니?'를 먼저 늘 생각했기 때문이다. 토박토박 현관을 향해 오르는 나뭇 계단의 밟히는 소리 안에

하루의 고단함을 잊게해 줄 강아지에 대한 벅찬 기대감이 다시 떠올라

또 낯설어졌다.


'그래, 맞어. 없구나.'


집안의 모든 문은 열어두었다. 예민한 나와 남편이 밤사이에 시간시간 깨며 괴로워해도,

우리집 방문들은 강아지들이 수시로 들고날 수 있도록 구년동안 한번도 닫힌 적이 없었다.

그랬던 방문들을

"이젠 닫아도 되쟎아"라며 밤이 되어 문을 닫고,

화장실 문을 꼬옥 닫을 때,

집이 좁아 터질것 같다고 늘 생각했던

그 같은 집이 텅빈 것 처럼 느껴졌다.

구년간 잊었던

우리 부부의 고요한 공간이 돌아왔다.

부산스럽고, 생명체가 꼬물거리던, 어딘가 모르게 잔망스러웠던 공간이

사라졌다. 비록 불과 오킬로의 무게를 지녔지만,

부피는 집안의 공기의 덩치만했다.


한집에 사는 가족끼리 얼굴을 볼 때마다 인사를 하진 않았지만,

강아지를 향해서는 볼 때마다 인사를 했다.

굿모닝 강아지!

각자의 노래를 지어 매일 몇번씩 그 노래를 불러주고(오바해서 미안)

온통 그 녀석의 만족을 위해 합심했던 가족들의 마음들이

5킬로의 사라짐 안에 묻어 모두 사라졌다.


원래 꼿꼿하게 내재했던,

우리 공간의 고요함이 돌아왔다.

낯설지만, 익숙했던 텅 빈 조용함.


떠나감은 늘 그렇다.

처음 아버지가 돌아가시고 정신없던 장례식이 모두 끝났던 다음날,

오후 여섯시가 되자 자꾸 현관이 쳐다봐졌다.

마치 당장 벨이 울려,  누군가 들어올 것 같은 오후 여섯 시.


부재에 대한 첫 느낌은 낯선 '익숙함'이다.


수런수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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