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한장 프로젝트
두번째 날.
퇴근하고 주차를 시킨후, 자동차 문을 쾅 하고 닫는 순간부터
익숙한 기억과 감정이 갑자기 낯설어졌다.
'아'
'강아지 안녕!하면 소파위에서 뛰어내려와 꼬리를 흔드는 하늘이, 오늘 하루 잘 지냈니?'를 먼저 늘 생각했기 때문이다. 토박토박 현관을 향해 오르는 나뭇 계단의 밟히는 소리 안에
하루의 고단함을 잊게해 줄 강아지에 대한 벅찬 기대감이 다시 떠올라
또 낯설어졌다.
'그래, 맞어. 없구나.'
집안의 모든 문은 열어두었다. 예민한 나와 남편이 밤사이에 시간시간 깨며 괴로워해도,
우리집 방문들은 강아지들이 수시로 들고날 수 있도록 구년동안 한번도 닫힌 적이 없었다.
그랬던 방문들을
"이젠 닫아도 되쟎아"라며 밤이 되어 문을 닫고,
화장실 문을 꼬옥 닫을 때,
집이 좁아 터질것 같다고 늘 생각했던
그 같은 집이 텅빈 것 처럼 느껴졌다.
구년간 잊었던
우리 부부의 고요한 공간이 돌아왔다.
부산스럽고, 생명체가 꼬물거리던, 어딘가 모르게 잔망스러웠던 공간이
사라졌다. 비록 불과 오킬로의 무게를 지녔지만,
부피는 집안의 공기의 덩치만했다.
한집에 사는 가족끼리 얼굴을 볼 때마다 인사를 하진 않았지만,
강아지를 향해서는 볼 때마다 인사를 했다.
굿모닝 강아지!
각자의 노래를 지어 매일 몇번씩 그 노래를 불러주고(오바해서 미안)
온통 그 녀석의 만족을 위해 합심했던 가족들의 마음들이
5킬로의 사라짐 안에 묻어 모두 사라졌다.
원래 꼿꼿하게 내재했던,
우리 공간의 고요함이 돌아왔다.
낯설지만, 익숙했던 텅 빈 조용함.
떠나감은 늘 그렇다.
처음 아버지가 돌아가시고 정신없던 장례식이 모두 끝났던 다음날,
오후 여섯시가 되자 자꾸 현관이 쳐다봐졌다.
마치 당장 벨이 울려, 누군가 들어올 것 같은 오후 여섯 시.
부재에 대한 첫 느낌은 낯선 '익숙함'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