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일리 순수기록 2026.3.11
그녀가 왜 나를 지목했는지는 모르겠다.
화요일은 첼로레슨을 가는 날.
34에 시작한 첼로가,
"언제 시작하느냐보다 언제까지 하느냐가 더 중요하다"라는 말도 했건만,
세월에 휩쓸리다니 시작한지 5년만에 중단하고
그리고 긴 시간들이 흘렀다.
작은 계기로,
다시 레슨을 받기 시작한게 20여년이 흐른 이후다.
오십대가 되어 좋은 점은
끝없던 욕심을 많이 내려놓는다는 점.
그래서, 그룹레슨을 하고 있는 백화점 문화센터를 두드렸고,
나에게 주어진 레슨의 기회는 일주일에 딱 10분이다.
168시간, 또는 10080분 가운데 딱 10분.
그걸 우습게 보지 말아야 한다는걸 깨닫기까지 딱 1년걸렸다.
10분의 레슨을 위해
나는 매일 2시간씩 첼로 연습을 하고
그러다보니, 20년전보더 훨씬 첼로와 가까워졌으며, 날마다
실력이 늘어가는 속도가 다르다. 물론 좋은 선생님을 만났다는건 필수적인 조건이겠지만.
그 시간에 오는 다른 사람들과도 눈인사를 하기 시작했는데
1년하고도 3개월 만에 어떤 분이 나에게 커피를 한잔 하자고 하였다.
안심돈까스를 먹으면서 살아온 세월 이야기에 꽃이 핀다.
신앙심이 깊고, 음악을 사랑하는 사람이었다.
세월을 마주하며 살아가다보면
날선 경계심이 온몸을 휘감아,
낯선이들의 친절을 의심의 눈초리로 보기 마련이다. 그러나
엄마미소같은 웃음과 깊은 신앙심을 나누다보니
무장해제는 금방이긴 하다. 좋은 사람을 만나는 일은
드물지만 고맙다.
내 주변엔,
미술을 사랑하는 사람, 돈을 사랑하는 사람, 술을 사랑하는 사람들이
대부분인데,
이번엔 음악을 사랑하는 사람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