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alm's Drawing Diar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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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년, 이탈리아 남부에 다녀왔을때 발견한 레몬트리를 끄집어 내어 그렸다.
이건 기능적 그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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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림을 공부해서 대학을 다시 가보겠다고 했다. 지인이자 나의 멘토이었던 정선생님이 그냥 취미로 그리고, 차라리 커피를 공부해서 카페를 내라고 했다. '인생이 한번인데, 하고싶은걸 해야지..' 라며 고집을 피웠다. 나의 그림은 그렇게 시작했다. 돈과 시간을 들입다 퍼부어, 비교적 빨리 편입에 성공했고, 내친김에 달리고 달려 석사 학위까지 받았다. 꼬박, 십년의 세월이 지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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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다면 만족했는가?...
그림은 안타깝게도 만족이란 없다. 마치 시대에 창궐하는 코로나 바이러스나, 자본주의안에 살아가는 우리네의 욕망과도 닮아 있다. 풍족해도 갈증이 식지않는것처럼. 짧은 목표가 생기면, 그걸 성취한다. 그런데 눈과 손 스킬과 표현력들은 성취한 선 위에 앞서있다. 그렇다면 그걸 성취한다 치자. 그러면 더 높은 고지가 나타난다. ... 말하자면, 만족이 없어 괴로울 따름이다. 가끔 영화에 나오는 미술천재들은 고뇌하고 고뇌하는듯 그려져있다. 그건 좀 극대화시킨것이지만, 없는 얘기는 아니다. 작가들은 자신의 그림에 좀처럼 만족할 수 없는 존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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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정도의 노력을 들였으면 그야말로 무우라도 썰어야 할 나의 칼 아니었던가. 그림을 시작한 지 수년이 지나도 나의 지갑은 텅 비어있고, 누구도 나의 그림에 말을 걸지않는다. 그리다가 목을 놓아 울 지경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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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간 나는 무얼 했을까...
오늘은 차근차근 그림교재를 만들었다. 적어도 그렇게라도 해야 내가 살수 있을 것 같아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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