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alm’s Drawing Diary
너무 많은 일들을 하고 있어 진도가 안나간다.
1. 이런 그림 그리기. 2. 저런 그림 그리기. 3. 요런 그림 그리기. 4. 조런 그림 그리기...
+
올해, 나는 동네 부녀회의 총무를 맡았고, 이번달이 임기 마지막 달이다. 서른채의 동네에서 집집마다 번갈아가면서 부녀회장과 총무를 맡아 일을 하는데, 아파트단지의 관리사무소에서 하는 일들을 부녀회에서 하니까 월급도 없는 일이 늘 신경쓰이고 부산스럽다 .회장님이랑 나랑 둘다 화가인지라, 각자 엄청 바빠서 둘이 똑같이 신경안쓰다가 어쩌다 일이 생기면 후다닥 해치워 버리는 스타일인지라, 뭐랄까, 속도가 빠르고 확실하게 마무리 짓는다. 느긋하게 하면 끝없으니까, 긴 생각안하고 후다닥 해치우자 뭐 그런 주의랄까. 회장님은 20년간 교수를 지내 행정업무에 능하고, 나역시 십오년이나 회사생활을 했던 경력인인지라 후다닥 일처리엔 능숙했다.
그러다 보니 동네에서 일잘하는 팀으로 찍혔다. 앗. 이러면 안되는데... 우리 둘이 카톡방에서 ‘야호 이번달에 끝난다.. 너무 좋다!’ 그러고 있는데,
막바지에 큰 일하나가 더 생겨버렸다. 산으로 둘러쌓인 동네인지라, 집집마다 산을 끼고 있다. 그런데 산의 나무가 과하게 커서 거친 바람이 불면 뿌리가 얕은 나무가 부러지거나 뽑혀 자기 집을 덮칠까봐 노심초사 그간 걱정들이 많았다. 주민들이 이런 문제를 어떻게 해결해야 되는지도 몰라서, 각자의 집에서 정원사를 불러 자르기도 했는데, 산의 나무를 자르면 안된다며 서로 민원이 발생하는 등의 문제가 끊이질 않았는데다, 너무 큰 나무는 자를수도 없다는 조경회사의 배째라 정신에 다들 멘붕이던 차였다.
‘시청에 신고하면 위험한 나무를 잘라준다’라는 정보를 어쩌다 얻게 되었는데, 다들 나무들에 위협을 받던차라 얼른 민원을 넣자는 의견들이 시작되었고, 발빠른 분이 이미 민원작업을 시작해 버렸다. 시작은 그분이 하였지만, 당연히 마무리는 동네차원에서 전체를 다 해야하는 것이라 이번달 임기마감에 춤추고 있던 우리 차지의 일이 되어버렸다. 아이고머니나... 이 일이 그리 간단치가 않다. 어느 집 뒤에 어떤 나무가 있는지 신고를 받고, 민원을 넣고, 담당자와 약속을 잡고, 당일 같이 마을 전체를 돌아다녀야 하고... 이래저래 밥도 간식도 챙겨야 하고..
전원마을에 사는 고충이다. 그래도 주택의 즐거움이라 생각하며 살아야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