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alm's Drawing Diar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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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소, 특정적 미술>이라는 책을 방금 덮었다.
현대 미술의 흐름은 1차세계대전 이후 막쉘 뒤샹이 유럽에서부터 미국으로 넘어간 이후, 주도권이 미국으로 넘어갔다. 그게 도대체 몇년이냐 치면, 거의 일백년전이다. 뒤샹 이후, 추상미술(2,30년대), 팝아트(60년대), 미니멀리즘(6,70년대)이 등장했다. 미니멀리즘은 결과적으로 장소특정적 미술과 개념 미술로 가지를 뻗었는데, 그중 하나인 장소특정적 미술이 오늘날 어떻게 변해왔는가에 대해 탐구한 책이다.
미술사학과 교수인 저자는 한인2세인데, 이 책은 장소특정적 미술에서 파생된 '새로운 장르 공공미술'의 교과서적인 책이라고 한다. 말이 어렵고, 방대한 양의 현대미술을 다루고 있는 책이라 처음부터 끝까지 정독이 힘들었지만 유익하도다... 다 읽고 번역자의 에필로그를 읽어보니, 이 책의 초판은 2002년에 씌였고, 번역까지 10년이 걸렸다. 그리고 출간된지 십년이 지난 오늘날 동시대현대미술을 다룬 책을 20년 후에 보고 있는 것..
... 이게 뭐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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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나서 나같은 잔챙이 작가들이 모인 카페에서 그들의 포트폴리오를 몇편 열어보고 힘이 쭉 빠졌다.
이런, 또 열패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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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텔아트페어나 KIAF에서 볼수 있는 국내 기성작가들의 한계와는 또 판이하게 다른 젊은 작가들의 발랄함에 기가 죽었다. 아 이 친구는 색에 있어선 천재구나. 아 이 친구는 당당하구나, 아 이친구는 뒤샹 뺨치는 아이디어맨이구나... 그에 비해 진부하기 짝이 없는 나의 조악한 미술 작업들 모두, 그냥 다 버리고 싶었다. 부족함만 가득한 내가 그들의 포트폴리오 앞에서 반사되었다. 시간이 지날수록 이 길로 들어선 것에 대한 후회감만 가득하다. 내 인생에 이렇게 후회한 적이 있었던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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담배를 사오면 너무 연거푸 피는데다, 그걸 자제하지 못하곤 한다. 기어코, 이번엔 담배를 사지 않았다. 어떻게든 버텨보자... 라고 했다. 그런데 결국 담배 대신 술을 사기 시작했다. 얼마전부터는, 아침마다 작업실을 올라오는 길에 편의점에 들러 맥주를 사기 시작했다. 아직은 두캔에서 자제하고 있다만 언제 다시 세캔, 네캔으로 늘어날지 모르겠다. 술과 담배에 대한 의존이 번갈아 나타나는데, 그나마 친한 지인들은 담배를 끊었거나, 우아하게 와인만 홀짝거리니 다행이다. 갖가지 미술적 절망이 나를 그냥 놔 두지 않는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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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게 뭐야. 이런 삶.